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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유토피아,디스토피아

생명공학 시대의 윤리 문제/임지현(석사학위 논문선)

 

 

생명공학 시대의 윤리의 문제

-유전자 조작식품 문제를 중심으로-

 

임지현(교육대학원 윤리교육 전공)

 

 Ⅰ. 생명 공학의 그림자

 

 인류는 농경사회를 이루면서 한 곳에 정착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그 시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지녔다.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존중하면서 자연과 동화하는 법을 배워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자연과의 조화로운 생활보다는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앞서게 되었다. 이것은 점차 데카르트(Descartes 1589~1650)1) 이후로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면서 변하게 된다.

  베이컨, 데카르트, 뉴턴 등에 의해 확립된 기계적 세계관은 생명이 없는 물체, 운동하고 있는 물질, 무기질, 기계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관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최첨단의 과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생명공학도 그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은 베이컨, 데카르트, 뉴턴, 존 로크등 계몽 사상가, 다윈 등의 역학적 세계관과 방법론을 오늘날까지 계승하여 오고 있다. 기계적 세계관은 과학을 통해 중세의 암흑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고, 석유 화학 문명과 더불어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첨단 과학의 세기를 이룩하였다. 이러한 세계관, 철학적 토대 위에서 인간은 자연을 파헤쳐 자연의 비밀을 다 아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단계를 지나 신의 위치에서 자연을 조작함으로써 신의 흉내를 내기에 이르렀다.2) 인간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전체에 적용하려는 무지로 자연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1세기를 생명공학의 세기라 말하며 파우스트의 거래3)와 같은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지난 역사가 보여준 것처럼 모든 과학 기술의 선물은 그 혜택과 부작용을 동시에 수반해왔다. 20세기까지 진보해온 과학기술은 자동차, 컴퓨터 외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을 안겨주었으나 그로 인한 부작용이 항상 뒤따르며, 혜택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지금 세대는 공짜로 누릴 수 있을 지 몰라도 후손에 이르러서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21세기를 이끌어 갈 생명공학도 마찬가지다. 생명공학의 세기에 수반되는 위험은 기존의 석유화학 문명과 비교할 수 없이 커다란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다. 인류 전체가 멸종을 맞을지도 모를 만큼의 예측불가능한 일이 숨어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의 불확실성과 잠재적 피해인 까닭에, 즉 당대의 피해가 아니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까닭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미리 걱정하여 포기하기에는 생명공학의 혜택은 너무나 유혹적이라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문제점4)은 여러 분야에서 지적이 되고 있다. 특히 유전자 조작 기술과 더불어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은 전 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 식품은 인간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며, 잠복기간을 예측할 수 없어 후대의 자손까지 축적되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생명공학의 많은 부분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그 적용 대상의 범위가 훨씬 큰 식품분야는 소홀하게 다루어 지는 것 같다. 프랑켄푸드라고도 비유되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성을 방관한다면 머지않아 전 인류가 프랑켄슈타인5)처럼 더 이상 손쓸 겨를도 없이 지배당하고 말 것이다.

 독일의 생태사회학자 벡(Ulrich Beck)은 1986년 『위험사회』라는 책에서 과학 기술적 위험성이 어떻게 사회적·정치적 위험성으로 옮겨가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그가 묘사한, 과학 기술에서 비롯되는 위험의 특징들은 생명공학에 관해서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과학 기술적인 생태학적 위험은 우선, 마치 집집마다 같은 수도관에 연결된 것처럼, 특정지역,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성격을 지닌다.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전해지는 위험인 만큼, 이와 관련한 통상적인 비용과 수익 계산이 어렵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새로운 형태의 위험은 공장 굴뚝의 연기처럼 눈에 보이는 위험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는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기술적인 생태학적 위험은 아주 복잡하고 긴 인과고리를 가지기 때문에, 그 위험과 관련하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기 쉽다. 각종 위험은 구체적이지 않고 또 선의로 적용한 기술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과 관련하여 언제나 책임 회피성 정당화 메커니즘이 가동된다는 점도 새로운 형태의 위험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들고있는 특징은 위험 발생 가능성 자체는 비 계급 적이지만 위험에 대한 사회적 부담은 결국 사회의 하층에서 떠맡게 된다는 점이다.6)

 유전자 조작 식품의 논의를 중심으로 생명 공학의 문제점을 바로 보고 그 부작용을 극복할 대안이 있는지 탐구해보고자 하였다. 먼저 유전자 조작 식품의 개발 논리를 제시하고, 적용된 사례들을 통해서 그 허구성을 밝히고, 생명 공학의 연구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공(可恐)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 종의 다양성 감소, 인류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예측 불가능한 유전자 오염의 문제, 그리고 유전자 조작된 물질에 의해 인간에게 발생될 수 있는 새로운 질병의 출현 가능성 등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전개하였다.

 생명 공학의 시대에 발생되는 문제점들은 생명 공학 발전의 토대이기도 한 기계론적 세계관에 기인한다. 특히 기계론적 세계관의 생명관은 복잡 다단한 생명현상을 무시하고 단순화시킴으로써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 유기체를 하나의 기계로 간주하고 각 부분들은 기계의 부품쯤으로 취급한다. 부품들은 언제든지 갈아 끼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종(種)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부품들을 조립한다. 이로부터 생명의 진정한 의미는 붕괴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DNA이다. 우수한 DNA의 발견이 우수한 연구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결과 유전적 자원이 풍부한 제 3세계는 유전적 자원을 착취하려는 이들과 이것을 지키려는 이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착취한 유전자는 특허를 받아 개인 혹은 기업의 소유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생명특허의 사례를 통해 환원주의적 생명관의 문제를 지적하고, 홀리즘으로 생명을 이해하는 생태론적 생명관을 비교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생명 공학의 시대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윤리가 요청될 것이다. 새로운 윤리의 탐색을 위해 선행되어야할 몇 가지의 실천에 대해 제시하여 보았다.

 

 

  Ⅱ. 생명 공학과 유전자 조작 식품

 

    1. 유전자 조작 식품의 개발 논리와 그 허구성

 

 제레미 리프킨은 생명공학을 알케미(alchemy)7)에 빗대어 알게니(algeny)로 비유한다. 발생술(發生術, algeny)이란 생물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발생술자들은 기존의 종의 개념을 변화시키며, 모든 생물의 바탕이 되는 생물 재료인 DNA, 즉 실험실에서 추출, 조작, 재조합, 그리고 프로그램하여 무수한 조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DNA로 축소시키고 있다고 한다. 지난날 완전한 물질이라 믿었던 금을 만들고자 했던 것처럼 완전한 유기체, 더 나은 유기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생명공학에서 그 도화선이 된 것은 1973년에 발견된 DNA 재조합8)기술이다. 이 기술로 다른 두 종류의 생물 사이에서 각각의 유전물질을 끄집어내어서 이어 붙이는 일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전공학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한다.

 인류는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식물과 동물 종에서 원하는 특성을 지닌 개체를 선택하여 인위적으로 교배하여 개량해 왔다. 전통적인 교배와 현대의 유전자 조작 기술은 좀 더 나은 품종을 얻고자하는 목적에서는 같으나 그 방법과 결과에서는 다른점이 있다. 전통적인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에서는 수많은 자손들 중에서 원하는 형질이 나타난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우수한 품종을 얻을 확률은 극히 낮다. 또한 전통적인 교배는 수정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수정이 가능한 같은 품종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의 혼합과정은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완전히 무작위적인 과정으로 원하는 특정유전자만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반해, 유전 조작 기술은 원하는 형질을 나타내는 특정유전자를 분리하여 한 개체에 도입하는 것이므로 원하는 형질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조작 기술에 의한 형질전환개체는 원하는 유전자를 도입할 때 함께 도입된 표식유전자에 의하여 선택 가능하므로 개량을 위한 시간이 적게 걸린다. 또한 유전자 도입에 이용하는 운반체는 같은종 내에서의 유전자 전달 뿐 아니라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다른 종사이의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였다. 즉, 농작물에 미생물에서 생산하는 살충성 유전자를 넣거나 가축의 성장을 빠르게 하기 위하여 사람의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9) 그러므로 동물에서 채소로, 세균에서 농작물, 인간에서 동물로 종간의 유전자 혼합이 가능하게 되었다.10)

