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명의 디자인과 자연의 미학

스위프트는 갈릴레오의 책을 읽었을까?(2000.9)

 

스위프트는 갈릴레오의 책을 읽었을까?

다층적 존재론의 복원을 위한 시론

 

 

1.흔히들 하는 착각

 

다음글은 『생활속의 수학』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상에 실린 글이다.흔히들 하는 착각이기 때문에 우리의 문제를 풀어가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아 여기에 전재한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걸리버가 난쟁이 나라에 도착하였을 때, 그 곳 릴리푸트(소인국) 사람들은 그에게 매일 릴리푸트인 1728인분의 음식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걸리버의 말을 들어 보면, 그의 식사는 다음과 같이 요란스러운 것이었다.

 

"300명의 요리사가 내 식사를 준비하였으며, 내 집 주위에는 다른 작은 집들이 세워지고, 거기서 요리사들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요리를 하였다. 식사 때마다 나는 20명의 급사를 식탁 위에 올려 주었다. 그러면 100명쯤의 또 다른 급사들이 대령하고 있어서, 어떤 사람은 음식 접시를 내밀고, 어떤 사람들은 포도주며 다른 음료를 담은 통을 두 사람씩 어깨에 걸친 막대로 운반하기도 하였다. 식탁 위에 있는 급사는 내가 원하는 것을 밧줄과 도르래를 이용하여 무엇이건 끌어올렸다."

 

또 걸리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를 서울로 보내는데 가장 큰 말 1500필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릴리푸트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계산하였기에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걸리버에게 제공하였던 것일까? 또, 단 한 사람의 시중을 드는데 이처럼 많은 급사가 필요하였을까? 걸리버의 키는 기껏해야 릴리푸트인들보다 12배 컸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걸리버와 이 난쟁이 나라의 말의 크기가 아무리 차이가 있었다 하여도 1500필이란 숫자는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릴리푸트인들의 키는 걸리버의 12배이기 때문에, 몸 전체의 크기(부피)는 12×12×12, 곧 1728에 해당한다. 따라서 릴리푸트인들보다 12배 큰 걸리버는 목숨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1728인분의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이렇게 따지면 요리사의 수가 그렇게 많았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728인분의 요리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요리사가 6인분의 요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하여도 300명쯤은 필요하였을 것이다. 시중꾼이 100명쯤 되었다는 것도 이 사실로 미루어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믿어진다.(걸리버의 요란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장면)

 또 걸리버의 몸의 부피가 릴리푸트인의 1728배였기 때문에 물론 그의 몸무게도 그만큼 무거워야 한다. 그를 말로 운반하는 것은 1728명의 릴리푸트인 어른을 한꺼번에 운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엄청난 작업이다.

 걸리버를 태운 운반차를 끄는 이 난장이 나라의 말이 왜 이토록 많이 필요하였는지를 이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쓴 스위프트는 정확하게 셈을 하고 있는 셈이다.(과연 그럴까?)

 

여기서 단순히 전제하고 있는 것은 몸무게가 1728배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먹어야한다는 것이다.상식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단위몸무게당 먹이섭취량으로 환산해서 보면 생쥐가 코끼리 보다 훨씬 많이 먹는다. 생쥐는 자신의 몸무게의 반에 해당하는 음식을 날마다 먹어야 하고 그 보다 더 작은 벌새는 날마다 자기 몸무게 이상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몸무게가 작을수록 단위무게당 음식량은 증가한다.거꾸로 말해서 걸리버는 릴리푸트인의 1728배의 음식을 먹어야할 필요는 없다.이것은 생물의 代謝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이하에서 다시 재론하기로 한다.

