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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철학

개체성의 기원...공생을 통한 통합 / Lynn Margulis

 

 

개체성의 기원...공생을 통한 통합

 린마굴리스의 연속공생설에 대한 소개

 

 Lynn Margulis, Symbiotic Planet, Basic Books, chap.3

 

"공생"(symbiosis)이란 용어는 독일의 식물학자 안톤 드베리(Anton DeBary)가 1873년에 제안한 것으로 "아주 상이한 종류의 유기체들이 함께 살아간다"(the living together of very different kinds of organisms)는 의미이다. 어떤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친 공서(共棲)가 공생을 발생시켜 새로운 신체, 기관, 종을 출현시키기도 한다. 나는 대부분의 새로운 진화는 공생으로부터 직접 출현했고 출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나의 이 견해는 대부분의 교과서에 나오는 진화적 변화의 기초에 관한 일반적 통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식물, 동물, 그리고 여타 세포들의 공생발생적 기원에 관한 나의 이론은 4단계의 입증가능한 명제로 되어 있다. 이 4단계는 공생발생, 통합, 그리고 공생에 의한 몸의 합체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 4단계는 식물의 녹색세포 속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물론 세포는 이끼, 양치식물, 그리고 식물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Zebrina Tradescantia( wandering jew 라고 불리는 것)의 꽃의 가느다란 수술대의 털도 일련의 식물세포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세포벽이 있는 큰 녹색세포는 식물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식물의 수생성 선조인 녹조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진핵생물이 합체에 의해서 진화했다는 것은 식물에서 가장 잘 보여지는데 식물의 세포는 커서 그 속에 있는 소기관들을 관찰하기 쉽기 때문이다. 4종의 완전히 별개의 조상세포들이 특정한 순서로 합체해서 녹조세포가 되었다. 이 모두는 원래 박테리아였고 그 각 형태는 오늘날의 것과는 다르다. 이 4 종류의 박테리아의 후손들은 합체된 형태 또는 독립된 형태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 4 종류의 박테리아들은 서로가 서로에 포박되어 식물 안에서 그리고 식물로서 살고 있다. 이 박테리아들은 자신들의 선조에 관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생물체는 아주 보수적이기 때문에 세포를 관찰함으로써 그들이 합체된 순서를 연역할 수도 있다. "연속 세포내 공생론"(serial endosymbiosis theory)에서  serial은 합체계열에서의 순서를 의미한다.

세포내의 기관인 세포소기관이 영속적인 공생의 결과로서 생겨난 것이라는 나의 견해가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그 증거들이 모두 나의 연구로부터 온 것은 아니며 수백명의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다. 나는 지금 이 개념을 확장해서 세포 보다 더 큰, 기관이나 기관계도 공생에 의해서 진화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만일 공생체(symbionts)가 완전히 합체된다면 즉 융합되어 새로운 종류의 형태로 된다면 합체의 결과인 이 새로운 "개체"는 정의상 공생발생에 의해 진화한 것이다. 공생발생의 개념은 1세기전에 제시되었지만 오늘에 와서야 그 이론을 엄격히 테스트해볼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되었다.