 이러한 기술을 식품에 응용시켜 개발한 것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다.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 예를 들어 추위,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등에 강한 성질 등과 같은 우수한 성질만을 취하여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새로운 농·축·수산물 중 안전성이 확인되어 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정의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 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몬산토(Monsanto)社를 비롯한 여러 생명공학 기업들은 식품 생명공학이 미래의 인류를 기아에서 해방시켜 준다고 선전한다. 주로 추위,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등에 강한 성질들을 개발하여 수확량의 손실을 줄이는데 힘을 쓰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으로 화학약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오염은 줄이고 더 많은 수확을 보장하며 환경친화적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서 잘 녹지않는 초컬릿,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의 개발을 통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 소비자를 유혹 할 것이다. 요컨대, 생명공학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있는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식량을 생산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으며, 이것은 농민들에게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더욱 좋은 품종으로 더 많은 수확을 보장해준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까지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생명 공학 기업들이 제시하고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개발의 논리는 얼핏 보기에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식량 자급도 만족을 식량증산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시도되었던 것으로 결국 실패로 끝났던 사례가 있다. 인류를 기아에서 구하고자 한 노력은 단기적인 이익은 보았으나 오히려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 사례로 녹색혁명의 교훈을 떠올릴 수 있다.

 멜서스는 인구론에서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식량 부족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준 것이 바로 녹색혁명이다. 1960년대에 활발하게 일어났던 녹색혁명은 관개농업, 기계화농업, 화학비료시비 등으로 설계된 과학적 농업으로 당초 예상했던 이상으로 식량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세계는 이제 굶주림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11)

 녹색 혁명의 목적은 소득증대, 빈곤문제의 완화, 식량 자급과 기아문제의 해결에 있다. 즉 '다수확 품종'이 핵심적 관건이었다. 이 '다수확 품종'을 재배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따르는 것이 관개 시설의 확장, 관개 농지 면적의 확대, 화학비료와 농약의 다량 투입이었는데, 이러한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아시아 국가들에서 쌀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8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이르러 쌀 생산량이 점차 줄어들었고 녹색혁명에 뒤따른 부작용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되었다.

 우선, 농업의 주도권이 땅과 더불어 살아가던 이른바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던 농민과 소작농들이 아니라 자본을 가지고 있는 기업 혹은 부농들에게로 옮겨졌다. 다수확 품종의 수확을 위해서는 그 부수적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자재의 높은 투입이 요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력과 기술 혹은 관개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소농들은 품종조차 구하기 힘들어져 결국 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사적 관개시설을 보유할 수 있는 계층과 농약, 비료등 근대적 투입 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계층은 이 품종의 도입을 선호하고 많은 수확으로 이익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부농과 빈농간의 격차가 생기면서 지주와 부농층에 토지가 집중되고, 빈농층이나 소작농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 도시로 이주할 수 밖에 없어졌다. 이렇게 이농현상이 생기자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서 농작업의 기계화가 더욱 촉진되었고 이로써 전통적인 환경친화적 농업은 녹색혁명을 통해 중화학적 농업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중화학적 농업은 결과적으로 농법체계를 단작화·연작화·대규모화를 촉진시켜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의 대량살포와 대규모 관개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이같은 농법은 지력의 저하, 표토의 유실에 따른 토양의 황폐화를 낳고 물 부족 현상을 가져왔다. 그리고, 잔류 농약은 인체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자연 생태 질서의 균형과 상생관계를 통한 작물의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12)

 녹색 혁명의 실패는 환경훼손, 식량보급의 좌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 생활양식에 대한 위협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통적 농업국가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연과 조화해나가는 방식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삶의 터전-토질, 기후, 강우량, 지형 등-에 알맞도록 종자들이 육종되었고, 이로써 인체에 최적의 영양소를 보급해주는 식품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녹색혁명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에 속아 농업은 중화학 형태로 변질되고 특정지역에서 재배하는데 알맞도록 적응해온 토종 종자들은 자취를 감추고 다국적 기업의 종자회사를 통해 국적없는 종자를 보급받고, 결과 단일종에 의한 단작화를 초래하여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시키고 있다. 대량화로 인한 농약과 화학 비료, 제초제의 남용으로 토양이 산성화되고, 수질오염, 환경오염을 초래하여 생물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치명적인 질병과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약품에 면역성이 생긴 해충이나 잡초는 더 많은 제초제나 농약을 요구하고 그로 인해 토양은 더 황폐해지고 각종오염은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당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 떠 안아야 할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다. 녹색혁명의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너무나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 불공평한 거래였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인류의 식량 확보를 위한 노력이 인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생태계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인간이 선택한 방법이 잘못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즉, 녹색혁명으로 인한 훼손이 단지 부작용이 아니라, 녹색혁명 그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요구되는 때이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녹색혁명 모델에 의한 기적의 작물이 더 이상 식량증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다국적 기업과 원조 제공자들은 새로운 기적의 작물을 개발하기 위하여 유전자 조작 기술등 생명공학 기술에 사로잡혀있다는 경고도 있다.13) 마치 제 2 의 녹색혁명이라도 기대하듯이 과대포장하고 있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녹색혁명은 생명에 다른 조작을 가하지 않고 신품종 개량에 의해 재배방법만을 달리했을 뿐인데도 심각한 훼손과 치유될 수 없는 문제점들이 발생되었다. 하물며 생명을 조작한 행위에 의한 피해는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전자 조작된 농산물은 제초제와 농약에 면역성을 가지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녹색혁명에 있어서의 외부조건과 전혀 다를 바 없으며, 석유 문명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고 한다. 결국 녹색혁명과 동일한 토대 위에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된 생물체의 안전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문제는 실패한 녹색혁명에서 추구했던 것과 같은 명분을 다시 내걸고 다국적 기업들이 새롭게 추구하는 사적 이윤 증대 전략이라는 면에서는 녹색혁명과 유사하지만, 그것이 초래할 사회·경제·문화·생태 및 생명에 대한 영향은 녹색혁명과 비교가 안되는 가공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은 문화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은 문화를 유전자 조작하고 있다. 녹색혁명이 실패한 원인중 하나도 이를 무시하고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공산품처럼 규격화된 상품으로 종자를 만들어서 판매하려는 관점과 그 종자에 적합한 석유 소비에 기초한 농자재를 판매하려는 관점만 있었기 때문이다. 종자가 재배되는 지역의 기후와 풍토 및 토양 조건이 무시된 채 개발되었기 때문에 엄청난 부작용이 뒤따른 것이다. 녹색혁명과 마찬가지로 연속되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14)

 앞서 우리는 녹색혁명의 실패의 교훈을 통해 인류의 기아 문제의 해결책이 식량증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전통적 농업방식을 벗어난 중화학, 기계화로 인한, 그리고 대량생산이 바람직 한 것이 아님을 알게되었다.