다음에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은 크기와 형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크기는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생쥐를 확대시켜 생쥐코끼리를 만들 수 없고,코끼리를 축소시켜 코끼리생쥐를 만들 수 없다.(이런 것들이 과연 가능할까?거대한 벌,거대한 쥐)이것은 일찍이 갈릴레오가 『두과학에 관한 대화』에서 지적한 것이다.그러나 걸리버나 릴리푸트인은 그 크기만 다를 뿐 형태는 그대로이다.릴리푸트인은 그 크기에 인간의 형태를 가질 수 없다.그러나 우리의 착각은 계속된다.영화 『킹콩』은 고릴라를 그대로 확대시킨 것이고 『얘들이 줄었어요』에서 축소된 주인공들은 크기만 줄었을 뿐 형태는 그대로이다.(앞서 논의한 크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형태를 유지하는  등각나선의 패턴은 이것의 예외이다.걸리버가 조개나 소라와 같은 연체동물이었다면 적어도 형태에 있어서는 걸리버의 논의가 유효하다.)

 

 

 2. 크기가 형태를 바꾼다.

 

크기와 형태간의 문제를 검토해 보자.이것은 갈릴레이에 의해서 지적된 것이다.포유류의 경우 그 몸통의 무게를 지탱하는 것은 다리이다.동물의 무게가 증가하게 되면 그에 맞춰 그것을 지지하는 다리도 굵어져야 한다.여기까지는 상식이다.그러나 그 다리의 굵기가 무게의 증가율 이상으로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 갈릴레이의 결론이었다.그럴 경우 그 형태가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그러므로 거인국의 거인족은 훨씬 뚱뚱해지지 않으면 안되고 소인족인 릴리푸트인은 훨씬 날씬해지지 않으면 안된다.(코끼리의 두터운 다리홍학의 날씬한 다리를 비교해 보라)

몸길이가 3배로 늘어났다고 하자.몸의 길이와 폭,그리고 높이 까지 3배로 늘어났다고 해보자.그럴 경우 체중은 길이의 3제곱에 비례하므로 27배(33)가 된다.다리가 지탱할 수 있는 무게는 다리의 단면적에 비례하므로 단면적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단면적이 27배가 되려면 지름은 5.2배(

)가 되어야한다.다리의 길이를 비롯한 몸의 각 부분을 모두 3배의 길이로 하려면 다리의 굵기는 훨씬 많은 5.2배로 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완전히 똑같은 모양을 유지한채 크기가 몇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그러므로 갈리버 여행기의 거인족과 소인족은 모두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거인은 보다 뚱뚱하고 몽땅해져야 하고 소인은 보다 가늘어져야 한다.(인간의 잘못된 신체비례.세계최대의 거인과 최소의 소인)

아래는 갈릴레오의  유명한 저서『두 과학에 대한 대화』에 나오는 그림과 글의 인용이다.1)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기 조그마한 뼈 하나와 그 길이를 3배로 늘였을 때 이 큰 뼈가 큰 동물의 몸에서 작은 뼈가 작은 동물의 몸에서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두께를 늘인 것을 그렸네.이 그림을 보면 큰뼈의 길이와 두께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지.그러므로 어마어마한 거인이 보통사람과 뼈의 생김새가 같다고 한다면 그 뼈가 훨씬 더 튼튼하고 단단한 물질로 되어 있어야지 안그러면 보통 사람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약해지게 돼.키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숴져 쓰러질 거야.

반대로 덩치가 작아지면 힘이 그에 비례해 작아지는 것이 아니야.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보면 덩치가 클 때 보다 힘이 더 세.그래서 조그만 개는 같은 크기의 개 두세마리를 등에 업고 갈 수 있지만 말은 자기 크기의 말 한 마리도 등에 업고 움직일 수 없어.

 

그런데 갈릴레오의 그림이 과장되어 있다.그림상으로 보아 뼈의 반경이 9배 증가한 것으로 그려져 있는데 체중의 증대는 단면적에 비례함으로 27배 증대했기 때문에 단면적은 27배로 증대되고 그 반경은

배(5.2..) 증가하는데 그친다.이것을 다시 그리면 다음과 같다.키의 증대(3) 이상으로 굵기의 증대(5.2)가 일어나고 있음을 이 그림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확대시켰을 때 뼈의 재질을 보다 강도 높은 것으로 바꾸면 걸리버형 거인형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그러나 지구상의 동물들은 크든,작든 상관없이 칼슘의 인회석이라는 동일한 성분으로 되어 있다.따라서 증가하는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 뼈의 단면적이 무게에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으면 안된다.그와 함께 길이도 증가함으로 길이의 증가분을 여기에 곱해주어야 한다.무게를 W라하면 길이는 W1/3로 표시할 수 있다.그러면 뼈가 지탱해야 하는 총무게는 단면적W와 그 길이 W1/3의 곱이다.