나는 가능한한 간략하게 이 개념을 개괄해 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발효성 "고박테리아"(archaebacterium 또는 thermoacidophil)라 불리는 유황과 열을 좋아하는 박테리아가 유영성(遊泳性)의 박테리아와 합체되었다. 이 둘이 합쳐져서 핵을 포함한 세포질이 형성되었는데 이것은 동물, 식물, 그리고 균류세포의 조상세포를 이루는 기본 소재이다. 초기의 유영성의 단세포생물(protist)은 오늘날의 그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혐기성(嫌氣性)이다. 이러한 종류의 생물들에게는 산소가 독이기 때문에 유기물은 풍부하지만 산소가 없거나 희박한 진흙이나 모래 속, 바위의 균열된 틈새, 물웅덩이 등에 서식한다. 동물, 식물, 그리고 균류의 세포는 모두 핵을 갖고 있는 진핵세포이다. 핵막이 용해되면서 핵이 소실되고  염색체가 나타난다. 염색체를 만드는 것은 붉은 색의 염색질(chromatin)인데 이 염색질이 응축해서 눈에 보이는 염색체가 되는데 이 수는 종에 따라서 다르다. 이 염색체가 복제되어 분할되는 것이 유사분열인데 이것은 핵을 가진 초기 생물체에서 진화했다. 유사분열을 하는 유영성의 단세포생물에 또 다른 유형의 자유생활자인 미생물인 산소호흡 박테리아가 통합되어 합체되었다. 이렇게 해서 크고 복잡한 세포가 생겨났다. 이 산소를 호흡하는 3중 결합체(호산, 호열 박테리아, 유영성 박테리아, 그리고 산소 호흡 박테리아)는 작은 입자의 먹이를 삼킬 수 있게 되었다. 이 복잡한 놀라운 생명체는 20억년 전 지구상에 처음으로 출현하였다.

이 제2의 합병체 즉 산소호흡을 하는 혐기성의 유영성 박테리아는 이 3개의 구성요소를 가지고 대기 중에 축적되고 있는 산소의 독성에 대처할 수 있는 세포가 되었다. 유영성 박테리아, 호산성과 호열성의 고박테리아, 그리고 산소호흡 박테리아 이 3자 연대를 통해 합체된 개체는 그 후 모든 생명체들의 조상이 되었다. 복합적 세포가 생성된 마지막 장면은 이 세포가 광합성 박테리아를 먹이로 삼킨 다음 소화시키지 못해 그것이 박테리아의 체내에 잔류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엽록체이다. 해빛을 좋아하는 박테리아가 제 4의 파트너로서 통합된 것이다. 이 최종적 합체에서 유영성의 녹조가 출현했다. 이 최후의 합체에서 생성된 유영성의 녹조는 오늘날의 식물세포의 조상이다. 그러나 그 개개의 구성자들은 여전히 유영성의 세포로서, 발효성의 세포로서, 또는 산소를 호흡하는 세포로서 독립적 세포로서 살고 있다.(그림1)

 

그림 1 연속공생설(SET)의 계통도

 

이 분야에서 나의 기여는 연속 세포내 공생의 진상을 상세히 밝힌 것이다. 그 가운데 중심적인 것은 동식물이나 여타 진핵생물체의 핵 밖의 세포질에 있는 "과외" 유전자(extra genes)는 "벌거벗은 유전자"(naked genes)가 아니고 박테리아의 유전자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격렬한 투쟁 후 맺어진 정전협정의 산물이다. 오래 전에 삼켜져서 다른 박테리아의 몸 속에 포박된 박테리아는 세포소기관이 되었다. "시아노박테리아"라고 부르는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녹색 박테리아는 오늘날에도 연못이나 계곡, 진흙 속이나 해변의 모래 속에 번성하고 있다. 그들의 친척은 더 큰 유기체 즉 식물이나 동물과 동거하고 있다.

초기의 식물유전학자들이 식물세포의 염색체에서 유전자를 발견하고 놀랐지만 알고 보면 놀랄 것도 없다. 그들은 항상 거기에 있었다. 시아노박테리아의 녹색 후손들은 항상 식물세포 속에 있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범위한 성공을 거둔 생물체이다. 그것은 목욕탕의 샤워 커텐을 덮고 있고 수영장, 연못, 화장실에서도 녹색의 흔적을 만들고 있다. 따뜻하고 햇빛만 비추어준다면 며칠 안에 녹색의 얼룩을 만든다. 대부분의 시아노박테리아는 자유생활자이지만 그 중 일부는 공생체로서 여러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시아노박테리아와 엽록체가 가까운 친척이듯이 미토콘드리아도 산소를 호흡하는 박테리아와 관련이 있다. 동식물의 미토콘드리아의 직계조상이 독립생활하는 박테리아라는 나의 주장은 또한 학자들 사이에 무시되어 왔다. 세포내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동물, 식물 그리고 균류의 세포 내에서 화학에너지를 생산한다. 또한 이 미토콘드리아는 이 동물, 식물, 군류의 선조격인 단세포 생물체들의 세포 안에도 상주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본다면 인간이 아니라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지구의 지배적 생명형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이 있는 어떤 곳에든 미토콘드리아는 있다. 우리의 내부에 들어와 있으면서 대사 활동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근육의 움직임, 소화 작용 그리고 사유를 위한 뇌의 작동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한다.