 매일 8억 이상의 인구가 굶주림에 고통을 받고 있다. 그 예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가까운 북한 동포들의 생활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꽃제비라 불리는 북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선을 넘나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의 두려움에 휩싸여있는데, 북한은 그 재앙조차 감수하면서 원조해주기를 바란다. 왜 생명공학을 운운하는 대기업들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식량 증산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식량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아무리 이들 기업이 식량증산을 해 놓아도 그것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굶주리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식량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1.5배나 더 많은 상황에서 전 세계의 10억명이 이 시간에도 굶어 죽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식량문제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제3세계의 빈곤층에 식량을 공급해야 된다는 유전자 조작 식품개발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서, 정작 당사자인 제3세계 국민들은 기업들이 인도주의를 가장하여 자신들의 이익추구 동기를 숨기고 있다며,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유전자 조작 식품 판촉전략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극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곡물을 갖고 전 세계를 좌우하고 있는 독점적 지배의 상황에서는,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는 아무리 유전자 조작 식품을 가지고 식량 생산량을 늘린다 할지라도 정작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식량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식량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15) 생명 공학 기업들은 그들이 하는 식량증산이 이들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큰소리 치지만, 식량 증산의 과정을 본다면 결코 굶주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님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3대 유전자 조작 작물은 콩· 옥수수· 면화인데, 98년 콩은 1,100만㏊, 옥수수는 약 800만㏊,  면화는 24만㏊로 추정되며16) 콩 수확의 90-95%와 옥수수의 60%는 인간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가축 사료용이다.17) 농작물을 육류 단백질로 전환하여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다.18) 그밖에, 멜론이나 토마토19)의 과숙 억제는 무르는 것을 방지하고 신선도를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켜 운송을 용이하게 하고자 함이고, 며칠이라도 더 수퍼마켓의 진열대에 올려두기 위함이다. 몬산토社의 고전분 감자는 선진국의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튀김통에 잘 맞도록 개발된 것이지, 결코 더 나은 혹은 더 싼 식품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20)

 실험실에서처럼 적합한 환경을 만든 후 경작을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이상의 수확도 얻을 수 있을것이나 우리의 자연은 실험실이 아니다. 또 한가지 우리를 유혹하는 수퍼 작물도 결코 생명공학의 마술이 아니다. 품종개량을 통해 개발된 수퍼돼지, 수퍼토마토, 수퍼미꾸라지등은 결코 10을 투자해서 100을 얻을 수 있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100을 얻기 위해서 100의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으므로 전혀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며, 이것들이 토해내는 쓰레기나 유지비용의 손실과 손익을 따져볼 때,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연구도 가난한 소비자의 영양적 필요보다는 식품 가공업자들의 상업적 필요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21)

 생명공학 기업들은 유전자조작작물을 식량 부족의 돌파구라고 설득을 하지만, 식량 증산에 기여하기 위한 작물은 보다시피 없지 않은가? 기아의 해결은 양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식량에 대한 접근에 있는 것이다. 식량에 대한 접근이 돈에 있는 한 그 어떤 풍작을 이루더라도 지구 한편은 굶주릴 수밖에 없다. 불평등한 분배 구조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그 후에도 식량이 모자란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기업들의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2.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성

 

 다가오는 생명공학의 세기에는 오염된 유전자를 갖는 생물이 번식하고 널리 퍼져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하며, 아직 남아있는 지구상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감소시키게 될 것이다. 또 이같은 최신 유형의 오염은 지구상의 많은 동물 종(種)과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잠재적으로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22)

 

   2.1 환경오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대부분은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과 해충에 저항성을 갖도록 개발되고 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의 유전자 조작 농산물 및 식품에 대한 자료집을 살펴보면, 특성별 전 세계 유전자 조작 작물 재배 면적이 제시되어 있는데, 1998년을 기준으로 제초제 내성 유전자 조작이 71%, 해충의 내성은 28%, 제초제·해충내성은 1%, 품질 특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제초제 내성 유전자 조작이 농작물의 2/3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 회사들은 특정 제초제에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된 작물들은 내성이 있어 제초제를 바로 뿌려도 잡초만 제거하므로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되므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전자 감시(Gene Watch)라는 단체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제초제 사용량 감소는 글루포사이네트의 독성과 관련되어 그 사용량은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독성효과는 똑같거나 오히려 더 심각할 것이다. ......현재 아그레보(AgrEvo)는 미국과 독일에서의 글루포사이네트 생산능력을 늘려서 향후 5-7년 내에 판매액을 5억6천만 달러로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점을 보더라도, 유전자 조작 작물 재배로 제초제 사용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사실은 글루포사이네트 저항성 작물을 도입함으로써 제초제 판매를 늘리는 것이 아그레보가 유전자조작 시장에 진입한 숨겨진 제일의 목표라고 생각된다.23)  

 

 제초제 사용의 또 다른 측면도 지나칠 수 없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자본집약적 단일종 경작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잡초'라고 불리는 것들이 전 세계 많은 농부들에게는 '나물', '약초', '가축 사료', '거름', '꽃밭'으로 불려진다. 식물 다양성의 소멸은 반드시 동물 다양성과  생물 다양성의 소멸을 가져온다. 제초제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기술이다. 잡초들은 틀림없이 대처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제초제는 또 다른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호밀풀은 이미 글라이포세이트 내성을 가지게 되어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증명하였다.24)

 해충에 대한 저항성을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토양의 Bt박테리아25)로부터 유전자를 뽑아 식물에 조작을 가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자연적인 Bt독소는 해충의 소화기관을 파괴하여 제거시키지만, 유전자 조작된 Bt독소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해충은 물론이고 익충까지도 몰살시킬 수 있으며, 그 독소가 토양에 잔류함에 따라 토양 유기체까지 파괴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제초제와 Bt독소의 사용으로 식물과 해충들은 내성이 생겨 필연적으로 수퍼 잡초와 수퍼 해충26)으로 진화하게 된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생명공학 기업들의 논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은 이같이 명백하다.27)

 유전자 조작 작물은 앞서 제시된바와 같이 주로 제초제, 해충에 저항성을 갖도록 개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이익을 취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일손이 부족한 농민인가? 제초제의 양이 줄어들고 해충으로부터의 피해가 줄어들었나? 개발 논리대로 오염이 줄어든다면 농토의 황폐화는 왜 가속화되고 있나? 결국 이익은 이것을 개발하고 판매한 다국적기업에게로 돌아간다. 환경보호는커녕 예기치 못한 문제점들만 우리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2.2 종의 다양성 감소

 

 유전자 조작 작물의 개발은 생물의 다양성 감소 즉, 유전자 풀(pool)의 감소를 초래했다. 우리는 주변 생물 다양성으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는다. 그러한 이익 가운데 직접 눈에 보이는 것으로 3가지 -음식물, 원료, 의약-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익은 '음식'으로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만년전 사람들은 식량생산, 즉 농업을 발달시키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재배하고 사육할 수 있는지의 경험이 차곡차곡 축적되었다. 그 결과 인위적인 교배가 이루어지고 점점 더 적은 종이 사람의 식단에서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책임지게 되었다. 오늘날 약 20종의 식물이 전 세계 식물성 음식물의 90%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단 3종 - 옥수수, 벼, 밀 - 이 농작물의 수확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이 많지 않은 종으로부터 얻어지는 놀라운 생산력은 얼핏 현대 농업의 승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단지 몇종 - 본질적으로 단종재배에 집중된 식량생산은 질병으로 인한 대규모 파괴에 더 쉽게 공격받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므로 위험하다.28) 7천종 남짓한 식물이 이러한 통합의 풀(Pool)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식용식물은 최소한, 족히 3만 5천종은 될 것이다. 이들이 불리한 환경조건 혹은 종래의 작물에게 치명적인 병원균이 나타날 경우에도 꿋꿋이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제공할 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잠재적 풍부함을 무시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이다.29) 이러한 잠재적 풍부함의 손실에 대한 우려의 소리에 생명공학은 계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작물을 개발하기 때문에 손실이 없을 것이며 오히려 품종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유전자라는 것도 진정한 의미의 '창조'가 아니라 지구가 35억년 동안 유전적 기반을 다져놓은 것을 통해 개발되는 것이다.30) 어떠한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도 그 형질을 얻기 위해서는 종래의 농작물, 가축, 미생물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얻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유전자의 재배열일 뿐 새로운 유전자를 창조해낸 것은 아니다.

 생명공학 기업들은 사업상의 원칙에 따라 이미 수십년 동안 식물 육종기업과 종자 기업들이 추구해오던 전략 - 몇 가지 표준화된 종자와 화학물질에 대한 국가 단일시장을 창출하는 전략 -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만 적합한 종자들은 판매는 물론 개발도 되지 않는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 농민들은 5만종 가량의 쌀 품종을 재배했지만, 10년 전에는 1만 7천으로 줄어들고 지금은 대다수의 농민들이 불과 수십 종의 쌀 품종에만 재배할 뿐이다. 지난 15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1,500종에 달하는 지역 특화 품종들이 멸종되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다양한 품종들이 지속적으로 재배되지 않는다면, 다양성은 매우 급속하게 사라진다.31)

 사람과 다른 생물종에 있어서 유전적 다양성은 생명의 오아시스로서 생명 그 자체인 동시에 생존의 필수 요소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후손에 계속 전해주어야 하는 너무나 소중하며,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32)

 

   2.3  생태계의 교란  

   

 생명 공학 혁명은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자연과 생명을 변형, 개조,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이러한 충격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여느 신기술처럼 생명 공학 또는 인류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근시안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도록 부추길 터이므로 생물서식지를 파괴, 생태계를 교란,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오염을 유전자 오염(genetic pollution)이라 부른다.