다시 정리해 보자.뼈의 무게W는 뼈의 단면적에 뼈의 길이를 곱한 것에 비례한다.뼈의 단면적은 그것이 지탱해야하는 체중W에 비례하고 뼈의 길이는 몸길이에 비례하므로 뼈의 무게는 체중W의 1.33제곱에 비례한다.

 

뼈의 무게

∝뼈의 단면적× 뼈의 길이

∝W× W1/3

∝W4/3= W1.33

 

여기까지가 이론적으로 따져 본 것이다.그럼 실제 동물에서 어떨까?사람의 경우 뼈가 체중의 15%를 차지한다.사람보다 훨씬 큰 코끼리(3톤)의 경우 20%이상,훨씬 작은 바늘두더쥐(3g)의 경우 3.5%여서 역시 큰 동물은 몸전체에서 골격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

그러나 모두가 예측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조금전의 이론적 예측에서는 골격계의 무게가 체중의 1.33제곱에 비례한다고 했다.그러나 실제로는 1.09제곱에 비례한다.체중의 증가 보다 골격계의 무게의 증가 정도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론적 예측 만큼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면 실제 동물의 경우는 어떤가?포유류의 뼈에 관한 상당한 자료가 프레인지(Prange) 등에 의해서 수집되었다.2)그 결과는 1.04와 1.12사이에 분포되어 있으며 평균 1.08 정도이다.이것은 1.33으로 계산한 이론값과는 차이가 난다.아래 그림은 그 자료를 로그눈금으로 표시한 것이다.(로그눈금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면 여기를 클릭하세요)로그눈금으로 표시하면 종에 관계없이 모두 일직선상에 분포하고 있다.이것이 의미하는바는 체중의 증가에 따라 골격계의 증가가 일어나지만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적 고찰에서 빠뜨린 중요한 것이 있다.포유동물의 뼈는 단순히 몸무게를 지탱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계산을 도출했다.그러나 동물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움직이는 동안 가속되거나 감속되고 있다.이 작용에 의해서 부숴지거나 짜부라지지 않도록 몸을 유지하는 기능도 골격계안에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대해서 모토카와 타츠오는 설득력있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3)고양이 정도가 포유류의 표준적인 크기라고 해보자.고양이(5kg)의 골격계는 체중의 7%이다.이것을 기준으로 하여 만약 최초의 예측대로 골격계의 무게가 체중의 1.33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보면 어떻게 될까?체중을 500kg(말)까지 크게 하면 체중의 32%가 골격계의 무게가 되고 체중을 10.8톤(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세계최대의 아프리카 코끼리)까지 크게 하면 아예 88%가 뼈로 채워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물을 지을 때 기둥의 강도는 실제로 걸리는 힘 보다 몇배나 큰 힘에 견딜 수 있는 것을 사용한다.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책이다.필요한 최저한도 보다 몇배나 큰 힘에 견딜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을 안전계수라 한다.작은 동물에서는 이 안전계수가 상당히 크다.몸집이 큰 동물은 이 안전계수를 희생하여 몸전체에서 뼈가 차지하는 비율을 작게 억제함으로써 다른 장기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결국 작은 동물은 골격계의 강도에 상당한 여유를 갖지만 큰 동물일수록 강도에 여유가 없어져 버린다.10톤의 코끼리가 고양이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체의 거의 90%를 뼈로 채워야 하나 사실은 20%정도이다.이것은 그만큼 부숴지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쥐 정도는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괜찮다.사람이 뛰어내린다면 자살행위에 가깝다.큰 동물은 신중하게 행동함으로써 골격계의 강도에 여유가 없는 점에 대비한다.자세도 크기에 따라 변한다.쥐나 고양이를 보면 알수 있듯이 작은 동물들은 다리를 구부려서 걷는다.이는 날쌔게 돌진하기에 좋은 자세이다.야구에서 내야수가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낮추어 수비하는 것도 이때문이다.다만 이런 자세로는 다리뼈에 휘는 힘이 작용한다.한편 덩치가 큰 동물들은 다리를 똑바로 펴서 체중을 지탱한다.뼈는 압력에는 비교적 강하나 휨에는 약하기 때문에 큰 동물들은 민첩성을 희생하는 대신 골절의 위험을 줄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크기의 차이가 그 형태를 바꿀 뿐만 아니라 그 행동습성도 바꾸게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다음으로 앞서 제시한 걸리버의 식사량의 문제를 대사량과 크기의 문제와 연관시켜 검토해 보자.