러시아의 발명가 콘스탄틴 메레츠코프스키(Konstantin Mrezhkovky)는 공생적 합체를 통한 새로운 기관과 유기체의 형성이라는 공생발생설(Symbiogenesis)의 개념을 제안했다. 나는 그것이 진화의 기본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큰 모든 유기체들은 한 때는 독립적 미생물이었다가 합체되어 더 큰 전체로 된 것들이다. 합체됨에 따라 그들이 독립적 단위였을 때 갖고 있던 것들을 잃어버렸다.

나는 내가 연속공생설(S.E.T;serial endosymbiosis theory)의 4 단계 가운데 3 단계의 규명에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세포분열의 기원에 연관된 4 단계 가운데 세 단계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세포의 기본물질인 세포질은 고박테리아의 후손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특히 단백질을 만드는 대사의 대부분은 호열,호산성 박테리아에서 온 것이다.(단계1) 진핵세포내에서 산소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지금의 홍색 박테리아 또는 프로테오 박테리아(purple bacteria 또는 proteobacteria)에서 진화했다.(단계3) 조류나 식물의 엽록체나 색소체는 한때는 자유생활자였던 광합성하는 시아노박테리아였다.(단계4) 단계2는 아직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

유영기관인 섬모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단계2와 관련된 큰 논쟁꺼리가 남아있다. 이곳이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내가 의견을 달리하는 곳이다. 밴쿠버의 브리티쉬 콜럼비아 대학의 막스 테일러(Max Taylor)는 나의 공생이론을 "과격한 SET"라 비판하는데 많은 학자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막스 테일러와 그의 동료 카발리어 스미스(Cavalier Smith)는 초기 진핵세포의 기원에 관해서 공생이론 보다는 비공생적 분지이론(branching theory)을 주장한다. 이 가설은 아직까지 다수가 받아들이고 있는 설이다. 그러나 아직 그 정체는 분명하지 않지만 제 2의 박테리아 파터너가 태고의 공생을 통한 연대에 관여했으리라 생각되는 증거가 있다. 첫째와 둘째 파트너의 영구적 융합인 최초의 합체는 아주 중요한 사건인데 그것이 일어났다. 이 최초의 합체의 유산은 오늘날 찾아내기가 모호하고 어렵지만은 그 단서가 남아있고 우리는 그 단서를 찾았다. 유영하는 미생물이 진핵세포의 출현의 초기단계에 공생관계를 확립했다는 나의 주장은 나의 이론에서 가장 약한 고리이다. 이 최초의 합체는 20억년 전에 일어났으리라고 생각한다. 연속 세포내 공생설의 주요 개념은 섬모, 정자의 꼬리, 감각모 기타 진핵세포의 다른 기관들은 고박테리아와 유영성 박테리아의 초기의 융합에서 출현했다는 것이다. 10년안에 이것이 입증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4번 붙어서 4번 다 이긴 셈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장에서 내가 왜 이 소수설에 집착해서 평생을 여기에 대한 증거를 찾는데 쏟아 부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어떤 동료 학자들은 나에게 "전투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또 어떤 학자는 내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나의 가설에 유리한 증거는 모으고 반대되는 데이터는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 비판은 어쩌면 맞을지 모르겠다.