 유전자 오염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과, 유전자 조작 생물들은 번식·성장·이동하기 때문에 특정지역에 묶어둘 수 없다. 그리고 다면발현 활동을 예상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고, 연쇄적으로 생태계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먹이 그물이 재구성되면서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33)

 생물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생태계에서의 상호작용을 통제할 수 없다. 가령 A를 예상하고 유전자 조작을 했으나 결과는 B로 나타나는 경우, 그것으로부터 발생되는 피해는 예측할 수 없다. 실례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인도 카나타카(karnataka)의 농민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확량을 얻게 되었다.34)

 또 유전자 조작된 유기체는 번식한다. 그들은 성장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석유화학물질과는 달리 유기체를 주어진 지리적 장소 안에 머물도록 제한할 수 없다. 유전자 조작된 유기체를 일단 한번 방출하면 이를 다시 실험실 안으로 회수하기란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미생물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전자 조작된 유기체는 석유화학 물질 보다 환경에 대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훨씬 더 중대한 잠재적 위험에 빠지게 할지 모른다.35) 우리나라의 경우도 황소 개구리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겪은바와 같이 유전자 조작된 생물이 아닌 외래종의 도입만으로도 입은 피해의 사례36)가 적지 않다. 외래종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을 볼 때, 유전자 조작된 생물의 피해는 짐작 가능하다.

 유전자 조작된 유기체가 이러한 방식으로 자연환경에 방출된다면 외래종 도입의 피해를 넘어서서 그 유기체 환경을 완전히 황폐화시키고 파괴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고 유래에 없었던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를 자연을 대상으로 한 룰렛게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야외실험을 통해 유전자 조작 생물체가 환경에 방출되고 있다고 한다. 단기간으로 관찰될 때 환경에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 것 같지만, 빅토리아 호수의 시클리과 물고기의 절멸로 인해 호수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사례와 같이 피해의 범위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그 피해가 20년 후 일수도, 그 이상일 수도 있으며 그 잠재적 피해는 역시 회복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일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곤충을 환경에 풀어놓으면 포식자에 대항하는 곤충이 자연 선택되어 수퍼 곤충이 생길 수 있다. 유전자 조작된 생물은 여러 형질에서 우수하게 설계될 터이므로 자연의 물고기를 경쟁에서 물리칠 수 있다.37)가령 성장 호르몬 유전자가 삽입되어 자연산 어류보다 더 크고 강한 물고기 수컷이 자연의 물고기 암컷을 독차지 한다면 결국 자연산 물고기들은 멸종할 수 밖에 없다.38)

 식량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서 농작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을 많이 시행하는데, 동물에 비해 개체성이 약한 식물은 번식이 유리해 그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다. 유전자 조작 작물과 비유전자 조작 품종 혹은 야생 근친종과의 교차수분에 의한 피해의 우려가 있다. 제초제의 저항성이 다른 식물로 전이되면 없애기가 더욱 어려우면서 기존 식물군을 위협하며 생태계를 교란하는 새로운 잡초들이 등장할 수 있다.39)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잡종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덴마크에서의 제초제 저항성 농작물이 가져올 환경위험 평가에서는 평지(rape)사례를 언급한다. 다른 농작물에서는 잡초이지만 야생종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평지(rape)와 그 관련 종들 간의 유전자 교환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1994년 연구를 보면 유전자 조작 유채 내의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는 잡초에 쉽게 퍼져 나갈 뿐 아니라 단 2세대의 교잡과 역교배 과정 후에는 번식력을 갖는 유사 잡초식물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많은 수의 유전자 조작 생물체들이 야외 실험을 통해 환경에 방출되고 있고 새로운 유전자들이 상당수 교잡되어 자라고 있을 것이라 한다. 더구나 농작물의 유전적 기원지인 수많은 개도국들 - 인도,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 브라질 등 - 은 유전자가 근친종으로 확산되기 쉬워 그 위험성이 더 크다고 한다. 이러한 우려들을 인정하여 산업계에서 '터미네이터 기술'40)이 유전자 조작 작물의 자손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인근 작물들로 확산될 수 있으며,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작물들의 번식력을 말살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식량 생산에 매우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41)  

 유전자 조작된 수많은 유기체를 생태계에 방출하여 장기간 동안 누적된 영향이, 유화(油 化) 물질을 지구 생태계에 방출하여 얻은 손해를 충분히 능가할 수 있다. 새로운 생물학적 산물이 끼치는 손해를 억제하기란 쉽지 않고, 그 파괴적인 효과는 계속 재생산된다. 그리고 그 유기체를 다시 불러들일 수 없으므로 그 파괴적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42)

 이러한 유전자 오염은 국부적 현상일 수가 없다. 생물체의 번식·성장·이동을 막을 수 없으며, 유전자 조작 작물은 거의 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므로 그 흐름이 전 세계적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지역의 독특한 오염이 결국엔 다른 국가, 지역으로 전해지게 되므로 결국엔 전 지구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그 피해는 이루 말 할 수 없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실험들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자연은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다. 자연 그 자체를 실험 재료로 사용하는 것 또한 위험천만한 일이다. 인간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 살면서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들이 무척이나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으로서는 부분적인 지식을 가지고 전체의 계界에 적용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2.4 새로운 질병의 출현

 

99년 여름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파동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작년 말 미국산 쇠고기의 절반이 치명적 식중독 균인 O-157에 감염되었던 사실도 떠올릴 수 있다. 올해는 또다시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정부도 곤혹스럽지만 소비자들의 불안 역시 확산되고 있다. 광우병43)의 원인은 자연적인 발생이 아니다. 본래 초식  동물인 소에게 쓰이는 사료는 콩과 옥수수 사료이지만, 사료비도 절감하고 단시간에 성장시켜 단기적이고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양의 내장이나 도축하고 남은 찌꺼기를 사료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현재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해보기는 한 것일까? 그나마 아시아 지역에서는 전통적 방식에 의해 사육해 왔기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IMF의 영향으로 음식찌꺼기를 가축 사료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소에게까지 사용되었는지의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고, 유럽으로부터 수입된 사료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정확한 확인이 되지 않아 소비자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평생을 걸쳐 매일 반복하는 행위이다. 식품분야에서 주로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실용화에 앞서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식량 자원의 상당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식품 안전성 문제로 대두되었던 것은 잔류 농약 등의 문제로 원료 그 자체에 대한 문제는 별로 없었다. 혹 있더라도, '독버섯은 위험하니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였다. 대두·옥수수와 같은 흔히 먹는 식품 그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안전할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으나 그것을 날로 먹는 사람도 없다. 그 이유는 단지 식습관상 그러하리라 짐작하지 특별히 그것이 안전성과 관련하여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랜 음식 문화 속에서 대두를 조리하여 먹게된 것은 맛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 발탁한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44)

 유전자 재조합 식품은 비록 모양은 같이하고 있으나 먹어본 경험이 없는 품종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어렵다. 그리고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다양한 연령층이나 신체적 조건이 다른 각 개인을 두고 볼 때도 안전성의 문제는 다양해진다.