 

   3.부피대 표면적

 

 

키가 릴리푸트인 보다 12배가 큰 걸리버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릴리푸트인 식사량의 몇인분을 준비해야 할까?체중이 1728배라고 해서 1728인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 것은 스위프트의 생물학에 대한 무지에서 온 것이다.그러면 과연 몇인분이 필요할까?이 문제를 풀기위해서 체중과 표면적간의 관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A의 체적은 1cm3이고 그것의 체적은 6cm2이다.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는 6이다.그림 B에서처럼 길이를 2배로 늘였을 경우 그것의 체적과 표면적은  8cm3에 24cm2이다.그러므로 B에서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는 24/8 즉 3이다.각변의 길이를 2배로 함으로써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6에서 3으로 반으로 줄었다.길이를 3cm로 늘이면 그 비는 54/27=2가 된다.일반적으로 입방체의 경우 넓이는 6l2이고 체적은 l3이다.그래서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아래 표는 이 계산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체적이 증가하면 단위체적에 대한 표면적은 줄어든다.물론 그 감소비율은 입방체,구형 등 형태에 따라서 달라진다.그러나 표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에서는 어떤 형태이든 동일하다.

물론 표면적의 절대량은 늘어난다.그러나 단위체적에 대한 표면적은 체적의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줄어든다.생물학에서는 보통 이것을 로그눈금으로 나타낸다.아래 표는 실제 포유류의 체적대 표면적의 관계를 로그눈금을 사용해서 그린 것이다.. 여기서 체적이 102일 경우 표면적은 102이고 그 비는 1이지만 체적이 105의 경우 표면적은 104이 되어 그 비는 1/10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면적과 부피간에는 일정한 산수적 관계가 있다.즉 표면적(s)은 길이(l)의 제곱으로 늘어나는데 대해 부피(v)는 길이의 세제곱으로 늘어난다.그 결과 동물에 있어 표면적은 체중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체중의 2/3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

 

(1)s∝l2

(2)v∝l3   

동물의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고 비중이 1이므로 부피가 바로 체중이다.그러므로 (2)식에서

(3)l∝w1/3

(3)식을 (1)식에 대입하면

(4)s∝w2/3  

 

사실 표면적대 부피의 문제는 생명체의 활동의 영위에 있어서 기본적 관계이다.이것은 우선 체온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생명체에 있어서 표면은 중요하다.그것을 통해 열을 방출,또는 흡수함으로써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또 그것을 통해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와 산소를 흡수한다.사실 동물들의 소화계와 순환계는 표면적의 확보라는 방식에서 보면 일관성있게 이해할 수 있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몸집이 크질수록 체중당 표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열이 빠져 나가는 비율도 작아진다.그래서 같은 종이라면 추운지방의 동물이 몸집이 크다.이것을 베르크만의 규칙(Bergman's rule)이라고 한다.

이것은 표면적대 부피의 비율이 대사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몸집이 클수록 단위부피당 에너지 소모량은 줄어들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체중과 대사율간의 관계를 조사해 보면 2/3제곱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3/4제곱에 비례한다.그것은 왜 일까?