공생을 통해서 합체된 박테리아는 그들의 한 때 독립적 생물체였을 때의 흔적을 남겨두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 둘 다 그 크기와 형태가 박테리아와 유사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소기관들은 세포질 속에서 발견되지만 핵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 둘다 세포 내에서 증식하지만 그들이 속해 있는 세포와는 번식 방식이 다르고 또 시간도 다르다. 최초의 합체 후에 10억년이 지났지만 그 자신의 DNA를 보존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리보솜의 DNA는 오늘날 자유생활을 하는 산소호흡 박테리아의 그것과 아주 인상적으로 닮았다. 색소체의 리보솜 유전자는 시아노박테리아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1970년대 초 조류(藻類) 세포의  색소체의 DNA의 뉴클레오티드 서열을 자유생활하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서열을 비교했는데 이 엽록체의 DNA는 모세포인 조류세포의 DNA 보다 시아노박테리아의 DNA와 훨씬 더 유사했다. 이제 논쟁은 끝난 것이다. 이 셋(핵, 세포소기관, 자유생활 박테리아)의 염기서열의 비교에 의해서 색소체가 박테리아에서 유래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경우에도 그것이 입증되었다. 이것을 증언하기 위해 타임머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닌 셈이다.

막스 테일러는 해양 미생물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이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이것을 dianoflagellates 라고 부르는데 나는 이것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이 용어에 들어있는  flagella은 편모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박테리아에만 있고 진핵세포에는 없기 때문이다.

막스 테일러는 나의 연속공생설에 대한 대안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70년대 초에 세포소기관의 기원에 대해서 "내생설" 또는 "직접 파생설"을 제안했다. 이것은 나의 견해와 명백히 대립되는 것으로 미토콘드리아, 섬모 그리고 엽록체가 공생에 관계없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핵에서 뽑은  DNA의 일부에서 발생한 것이며 결코 이상한 박테리아가 아니라 원래 세포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 직접 파생설은 막스의 이론의 귀결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의 주류적 견해인 분지에 의한 진화라는 암묵적 가정과 잘 부합하는 것이다.

막스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정리해서 직접 파생설과 공생설의  여러 변형 가설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한쪽 극단에 있는 직접 파생설은 세포의 공생 자체를 부인한다. 진핵세포는 어떤 한 종류의 박테리아 조상에서 직접 진화한 것 즉 단일 조상에서 변이를 통해 생겨난 것이다. 색소체는 조류나 식물 속의 광합성하는 세포소기관들을 가리키는 말로 녹조류나 그 자손인 식물 속에 있는 유명한 엽록체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홍조류의 홍색체(rhodoplasts)나 규조류나 갈조류 기타 조류들에서 발견되는 갈색체(brown phaeoplasts)도 그 갈래들이다. 공생론의 가장 온건한 형태는 색소체만이 광합성 박테리아에서 기인한 것이며 미토콘드리아와 기타 세포소기관들은 공생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핵에서 빠져나온 유전자에서 직접 파생되었다는 견해이다. 색소체에 부가해서 미토콘드리아까지 공생체로 받아들이는 중간적 SET도 있다. 이 견해는 이제 논의의 여지가 없다. 이것을 지지하는 아주 많은 증거들이 나왔고 이제 교과서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막스 테일러는 나를 "과격한 공생론자"로 비판하는데 꼭 과장된 것은 아니다. 빈약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영성의 세포소기관의 박테리아 기원을 믿는다.(그림2)

 

그림 2 스피로헤타가 숙주의 꼬리에 부착해서 파동모가 된다.