 우리가 섭취하던 전통적 식품들은 오랜 동안 인간의 건강에 지장이 없도록 가공하여 사용해왔다. 일부 유전자를 변형하여 만들어진 대부분의 식품들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보고된 몇 건의 위험 사례들을 보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유전자 조작 시에 다른 종에 도입되는 경우는 유기체에게 없던 새로운 물질이 생산되므로 독성을 나타내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브라질 땅콩 유전자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그 유전자를 집어넣은 콩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45) 세균의 해충에 독성을 나타내는 Bt-독소 유전자가 도입된 옥수수는 식품으로 섭취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도 Bt-독소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Bt독소가 인간에게 작용하지 못해 위험성이 극히 낮다고 주장되며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독성이 없음이 보고되었다. 또 미생물 유전자 조작으로 생성된 트립토판(식품에 흔히 첨가하는 아미노산)에 의하여 수십명이 사망한 사례도 발생하였다.46)

 그러나 세균에서 유래한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 해충 저항성 유전자와 같이 다른 종에서 유래한 유전자가 삽입된 식품을 장기간 사용하였을 때의 안전성에 관한 자료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잠재적 위험성에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2백명도 채 안되는 스페인 군인에 의해 잉카제국의 8만 대군이 격퇴되고, 당시 유럽인구보다 많았던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거의 자취를 감춘 사연은 무엇일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저서 <<총·균·쇠>>에서, 토착인에게 없던 세균을 유럽인들이 퍼트리면서 토착인들이 급격히 사망하여 사라졌음을 밝히고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명저 <<슬픈 열대>>에서 '인종 청소' 작전의 일환으로 토착인들이 저항력을 갖지 못한 병균을 묻힌 옷을 제공하여 인디언 부족 전체를 몰살시킨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랜 세월 가축과 함께 살아온 유럽인들의 몸에는 가축에서 기원한 병원균이 자연스레 넘어와 기생하고 있으나 그 병은 유럽인에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 하지만 수렵 채취인인 원주민에게는 경우가 달랐다. 그 병원균으로 아무런 면역도 없던 수렵 채취인인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만 것이다.47)

 유전자 조작된 식품에 노출된다는 것은 신대륙의 원주민이 저항력을 가지지 못한 것과 같다. 이는 전대미문한 상황이기에 오직 예측할 뿐이다.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지나친 용기가 아닐까? 역사에 '21세기를 살았던 사람들은 지나친 과학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기술을 남용하게 되었다. 그들이 개발해낸 유전자 조작 식품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새로운 질병을 야기시켜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큰 재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도 그들이 남겨준 유산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해서 병균, 독소,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질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발달되어온 식생활 문화도 인체에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의 식생활은 반찬 종류, 그 가지 수에 따라 밥상의 이름까지 붙여져 있고, 계절을 대표해주는 특별한 음식이 있다. 그리고 재료가 같더라도 지역마다 그 조리 방법과 맛이 다양하다. 그만큼 음식이 가져다 주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생활의 일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후기 산업사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복합적으로 여전히 산업사회에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여전히 대량화, 규격화, 획일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음식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한가지 음식이라도 지역마다 독특한 재료의 사용으로 맛을 지켜온 전통의 맛을 상품화, 세계화를 위해서 우리의 음식들을 단일화, 표준화시키고자 한다. 음식의 단일화, 표준화는 문화의 상실로서 안타까워해야 한다. 다양한 음식을 섭취함으로 해서 인체의 활발한 대사활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있었던 전통적 식습관이 단일화되어 한정된 식품을 섭취하는 행위는 점차 소화 효소들의 작용을 도퇴시키고, 치아에서부터 배설기능에 관련된 모든 작용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에는 각각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되는 몸의 생태계마저 붕괴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이것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세계의 식단들이 몇 개의 종자회사에 의해 좌우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마치 전 세계의 주방이 패스트푸드점들처럼 프랜차이즈화되어 식품들을 제공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이러한 사고는 음식에 대한 의미를 잊어버리고, 인체를 기계로 단순화시켜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만 섭취하도록 하는 행위는 마치 자동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는것과 다름없는 행위로 인식될 것이다.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독성, 알레르기, 질병등과 같은 근시적인 관점에서의 영향력도 고려해야 하지만 인체 그 자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인식할 수 있는 관점, 독성도 재료들의 조화에 의해 약이 되기도 하는 전체를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Ⅲ. 생명 공학의 생명관     

 

  지금까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중심으로 하여 생명공학의 발달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드러난 문제점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생명공학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근거가 되는 기계론적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기계론적 세계관이 생명공학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먼저 살펴볼 생명특허의 사례를 통해 기계론적 세계관의 문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 한 사례로서의 생명특허

  

 영화 쥬라기 공원의 무대였던 중미 코스타리카의 열대림에 사는 원주민들과 아이들은 거미뱀 등 곤충잡이를 주업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있다고 한다. 미국 제약회사에서 이들 지역의 동·식물들로부터 세계시장에 내놓을 최신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각종 곤충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엘리 릴리社는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마다가스카라의 열대림에서 자라는 빙카라는 식물을 수입하고 있다. 백혈병에 효험이 있는 약품을 개발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이다. 어떤 학자들은 마다가스카라의 열대림 속에 암 치료 효과가 있는 식물이 10여종 이상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열대림 속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식물이나 동물이 다른 곳에서는 엄청난 고가의 상품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 각 국마다 동식물 자원에 대한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가 하면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생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48)

 다양한 지식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조성의 다양한 전통을 인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체로 토착적 지식체계를 가진 전통적 사고는 자연 생태계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복잡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의 창조성을 인정하는 반면, 서구적 지식체계를 구성하는 환원주의입장에서는 지식과 창조성을 협소하게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TRIPs는 지식의 획일화를 초래하며 그로부터 지적·문화적 빈곤을 초래하게 된다.

 TRIPs 협약을 통해 이루어진 첫 번째 제한은 지적 공유물에 대한 공동의 권리를 사적인 권리로 변화시킨 것이다. 지적 재산권의 보장은 창조성에 대한 보상이며 창조성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49) 그러나 지적 재산권이 행사되고 있는 사례를 보면, 그 핵심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지적 재산권의 보호를 통해 이것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만 창조적이라고 보는 오류를 가지고 있다.  Neem의 사례에서 좀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전통적 지식은 그들만의 공유물로서 더 나아가서는 문화 ·정신으로까지 승화되어 보존·발전시켜온 '지적 공유물(intellectual commons)'이다. 기업은 이를 자본과 결부시켜 사적 소유화  시키고, 기업의 독점물로 전락시키면서 토착민들을 자신들의 전통적 지식으로부터 소외시켜 버렸다. 두 번째 제한은 지식과 혁신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킬 때가 아니라 이윤을 창출할 때 비로소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윤과 자본 축적이 창조성의 유일한 목적이 되는 것이다. 자연과 타문화의 창조성을 거부하고 창조성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착취되면서, 지적 재산권은 지적 도둑질과 생물 해적질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이와 동시에 지식과 자연의 원소유자들이 전통적이 공동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해적질' 과 '도둑질'로 둔갑해버린다.50)  

  유기체적 자연관을 무시하고, 다양한 창조성을 간과하는 지적 재산권은 오로지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목적 전치 현상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것으로부터 공동의 지적 재산이 공유되지 못하고 개인의 혹은 기업의 소유화로 변질되어 자유로운 지식의 교환51)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식의 획일화마저 조장되어 창조성이 자유로와 진다는 주장에 모순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연구 결과의 산업화 경향은 확실히 전통적인 학문 분위기, 즉 연구 결과를 서로 자유로이 교환하고, 일찍 발표하던 분위기를 무너뜨렸다. 이러한 비밀유지 분위기에 따라 잠재적인 위험을 제때 인식하여 토론함으로써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좁아지게 된 셈이다.52)

 최초의 생명에 대한 특허는 1971년, 제너럴 일렉트릭사와 이 회사의 연구원 차크라바티(Anand Mohan Chakravarty)는 유전자 조작된 슈도 모나스(pseudomonas) 박테리아에 대해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 차크라바티는 세 종류의 박테리아로부터 플라스미드를 추출하여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에 이식하였는데 박테리아를 변형시킨 데 초점이 맞추어져 미생물이 자연적 산물이 아니라 발명품으로 간주되어 특허를 얻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 변호사 킴브렐(Andrew kimbrell)은 "전례를 깨뜨리는 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발명자 스스로가 사실을 단순히 유전자를 '이식'한 것이었을 뿐 생명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는 점을 법원측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러한 판례는 앞으로 190종이 넘는 유전자 조작된 동물들의 특허를 얻기 위해 줄을 설 것이며 미생물로부터 시작된 특허는 몇 년 후면 동물, 인간에게까지 적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53)