슈미터-닐센은 대사율을 결정하는데는 표면적대 부피의 요인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4)그것은 중력이다.몸안의 물질의 수송은 표면을 통하여 일어나는데 폐에서는 기체의 교환이,장에서는 영양물질의 교환이,또 세포막을 통한 물질의 교환도 일어나고 있다.이것을 위해서는 중력에 대해서 일을 해야하며 이것은 몸집 즉 중량이 많이 나갈수록 커진다.그러므로 대사율은 기본적으로 표면적의 법칙을 따르지만 여기에 이 비용이 부가되어야 한다.그래서 그 값이 2/3의 제곱 보다는 높은 3/4제곱으로 나타난다.만일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곳에서 진화한 동물이 있다고 한다면 3/4제곱이 아니라 2/3제곱에 비례할 것이다.이것은 꼭 가상적 상황만은 아니다.어류의 경우 중력의 역할이 육상동물에 비해 약하므로 그 대사율이 3/4제곱보다 약간 낮게 나타날 것이고 실제 그렇다.말하자면 덩치를 키우는 것이 육상에서 보다 바다에서 더 유리하다   이제 체중대 대사량의 문제를 살펴보자.

 

4.체중대 代謝量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에게는 '먹는다'는 것은 기본적 관심사이다.동물의 크기와 식사량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5)분명히 큰 동물일수록 많이 먹는다.동물원에서 코끼리나 하마가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중이 10배 되는 동물이 식사도 10배로 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식사량은 체중의 증가분 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식사량은 에너지 소비량과 관계가 있다.에너지는 음식물을 '태움'으로써 얻어진다.타고 있는 모닥불은 나무가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되는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급격하게 방출되는 경우인데 같은 산화과정이라도 동물의 체내에서는 산화가 아주 천천히 일어나서 열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동물은 호흡을 통하여 산소를 몸속으로 끌어들이고,산소를 이용하여 음식물을 산화시킨다.산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ATP(아데노신 3인산)라는 물질에 저장되며 이 ATP가 필요한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체내의 에너지 수요를 조달한다.산소가 없으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곧장 죽게 되는데 이는 ATP에 저장된 에너지가 금방 고갈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산소를 얼마나 사용했는가는 에너지 사용량의 좋은 지표이다.탄수화물,지방,단백질 가운데 어느 영양소를 태우더라도 발생하는 에너지양은 거의 같아서 산소 1리터당 20.1kj의 에너지가 얻어진다.그래서 에너지소비량을 산소소비량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산소소비량을 측정해보면 동물의 상태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이것은 당연한 일이다.달리기를 하면 숨을 크게 쉬어 공기를 많이 들어마시게 되고 음식물을 먹은 직후에는 소화를 위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까닭에 결국 산소소비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는 상태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때의 에너지 소비량을 "표준대사량"이라고 한다.이것은 개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에너지이므로 유지대사량이라고도 한다.표준대사량은 보통 단위시간당 산소를 얼마나 소비했는가,즉 대사의 속도(대사율)로 나타낸다.

체중이 가벼운 쥐부터 시작해서 체중이 무거운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항온동물들의 표준대사량을 조사하여 체중을 가로축으로 표준대사량을 세로축으로 하여 그래프를 그려보자.

로그눈금을 사용해서 그린 것이 아래 도표이다.

 

불가사의하게도 모든 점이 거의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이것은 표준대사량과 체중 사이에 아주 간단한 관계가 성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것을 수식으로 나타내어 보면

 

 

 

 