 

 그 외 다른 유형의 세포소기관(도식에서의 단계2)도 박테리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한다. 섬모, 정자의 꼬리, 감각돌기 그리고 그 외 편상(鞭狀) 세포들의 하단에 단계2에서 나온 중심립-키네토솜(centriole-kinetosome)이라 불리는 작은 점 같은 소체들이 부착되어 있다. 단계2의 소기관들은 미토콘드리아나 색소체 보다 더 오래 전에 세포 속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그 진화의 역사를 추적하기가 더 어렵다. 단계2의 소기관들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일어나는 어려움의 일부는 세포의 운동에 관여하는 이런 유형의 구조들을 지칭하는 이름들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의 이론을 지지하는 중요한 부분은 섬모의 하단에 있는 소체들이다. 이 수수께끼의 소체 중심립-키네토솜은 작은 씨앗처럼 작용한다. 정자의 꼬리나 섬모 그리고 세포의 유사 분열 시에 염색체를 이동시키는데 필수적 역할을 하는 방추사(spindler) 등이 이 조그마한 씨앗이 커진 것이라니 거의 마법이라 할 만 하다. 세포는 계통에 따라 중심립-키네토솜이 하나인 경우와 다수인 경우가 있는데 중심립(centriole)과 연결되어 생겨나는 경우와 다른 것과 연관없이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벌거벗은 세포가 많은 중심립-키네토솜의 "씨앗"들을 만들어 동시에 많은 돌기물들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중심립-키네토솜의 씨앗들은 미소관(microtubules)이라는 가느다란 단백질의 관이 될 수도 있다. 이 관의 벽을 이루는 단백질을 튜불린(tubulin)이라고 부른다.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의 공생적 기원이 수용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 두 세포소기관이 핵과는 별도의 DNA를 갖고 있으며 그 스타일과 구조에 있어서 박테리아와의 그 명백한 유사성이 알려지면서이다. 이 세포소기관의 DNA는 자신 특유의 단백질을 코드화하고 있다. 단백질 합성은 자유생활하는 박테리아에서와 마찬가지로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 내부에서 행해진다. 달하우지 대학 (Dalhousie University in Halifax)의 분자생물학자 포드 둘리틀(Ford Doolittle)과 마이클 그레이(Michael Gray)는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의 염기서열이 자유생활하는 박테리아와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것과 기타 여러 증거들에 기초해서 SET의 온건론- 넷 단계 가운데 셋 단계를 수용하는 입장- 에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나의 극단론의 경우는 어떤가? 진핵세포의 중심립-키네토솜의 선조형의 흔적이 오늘날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진핵세포가 형성된 최초의 출발이 이 중심립-키네토솜 박테리아의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맞다면 공생이 모든 형태의 진핵세포 생명체와 박테리아를 구분짓는 요인이다. 유기체는 공생에 의해 진화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가 둘 중 하나이며 그 중간은 없다. 모든 진핵생물은 고박테리아가 중심립-키네토솜의 선조인 박테리아와 융합에 의한 공생발생에 그 기원을 둔다. 이 중심립-키네토솜으로 변신한 이 신참자의 친척으로 자유생활하는 박테리아가 아직도 있다. 그것이 스피로헤타(spirochetes)라는 박테리아이다. 이 박테리아의 조상은 굶주린 포식자로서 오늘날 서모플라스마(thermoplasma)와 유사한 고박테리아 속으로 침투해들어 갔을 것이다. 그 침입 후에 휴전이 따라왔다. 스피로헤타와 고박테리아가 합체되면서 최초의 진핵세포가 출현했다고 나는 본다. 진핵세포는 공생발생에 의해서 진화했다.

SET의 과격한 버전은 이외에도 또 있다. 미우주항공국의 에임스 연구소의 연구원인 하이만 하르트만(Hyman Hartman) 박사는 세부적 설명없이 핵 그 자체가 자유생활하던 박테리아였다고 주장한다. 핵을 공생체로 보는 견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하르트만이 아니고 1921년에 사망한 러시아 과학자인 메르츠코프스키였다. 그는 미토콘드리아가 공생체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가 글을 썼을 당시 그나 또 어느 누구도 미토콘드리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출력을 가진 전자현미경이 출현하기 전까지  이 세포내의 작은 구조물 -뒤에 미토콘드리아로 지칭된-을 지칭하는 용어가 무려 20가지 이상이나 있었다. 이것은 현미경의 기능의 개선과 함께 60년대 중반에 와서 잘 알려지게 되었고 그와 함께 용어도 통일되었다.