 강대국과 대기업들의 전략에 비해 유전적 자원의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는 가난한 제3세계 국가들은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도 미비했으며, 토착민들도 자신들의 전통적 지식을 새삼 특허를 받아야 한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물로부터 얻은 지식을 함께 공유하고 그 혜택을 다같이 누려왔지 결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물질적 풍요를 위해 독점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인도의 님(Neem)54) 과 아시아 지역의 향기나는 쌀인 바스마티(Basmati)55)에 대한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님나무는 고대 기록에 <축복받은 나무>이며 <모든 병을 치유하는>나무라 불릴 만큼 인도의 상징이며 인도의 자랑이었다. 살충제로서의 그 효능이 뛰어난 것이 밝혀지자, 화학 약품 물질을 꺼려하는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님나무의 효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레이스 사는 님나무씨에서 가장 효능이 있는 성분인 애저락틴(azadirachtin)을 분리해 낸 다음, 미국 특허청에 추출물 생산 방법에 관한 많은 특허를 출원하여 특허를 받았다. 그레이스 사가 그 방법을 특허출원하기 여러해 전에 인도 과학자들과 회사들이 그레이스사와 같은 방법으로 용매를 써서 님나무 씨를 처리한 바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더욱이 인도 과학자들과 회사들은 님나무 이용에 관한 정보가 수세기 동안에 걸쳐 이루어진 토착민의 연구 개발 결과이고, 따라서 공개되어 자유롭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결코 특허 받으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 이제 그레이스 사의 특허로 인하여 님나무씨 가격이 상승하여 이용이 어렵게 됨으로써, 지방 농민들이 님나무씨에서 살충제를 생산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56)

 지적 재산권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국가 간의 갈등으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이것의 완화를 위해 특허상품에 의해 발생된 이익의 일부를 산지국에 배분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토착민들은 그들의 전통적 지식과 유전적 자원과 관련된 그 협상에서 소외당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의 보상도 그들의 지식 체계와 소중한 유산임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지불하는 수수료에 불과하다.

 가장 잘 알려진 협정으로 머크社가 코스타리카에서 제안한 것이다. 머크社는 코스타리카의 한 지방 연구기관인 국립 생물 다양성 연구소와 협정을 맺었는데, 잠재적으로 귀중한 생물, 미생물, 곤충 샘플을 확보하는 대가로 머크社는 그 기관에 1백만달러에 불과한 돈을 지불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다.57) 비평가들은 이를 유럽에서 온 이주자들이 맨하튼 섬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얻는 대가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몇 달러의 가치밖에 되지 않은 장신구를 주었던 거래에 비유하여 이러한 협정들은 단순히 형식적인 것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특허 제도로서 다국적 기업의 새로운 제품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 지식의 사용에 대해 토착민들에게 그 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은 결국 유전적 형질의 개발을 통한 상품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서로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제3의 입장을 취하는 국가나 비 정부 기구들의 의견도 있다.

 이들은 유전자 풀이 매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즉 그것은 개방되어 있는 공유지로 남아있어야 하며, 현재와 장래 세대들이 계속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세계 각국이 남극 대륙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지구의 공유지로 남겨놓으려는 최근의 역사적인 결정을 선례로 든다. 그들은 토착 지식에 시장 가치를 매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온 집단 지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으며, 특이한 유전 형질이 미래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으며, 어떻게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는, 얻어진 지식이 공유 지식인 경우 대개 수 천년에 걸쳐서 부족들과 민족들이 복잡하게 기여하면서 누적된 지식인데, 누가 정당한 로열티 수령자인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58)

 지난 10여년간 유전 공학이 야기하는 제반 사회적 문제들을 제기해온 미국의 '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Council for Responsible Genetics)'는 생명체에 대한 특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유기체에 특허를 승인하는 것은 나쁜 과학(bad science)에 기초한 것이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유기체에 대한 특허 출원은 이러한 생명체가 마치 인간의 "발명품"인 것처럼 여기는 과학적으로 부정확한 가정에 기초한다. 이 가정은 유전자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결정론적 믿음에 의거한 것으로 아무런 절대적 예언자로서 여겨질 수 없다. DNA 조작은, 아무리 정밀하게 계획된다 해도, 변형된 유기체의 특질을 규정할 수 없다. 유전자 변이 된 동물을 마치 인간의 명석함이 만들어낸, 한정할 수 있고 재생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닌 새로운 발명품처럼 여기려는 발상은 유전자와 특질의 상호관계에 관한 지나친 단순화에 기인한다. 분광학적으로, 열역학적으로, 그리고 다른 물리적 측정방법으로 다른 관련 화합물로부터 정확하게 식별해낼 수 있는 신약이나 합성 화합물의 경우와는 달리, 생물종에 고유한 생물학적 다양성은 이러한 식별을 어렵게 한다. 더구나 이들 특허는 각각의 변형된 유기체에 뿐 아니라 이것이 이후 17년 동안 만들어내는 모든 결과에까지 적용된다. 집단 내의 생물학적 변이성(變異性)은 같은 부모로부터 동일한 자손이 생길 수 없으며 또한 이들의 유전자 구조가 세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장한다.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조작하여 생명체의 새로운 세대를 "발명"한다는 발상은 미련한 것이다.

 특허는 비밀주의와 경쟁을 불러일으켜 과학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대학과 연구소 등 학술기관에서의 특허 승인은 자유롭고 공개적인 과학적 지식의 교환을 제한함으로써 연구에 장애가 된다. 개발 초기 동안 특허 출원자는 그들의 연구결과를 비밀리에 부쳐야 하는데, 이는 개방성이라는 학계의 관습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한 비밀주의와 의심의 만연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술 혁신과 과학적 진보를 저해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의견은 생명체에 대한 특허는 생명에 대한 유물론적 사고를 조장하며, 자연 세계의 더욱 더 많은 부분을 상품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을 말해준다. 결국 생물학적 상품의 상업적 가치가 증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접근은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로 제한 될 것이다. 그리고, 지적 소유권에 대해 대기업들과 제3세계 국가들간의 갈등문제에 앞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살아있는 생물체를 '특허'라는 제도를 통해 소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2. 환원주의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역사는 5단계의 일련의 과정으로 표현되며 각 단계마다 줄곧 앞서의 것에 비해 악화되고 있다.59) 헤시오드에 의하면, 황금시대는 판도라60) 삶의 재앙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었던 순간 순식간에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시대는 그 이전의 시대에 비해 갈수록 더 불행해졌다. 그리스 사람들은 세계가 신성(神性)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따라서 완전하다고 믿었으나 불멸의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세계는 그 속에 붕괴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61)

 생명공학의 시대는 어떠한가. 지금의 시대 또한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고 말한다. 붕괴의 시한폭탄이 이미 작동되었다면, 이대로 자폭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시계를 멈출 것인가.

 인간의 마음속에 과학이 심각하게 문제되기 시작한 것은 1543년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의 학설이 발표된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도 17세기에 와서 케플러(Kepler)나 갈릴레오(Galileo)가 그것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기까지는 그 영향력이 크지 못하였다. 과학기술을 인간에게 놀라운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가운데 기계론적 세계관은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 데카르트(Descartes, 1596-1650), 뉴턴(Issac Newton, 1642-1727)등에 의해 종합되었고,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은 철학은 힘의 철학이 되어 모든 비인간적인 것은 다 가공(加工)되어야 할 원료로서 간주했다.62) 목적은 이미 고려되지 않고 오직 과정의 기술만이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63)

 자연 안에서 생성되는 물질적 현상은 물질이라는 동일한 실체의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며, 그러한 현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깨뜨릴 수 없는 절대적 인과법칙에 의해서 기계적으로 일어난다는 신념이 기계론적 자연관의 핵심을 이룬다. 이러한 관점은 데카르트에 의해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존재론에 의하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존재는 궁극적으로 물질로 환원될 수 있으며, 모든 물질 현상은 기계적 인과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말하는, 생각하는 실체로서의 인간의 존재론적 특수성이 부정되고 인간을 포함한 우주 안의 모든 존재가 물질적 실체에 불과하여 모든 물질 현상은 한결같이 같은 기계적 인과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주장에서 기계론적 우주관이 도출된다. 이런 우주관에 의하면 우주가 아무리 방대하고 아무리 신비스러워 보여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에 불과하며 기계적 법칙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다.64)