이 대수식을 지수의 형태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결국 표준대사량은 체중의 0.751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보통 이것을 "표준대사량은 체중의 3/4제곱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이 식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대사량이 체중의 3/4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은 체중이 2배가 되어도 에너지 소비량은 1.68배 밖에 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체중 차이가 커지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체중 차이가 100배가 되면 에너지 소비량은 32배의 차이가 나고 1,000배면 178배,10,000배면 1,000배가 된다.결국 체중 4톤인 코끼리는 40g인 생쥐 10만마리에 해당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생쥐 5,600마리 분 밖에 되지 않는다.이것은 상대적으로 생쥐가 코끼리 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체중과 에너지 소비량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고 보기 쉽다.그런데 그렇지 않다.큰 동물일수록 체중에 비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이점을 확실히 하려면 체중 1kg당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는가로 환산해보는 것이 좋다.즉 개체의 산소소비량을 체중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단위 체중당 산소소비량은 체중의 마이너스 1/4제곱에 비례하는게 된다.결국 체중이 늘어나면 체중의 1/4제곱에 반비례하여 산소소비가 줄어든다는 결론이 된다.이 계산은 세포내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조사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실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은 동물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들어 있다.게다가 세포내 호흡에 필요한 치크토롬의 양을 조사해 보아도 역시 작은 동물의 세포일수록 높은 농도로 들어 있다.단백질 합성을 얼마나 왕성하게 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RNA의 양도 작은 동물의 세포에 많다.

체중대 대사율을 체중대 골격의 비율과 비교해 보면 흥미있는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전자는 기울기가 1보다 크고(1.08) 후자는 기울기가 1보다 작다.(0.75 ) 로그눈금표에서 기울기가 1보다 크다는 것은 체중의 증가율 보다 그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울기가 1보다 작다는 것은 그 증가율이 더 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체중의 증가에 따라 골격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지고 반면 표면적의 비율은 더 낮아진다는 것을 도표를 통해서 알 수 있다.아래 그래프는 이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걸리버여행기의 두가지 사항을 수정할 수 있다.편의상 릴리푸트인을 표준적 형태라고 가정했을 때 걸리버의 몸의 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하며 그가 릴리푸트인의 몇인분의 식사를 해야할지를 생각해보자.

릴리푸트인의 평균체중을 60kg으로 하고 뼈의 체중에 대한 비율이 15%(인간의 체중에 대한 뼈의 비율)라고 하자.그러면 걸리버의 체중에 대한 뼈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몸무게가 1728배이므로 뼈의 무게는 17281.08배(약 3137배) 늘어난다.릴리푸트인의 뼈의 무게는 60kg×0.15=9kg이다.그러므로 걸리버의 뼈의 무게는 9kg×3137=28,233kg이고 그의 몸무게는 1728×60kg=103,680kg이다.걸리버의 체중에서 뼈가 차지하는 비율은 28,233/103,680=0.2723.. 뼈가 체중의 27%를 차지한다.코끼리가 20%정도임을 감안할 때 걸리버는 코끼리 보다 훨씬 투박하고 뚱뚱한 몸매를 하고 있어야 한다.말하자면 그 크기에 그 형태가 릴리푸트인과 동일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아마 그 몸매를 유지하고자 한다면(15%의 뼈) 자신의 체중 때문에 그대로 찌그러들고 말 것이다.우리는 편의상 릴리푸트인을 인간으로 투사해서 걸리버의 형태를 계산해 보았다.이것은 걸리버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그러나 걸리버가 뒤에 찾아간 거인국의 거인에게 적용하면 원본과 동일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그 거인이 걸리버를 닮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음으로 걸리버의 식사량을 계산해보자.표준대사량은 체중의 3/4제곱에 비례한다.그의 체중이 릴리푸트인의 1728배이기 때문에 릴리푸트인을 1로 했을 때 그의 대사량은 17280.75이다.이 값은 약 268이다.걸리버를 위해서 준비해야할 식사량은 1728인분이 아니라 268인분이다.