나는 핵이 공생의 기원이라는 하르트만이나 메레츠코프스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한 자유생활하는 미생물로서 핵과 같은 것은 없다. 핵은 내 생각으로 서모플라스마형의 박테리아와 스피로헤타형의 박테리아의 불편한 동거에 대한 해소책으로 진화했다. 새로운 세포가 출현했고 그것은 대형화되었고 상호작용하는 막들이 많이 생겨났다. 진핵세포의 유전학은 그 기원의 2중성으로 해서 아주 복잡해졌다.

맥마스터 대학의 래드니 굽타(Radney Gupta)는 초기 진핵세포의 "키메라적"(chimeric) 본성에 관한 난해하지만 상세한 증거를 제시했다. 굽타의 논증은 필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의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나 기준은 나와 다르지만 기본적 아이디어는 같다. 박테리아들의 합체를 통해서 핵막을 가진 최초의 진핵세포의 조상이 출현했다.

진핵세포의 출현은 지구상에서의 생명의 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혁신이었다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핵을 가진 미생물은 작은 혐기성의 유영성 생물이었다. 오늘날 이것은 원생물계(protocist kingdom)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박테리아 크기 정도이다. 이것들은 산소가 없는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핵을 가지고 있고 기타 진핵세포 생물체로서 특성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아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가? 탈수, 기근, 독성물질 등에 노출되어 있는 세포 밖의 환경에 비해서 세포 안은 수분과 영양이 풍부하다. 고박테리아의 세포막을 뚫고 안으로 침투한 스피로헤타(또는 유영성 박테리아)는 계속해서 공급되는 에너지와 음식을 마음껏 즐겼을 것이다. 공격자와 피해자의 재생산율은 어느 일정선에서 상호조율된다. 유영성 박테리아의 지나친 번성은 종국적으로 자신의 집을 망쳐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격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생체가 되었고 종국에는 세포내 소기관들이 되었다. 새로운 생존전략이 합체 이후에 나타났다. 산소에 취약한 포식성 박테리아가 고박테리아의 내부 가장자리로 침투해온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이 포식자에 감염되면서 고박테리아는 이동속도가 빨라지는데 이 외래 침입자의 끊임없는 움직임 때문이다. 진핵세포는 유사분열이라고 하는 염색체의 춤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둘로 나뉘어 지는데 이런 종류의 세포분열은 스피로헤타의 멈추지 않는 운동습성에서 유래한다.

나는 이 과격한 가설을 계속해서 시험하고 있다. 우리의 가설적 시나리오는 합체된 이 태고의 생물체들은 진핵세포내에서 일어나는 거동과 화학적 반응을 통해서 탐지될 수 있다는데 기초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완전한 확신을 위해서 좀더 많은 증거를 필요로 한다.

진화에 있어서는 사건이 발생하는 순서가 아주 중요하다. 코르크 마개처럼 생긴 스피로헤타는 미생물 세계에서의 빨리 달리기 주자(sprinter)로서 돌돌말린 뱀처럼 생겼다. 진흙, 점액, 생체 조직 같은 점성의 액체를 이 박테리아는 앞, 뒤, 좌, 우로 빨리 이동한다. 먼 과거의 이 스피로헤타의 조상은 오늘의 그 후손들처럼 다른 박테리아에 비해 몸이 잽쌌을 것이다. 이 잽싼 스피로헤타가 고박테리아의 속으로 침입해서 그 숙주와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서 살아남았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그 자손은 유사분열에서의 염색체 이동과 기타 복잡한 세포활동에 있어서 -아직 다 해명되고 있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파트너들은 깊숙이 융합되어서 그 기원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는 모든 세포는 태고의 스피로헤타의 유물인 미소세관을 갖고 있다. 그러한 구조는 스피로헤타-고박테리아의 공생이 제일 먼저 이루어졌다는 주장과 잘 부합한다. 오늘날 유사분열을 하는 혐기성의 유영성 박테리아 가운데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있다. 모든 진핵세포의 공통조상인 유사분열형의 박테리아 공생체는  산소가 대기 속에 철저히 침투하기 전에 진화했다.