 기계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현대의 생명공학은 생물체의 구성요소를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하는 환원주의 방법으로서, 전체의 복잡한 생명활동의 상호작용을 간과하고 개별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크나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생물학에서 환원주의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종의 수준에서 보면, 환원주의는 단 하나의 종(즉 인류)에만 본질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종들에 대해서는 도구적 가치만  부여하는 것이다. 즉 인간을 위해 도구적인 가치가 없거나 그 가치가 낮은 종들은 제거되고 마침내 멸종에 이르게 된다. 단작과 그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훼손은 임업과 농업, 어업에 적용된 생물학의 환원주의가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고 이를 1차 환원주의라고 한다.  이에 이어서, 점차적으로 환원주의적 생물학은 유전자적 환원주의로 성격이 변하면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모든 행태를 유전자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2차 환원주의는 생태학적 위험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생명체에 대한 특허와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킨다.65)

 기업은 석유 화학 문명의 자원이 고갈되어감에 따라 점차 2차 환원주의의 형태를 띠면서 유전자 형질을 그 자원으로 삼아 생명공학 기업으로 육성해나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원료가 되는 독특하고 다양한 유전자를 획득해야 하는데, 풍부한 원료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유기체적 관계로 생각하고, 그 전통적 유산을 보존해온 제3세계 국가들의 자연환경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기업들이 제3세계의 자연환경을 아름답고, 풍요로운 그들의 삶의 터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존중한 것이 아니라 마치 임자 없는 폐광에 매장된 황금인양 마구 파헤치고 있고, 획득한 유전형질에 약간의 조작을 가한 것을 그들의 독창적인 창조물인양, 이것에 대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특허'를 주장하고 그 소유권을 행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발명품은 제3세계의 유전적 자원에 토착민들의 전통적 지식을 토대로 하여 단지 체계화시켜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 것이지 결코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냈다고는 볼 수 없다.

 지식을 권리화 하는 특허제도는 본래 공익과 사익의 조정을 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66) 그러나 대기업들이 '생명특허'를 통해 부의 축적과 새로운 식민지 개척이 시작되면서 점차 그 의미가 변질되어 버렸다. 반다나 시바는 제3세계 생물다양성 문제와 다국적 기업의 생물 해적질을 500여년전 콜롬버스가 원주민이 살고있는 아메리카 신대륙을 신세계의 발견이란 이름 하에 스페인 영토로 만들고 원주민을 몰아낸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콜롬버스가 비유럽인들을 정복할 수 있는 면허가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WTO의 무역관련 지적 재산권 (Trade 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 TRIPs)으로 다시 부활했다.

  

   3. 환원론적 생명과 생태론적 생명

 

 17세기 훅(R.Hooke)의 세포 발견에서 시작된 환원주의적 전략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왓슨과 크릭에 의한 DNA의 구조의 해명에 의해서 그 절정에 도달했다. 생명의 복잡성은 A, T, G, C라는 넷 염기의

조합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중 셋 염기의 조합으로 아미노산이 만들어지고 다시 이 아미노산들의 조합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 단백질들이 모여 세포를 구성하고 이 세포들이 모여 생명체의 몸을 구성한다.

 이것은 생명일반이 보여주는 보편적 현상이면서 환원주의 전략을 무력하게 해 온 그래서 생기론의 강력한 논거가 되어온 생명의 자기생산을 설명해 주었다.

  (1)은 DNA가 DNA를 복사하는 것으로 복제(replication)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복사기 공장의 설계도를 복사하는 과정이다. (2)는 DNA에 제시된 설계도에 따라 복사기를 복사하는 과정으로 전사(transcription), 번역(translation)이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생명의 복사는 말하자면 복사기를 복사한 다음 그 복사기의 설계도를 함께 복사해서 넘겨주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1)

   DNA → RNA → 단백질

               (2)     

 

 환원주의적 전략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몸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 프로그램 세포와 일반세포를 구분시켜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고 다시 프로그램의 프로그램의 프로그램이 요구되는 등 무한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제의 생명체가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어떤 세포가 특정의 어떤 세포가 되는 것은 그 세포의 유전자의 어느 부분이 읽혀지는가에 의존한다. 유전자의 읽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세포질인데 그 세포질은 세포의 경계조건이 그 세포의 분화를 결정한다. 이것은 순환적이다. 왜냐하면 a와 b가 인근해 있을 때 a는 b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b는 다시 a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a와 b가 상호관계를 맺음으로서 a-b라는 네트워크가 생겨나고 이 네트워크는 다시 a와 b를 규제한다. 환원주의의 전략은 이 관계를 짤라버림으로서 결국 사태의 본질을 사상시켜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생명은 DNA나 세포의 구조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간에 맺어지는 역동적 관계 속에 있다.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요소들이 보여주는 역동적 거동들은 그것을 규정하는 계밖의 어떤 특성들이 있다고 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생기론으로 이끈다. 그러나 환원주의는 계밖의 어떤 특성을 거부하기 때문에 결국 악순환이나 무한퇴행의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생기론이나 환원주의는 이 관계의 망이 만들어놓은 그림자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요한 것은 요소가 아니고 그 요소들을 연결하는 연결방식이다. 이 연결에 의해서 요소와 요소, 요소와 전체간의 복잡한 상호되먹임 현상이 출현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자기조직화67)이며 생명체는 이 자기조직화의 최고의 구현체이다.

 자기조직은 전체와 부분간의 상호되먹임의 결과이다. 즉 처음에는 어떤 부분이 인접해있는 다른 부분에 자신을 동조시킴으로 계의 일정한 특성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부분들에 작용함으로써 그 계의 특성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되먹임은 자기가 자기를 만드는 촉매의 기능을 하고있다는 점에서 '자기촉매성(autocatalysis)'라고 불린다.

 생명의 의미를 함축하자면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 수 있다.

 법장의 금사자상(金獅子像)에서 "사자의 각 갈기마다 금사자가 들어있다. 또 그 갈기안의 사자의 갈기안에 또 사자가 들어있다.  이런식으로 계가 계를 포용하는데는 끝이 없으며 이것을 인다라 경계문이라 부른다."

 또 화엄경에서는 "일체의 세계가 한 터럭만 한 데 들어가고 한 생각에 말할 수 없는 겁이 들어가며 한 순간에 삼매(三昧)에 들어가 억겁이 일어나고 억겁이 들어가 한 순간에 일어난다."

   왓슨과 크릭은 DNA의 이중나선을 발견하여 유전공학의 발달에 기여하였지만 그것이 생명의 본질을 밝히지는 못하였다. 점점 더 사회적 분위기가 DNA의 배열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아주 부분적인 특성을 가지고 전체의 유기체를 판단하고자 하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가 기본 바탕이 되어 유전자 조작 식품을 개발하는 행위도 작물의 고유한 특성은 무시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조작을 가해 좀더 우수한 형질을 빠른 시간 내에 얻고자 하고, 좀 더 손쉽게 재배하고자 하고, 좀 더 많은 수확을 얻고자 한다. 더 이상 생물은 과학자들에게 있어서 생명이 아니다. 그들의 연구를 위한 재료일 뿐이다.

 이 재료들은 종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종을 넘나들면서 조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기계의 부속을 맞추듯 끼워 맞추고 있다. 그러나 생명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현대의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또 다른 기대에 부풀어 있는 곳이 바로 제약회사이다. 인간의 단백질을 생산해내는 양인 트레이시와 제니, 젖안의 항암제를 분비하는 염소인 그레이스, 인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작된 돼지 아스트리드는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이식할 장기를 생산하고 각종 호르몬, 단백질등을 생산하는 '동물공장'이 되어버렸고, 제3세계의 의약적으로  효능있는 전통적 식물들은 대기업들의 연구재료가 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약품들은 생명공학 시대에 발병할 많은 질병들에 대비라도 하는 듯이 연구되고 있다. 새로운 질병이 생기면 개발된 신약으로 대처를 하고, 이 약 또한 오랜 시간을 두고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또 다른 약으로 처방을 하고 그러다가 약물의 과다복용으로 위장에 이상이 생기면 아스트리드의 위장을 이식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럴 듯 한가? 생명을 다루는 의약계조차 이러한 사고에 물들어 있는데 다른 분야에서의 생명에 대한 태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더우기 고유한 생명에다 특허를 매기는 세상 아닌가.