 

5.존재의 다층성과 눈높이 맞추기

 

우리 인간은 동물 가운데 1%안에 드는 대형동물에 속한다.(크기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이곳을 클릭하세요)그리고 우리는 그런 대형 동물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우리의 크기에서 물은 미끈미끈하게 느껴지지만 파리와 같은 곤충에게는 진뜩진뜩 달라붙는 풀처럼 느껴진다.반면 대형동물인 우리에게는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적어서 중력의 작용이 크게 느껴지지만 파리의 크기가 되면 중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생쥐 정도의 크기가 되어도 표면적의 비가 커서 떨어질 때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중력효과를 상쇄시켜 버릴 것이다.우리는 흔히 벼룩이 자기 크기의 몇십배 높이를 점프하고 개미가 자기무게의 몇십배가 되는 먹이를 턱으로 물고 가볍게 운반하는 것을 보고 감탄한다.(개미는 자기몸무게의 100배까지 들어오릴 수 있지만 인간은 고작 0.6배이다.이것은 개미가 유달리 힘이 세서 그런 것이 아니고 단지 작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그것을 우리의 눈으로 환산해서 보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크기에서는 중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코끼리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힘찬 점프가 신기해 보일 것이다.크기가 다르면 살아가는 세계가 달라진다.

생명의 다양성은 이 크기의 다양성에서 나온다.우리의 몸만 보더라도 이것은 60조개의 엄청난 수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그리고 우리 몸속에는 그 세포수의 10배에 해당하는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그야말로 그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이다.그속의 미생물들은 세포들과의 연관속에서 살아가고,경쟁하고 있다.우리의 몸속의 일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우리들에게 낯선 세계이다.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크기의 벽이 가로 막고 있다.

.유클릿드적 수학적 세계에서 크기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삼각형의 본질은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그 본질적 형상에 있는 것이지 그것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은 전혀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이러한 유클릿드적 발상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인식틀속에 내재하고 있다.그래서 인식에서 '크기'의 중요성이 간과되어 왔다.크기를 배제함으로써 세계를 하나의 단일 차원으로 환원시킬 수 있었고 세계의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것은 세계가 갖고 있는 존재의 다층적 측면을 간과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그것은 인간이 보는 세계를 모든 존재차원에 투사하는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몇년전 상영된 "애들이 줄었어요"(정확한 제목?)라는 영화가 있었다.우리가 개미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 보는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다.그러나 축소된 인간들이 하는 행동은 정상적 인간들과 똑같다.그들은 구덩이에 빠지면서 비명을 지른다.그러나 정상적 크기에서는 그것이 위험한 일이지만 그 크기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오히려 그 크기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떨어지는 물방울이 갖고 있는 분자적 인력에 갇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그런데 물을 뒤집어 쓰고 그것을 툭툭 털어내는 것은 그 규모의 크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사람만 축소되었을 뿐이다.그래도 적용되는 환경은 그대로라는 것은 여전히 유클릿드적 발상이다.

그러면 인간은 인식에 있어서 이 크기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일까? 칸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선천적 직관형식(시간,공간의 감성형식)이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세계를 보기 때문에 이 틀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이 직관형식 너머에 있는 이 낯설은 세계를 '물자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낯설은 세계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세계의 인식이 접근불가능한 것은 아니다.이 지구상에는 바이러스에서 고래에 이르기 까지 엄청나게 다른 크기를 가진 생명체들이 서식하고 있다.각 생명체의 몸은 그 자신의 세계에 대한 유효한 솔류션들이다.그렇게 형태가 다양한 것은 거기에 적용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그 몸을 이해함으로써 그 크기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이해할 수 있다.생명체들의 몸들이야 말로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이 세계들을 이해하는 단서들이다.

그 중요한 단서는 크기와 그에 따른 형태와 행태를 이해하는 것이다.여기서는 그 본격적 논의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적 논의로서 크기에 따른 기초적 개념들을 검토해 보았다.

 

 

 

 

 1)Galeleo Galilei ,Dialogues Concerning Two New Sciences,Dover Pub.,1954,p.131

2) Kunt Schmidt-Nielsen,Why Is Animal Size So Important?,Cambridge Univ.Press,1984,p.45

3) 모토카와 타츠오,『시간으로 보는 생물이야기』,이상대 옮김(사계절,1993),p.139

4) Schmidt-Nielsen.앞의 책,p.87

5) 모토카와 타츠오,앞의책,3장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