오늘날의 스피로헤타는 산소가 풍부한 곳과 희박한 곳 모두에 살고 있다. 가끔 인근의 생물에 들어붙는데 생물학자들이 그 부착부를 중심립-키네토솜과 혼동하고 그것을 숙주의 섬모로 착각할 만큼 교묘하다. 오늘날 스피로헤타는 목재를 파먹고 사는 곤충의 장 속에 대량으로 서식하며 어떤 종류는 인간의 장이나 고환 속에서 서식한다. 또 어떤 것은 진흙 속에서 살고 또 어떤 것은 섬모충이나 트리코모나드와 같은 원생동물의 장막속에서 산다. 스피로헤타는 습하고 영양이 풍부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스피로헤타의 일생이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먹고 자신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박테리아 스타일로 세로로 갈라지면서 번식한다. 스피로헤타의 섬모로의 변형은 약탈하고자 한 숙주 박테리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작되었다. 많은 스피로헤타의 통합으로 이들의 상호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최초의 원생생물체(protist)가 진화했다.

나는 SET의 이 마지막 단계가 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많은 동료들은 오히려 내가 이것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중심립-키네토솜은 우호적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처럼 세포분열 시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결코 없다. 많은 세포에서 중심립(centriole)은 유사분열이 완료되자 말자 축을 성장시키기 위해 키네토솜(kinetosome)으로 변형된다. 이것은 이 둘이 동일한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1898년에 파리대학의 생리학 교수인 헤네가이(L.F.Henneguy)와 부다페스트의  폰 렌호섹(von Lenhossek)는 동물세포에서 중심립과 키네토솜의 동일성에 주목했다. 유사분열 후 중심체가 극으로 이동해서 섬모의 키네토솜이 된다는 주장은 오늘날 "헤네가이-렌호섹 가설"로 불리워지고 있다. 이것은 뒤 -이 때쯤 두 과학자는 사망한 뒤이지만- 전자 현미경에 의해서 그 타당성이 입증되었으며 이것에 고무되어 나는 그 동일성에 기초해서 중심립-키네토솜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스피로헤타는 본래 고박테리아에 부착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공생을 통한 통합이 진행됨에 따라 부착점은 오늘날의 중심립-키네토솜이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는 진핵세포의 내부에 있는 스피로헤타 공생체로 여겨지는 흔적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체셔의 고양이와 비교하고 있다. 고양이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공중에 불가사의한 웃음을 남기고 있는 것처럼, " 유기체는 자신의 일부를 상실하면서 배경 속으로 녹아들지만 그 흔적을 통해 그 원래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다."  소멸된 것처럼 보이지만 파트너의 내부 속에 의연히 살아있다. 이 합체가 완료된 다음에는 각각의 유전적 기여도를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그림 3 파동모의 단면. 2개씩 9쌍이 1조가 되어 있다. 중앙

에 2개가 있으므로 9(2)+2의 구조이다.

실험실에서 우리는 유기체나 또 그것의 세포소기관에서 보다 자유생활하는 스피로헤타 박테리아나 섬모 속에 더 많은 핵산과 단백질을 찾았다. 이런 실험들이 대부분 의학적 목적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이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관심사가 진화가 아니지만 나는 주로 그 발견물을 검토해 왔다.

 어떤 세포는 절대온도 0도 가까이에서도 동결을 이겨낸다. 대사가 중단된다. 음식, 배설물, 에너지의 흐름이 중단된다. 다시 열이 가해지면 세포는 다시 기능하고 성장도 재개된다. 세포도 기억이 있다. 그 정보는 세포의 구조 안에 기록된다. 절단된 꼬리를 적절히 조절된 영양액 속에 넣으면 이것은 핵도, 미토콘드리아도, 심지어는 외막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가량이나 계속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자의 꼬리, 원생생물인 섬모충의 섬모, 여성의 난관세포, 목안의 섬모 등(이 모두는 9개의 미소관이 모여 1조가 되어 있는 파동모의 형태로 되어 있다. 그림3)은 모두 고박테리아와 합체된 스피로헤타에서 유래된 것이다. 나는 운동성 단백질의 유전자나 진화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더 중요한 운동성 단백질과 연관된 다른 단백질들이 모두 동정되어 그 염기서열이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중심립-키네토솜의 박테리아 기원설에 관한 아주 중요한 데이터는 녹색의 유영성의 미생물의 DNA 속에 남아있는 어떤 흔적이다. 록펠러 대학의 존 홀(John Hall), 데이비드 럭(David Luck) ,그리고 젠타 라마니스(Zenta Ramanis) 등은 녹조 Chlamydomonas 속에서 중심립-키네토솜을 만들어내는 정보를 코드화하고 있는 특수한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것은 일반적인 핵내의 유전자들과는 별도로 그룹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이 연구보고서를 읽자말자 "과격한인" SET가 타당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직 아무도 중심립-키네토솜 DNA를 다른 DNA와 분리할 수 없고 그래서 이것을 자유생활하는 스피로헤타의 그것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이 과학자들은 중심립-키네토솜과 파동모에 연관된 한 조의 특수 유전자가 핵내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2개로 분열하는 조류의 중심립-키네토솜에 아주 근접해 있는 DNA를 촬영했다. 세포의 발달의 어떤 단계에서 중심립-키네토솜 DNA는 핵의 다른 일반 DNA와 구분되게 되지만 세포의 유사분열 동안에 모든 여타의 염색체 DNA와 결합되어 있다.

예일 대학의 조엘 로젠바움(Joel Rosenbaum) 은 동일한 녹조에서 중심립-키네토솜을 검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의 존재를 부인했다. 스피로헤타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는 상황적인 증거 조차도 아주 빈약하다. 나는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굽타의 가설에 있는 비유황대사형인 녹색의 진성 박테리아와 같은 비스피로헤타형의 박테리아가 오래전에 다른 세포와 융합된 것인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최초의 유영성의 진핵생물의 기원에는 공생이 관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칼 뵈제와 막스 테일러의 동료인 캐빌리어 스미스는 모두 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태고의 원생생물의 기원에서 공생이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태고의 미생물이 집단의 스피드를 크게 증가시켰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해서 설록 홈즈의 복잡한 추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과 같은 가동성을 가진 후손이 아직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뇌의 뉴런이나 신경세포 그리고 말초신경에는 튜불린 단백질로 된 미소관이 풍부하다. 똑같은 미소관이 섬모, 정자의 꼬리, 그리고 중심립-키네토솜의 벽을 만든다. 신경세포의 연장체로서 뇌의 정보를 처리하는 축색과 수상돌기 모두 미소관으로 만들어져 있다. 나의 과격한 공생발달설이 옳다면 우리의 뇌와 지금 이 문장을 읽는데 필요한 사고력은 박테리아 내에서 최초로 진화한 단백질 미소관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의 연구에서 나의 스피로헤타 가설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더라도 공생에 관한 생각 그 자체는 공생적 현상이다. 우리가 들이키는 산소는 혈류를 타고 우리 뇌로 들어와 합체되기 전에 호흡성 박테리아였던 미토콘드리아에 의해서 즉각 대사되어진다. 스피로헤타가 우리 속에 필수적 존재로 들어있든지 아니든 간에 그것에 상관없이 우리는 공생적 행성 속에 살고 있는 공생적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