 제임스 러브 록은 가이아 이론을 전개하면서 대기오염의 심각성보다는 '전기톱'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열대 우림의 파괴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둔 말이다. 열대 우림을 인체에 비유하면 피부와 허파의 역할을 합친 것과 같다고 여기면서 열대 우림의 파괴는 어떤 규모의 핵전쟁보다도 더 가이아에게 끔찍한 일이라고 우려한다.

 가이아 이론은 주로 환경문제와 연관되어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생명에 대한 논의를 할 때도 언급되지만 말이다. 가이아를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가이아를 이해했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가이아는 지구에 살고있는 박테리아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구성요소의 존재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이 생명체들의 상호작용과 환경과의 피드백 속에서 38억년이란 역사를 갖게된 것이다.

 생물은 당구공에 비유해서는 안된다. 생물은 자연선택이라는 당구채에 맞았을 때 물리학적 법칙에 따라 미리 예정된 진로를 향하거나 또는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생물은 흥미진진하고 복잡하며 또한 포괄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운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68)

 러브록은 가이아의 세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데이지 세계를 모델로 보여준다. 이것은 아주 단순화된 지구로 볼 수 있다. 데이지의 세계를 보면 짙은색과 옅은 색이 서로 경쟁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지 세계의 기온을 스스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행성 자체내의 조절이 아니라 데이지에 의해서 스스로 살아가기에 알맞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나는 것이다.

 우리들이 살고있는 이 실제 세계도 데이지세계와 같은 방법으로 자가조절을 한다. 환원론자들이 생각하듯이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에 살고있는 유기체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지구의 삶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복잡한 생명의 그물에서 어느것 하나 잘못 건드린다면 그것으로 인한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박테리아 하나도 조작을 가해서는 안된다. 하물며 종을 넘어선 유전자 조작은 생명활동에 반하는 일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21세기의 생명공학의 올바른 발전에 기여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 나오고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 바로 생태사상이다. 그러나 현실에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인류의 문명을 하루아침에 모두 버릴 수는 없다. 문명을 되돌릴 수 없다면 생태사상은 불가능한 것이다. 생태사상을 무조건 강요하기에 앞서 현재의 세계관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계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생태적 사고는 불가능하다. 세계관의 변화라고 해서 거창한 철학적 과정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Ⅳ. 생명공학과 새로운 윤리

  

   1. 새로운 윤리

 

 생명 공학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윤리를 제시하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는 새로운 윤리를 모색해 나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대의 사상·과학·기술에 의해 형성된 세계는 세 가지 위기에 동시에 둘러 싸여 있다고 슈마허는 말한다. 첫째, 인간의 본성은 비인간적인 기술과 조직 속에서 질식하고 쇠약해져가고 있다. 둘째로, 인간의 생명을 지탱하는 생활 환경이 파괴되어 절반쯤 붕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셋째로, 인간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재생이 불가능한 자원, 특히 화석 원료 자원의 고갈이 눈앞에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의 근원이 된 것은 물질 지상주 의와 거대 기술 신앙, 그리고 탐욕과 질투심에 다름 아닌 풍요의 추구이다.69)

 생명공학 시대라 불리는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 바로 과학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으로부터 얻어지는 혜택은 우리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 기술은 이미 이러한 기술연관(技術聯關)70)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의 해결과 예방을 위해 새로운 윤리가 요청된다.

 과학 기술은 잘 사용이 된다면 분명 인간에게 큰 축복이 될 것이지만 인간의 이기적 욕망 때문에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 기술은 가치 중립적인데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현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명 공학 기술은 다른 과학 기술과는 달리 과학 기술 그 자체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종의 수평적 이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생명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유전공학이 제공해줄 수 있는 이익은 인류의 생존의 문제와 비교한다면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사소한 것을 주면서 큰 것을 빼앗아 가는 메피스토펠레스적 악마의 거래에 말려들어 가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이미 엄청난 이익집단이 생겨 법으로 막을 수 없지만 설사 법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법으로 막고자 한다면 미국의 금주법이 거대한 마피아 조직을 만들어낸 온상이 되었듯이 엄청난 음성적 범죄 집단을 만들어 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그것에 대한 도덕적 직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은 이익에 쉽게 영합해버리고 말 것이다.71)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한 순간에 불과하다.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특수한 이익에 혹하지 말고, 전 역사를 인식하여 인류가 올바르게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하며, 그러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생명공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 기술은 인간의 이기심을 위해, 욕망을 위해, 편의를 위해 연구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동안 더 값있게 살 수 있도록 그러한 의미에서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세계관의 전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기계론적 세계관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 틀을 깰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즉, 이원론적 형이상학에서 일원론적 형이상학으로의 전환과 인간 중심적 가치관에서 자연 중심적 가치관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그에 앞서 미시적인 시각에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근시적인 시각에서 원시적인 시각으로, 부분적인 시각에서 총괄적인 시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72)

 숲과 나무는 하나다. 지금까지 전체를 쪼개어보는데 열중하느라 중요한 것을 잊고있었던 것이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부분이 되는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켜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연보호, 생명존중 조차도 인간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자연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동안에는 인간의 어떤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있었다. 그 필연적 결과로 나타난 것이 각종 분야에서 나타나는 병폐들이다.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부분임을 깨달을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필요하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생태중심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그렇다고 오늘의 첨단의 과학 기술을 하루아침에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위에 제시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절제된 과학 기술의 사용이 이루어진다면 지난 세기보다 한 걸음 더 발전된 모습이 될 것이다. 세계관의 전환은 고삐 풀린 과학 기술이라 비유되는 현대 과학의 과신(過信)에 대한 경각심(警覺心)을 불러일으킬 계기(契機)가 될 것이다.

  

   3. 규모의 변화

 

 과학의 힘이 완성해놓은 현대 문명의 모습은 과거와 비교해 어떠한가? 거대한 빌딩, 대규모 공장,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전기 기구들에 이르기까지 이 거대한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도 훨씬 더 많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대량 사고가,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이 붙는다.

 우리의 전통적 생활이나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기 이전의 라다크 사람들의 생활 등을 비교해볼 때, 사회의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그런 만큼 단기간에 소비되는 에너지량도 증가되었고, 그로 인해 배출되는 쓰레기 양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생활하는 많은 면에서 안락과 안전을 보장받는 반면 리스크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

 과학은 대기업과 손잡으면서 거대과학으로 변질되어 그 순수성을 잃게되었다. 이용가치가 있다면 어떤 연구라도 서슴치 않아, 현재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생명 조작의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어떠한가? 인간의 욕망은 그칠 줄 모르고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의 규모는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이에 대해 슈마허의 'small'개념이나 노자의 '유토피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법정(法頂)스님은 우리들의 소유관념(所有觀念)이 때로는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고 말씀하셨다. 언젠가 한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고 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73)

 지금의 삶의 규모를 줄여 소박한 삶의 양식으로 점차 변화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망을 줄여나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개인의 욕심이 사회의 규모를 키워나간다고 생각되기 때문인데,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버린다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대규모를 지향하는 사회구조는 변하게 될 것이다.

 

    4.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

 

 현대의 생산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런데도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74)

 

 현대인들은 매우 바쁘게 살아간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아갈 것 같은데 실제로는 더 바빠지고 복잡해졌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개발과 성장에 주력하면서 무엇이든 단기간에 이루고자하는 성향이 짙었었다.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때문에 한국병이라는 것도 생기게되었다. 조급증(躁急症). 무엇이든 빨리 이루어진 것은 빨리 사라지기 마련이다.

 '느림의 철학' 이라는 말을 근래에 자주 들을 수 있다. 압축적 근대화 과정이 요구한 바쁘고 쫓기는 삶이 갖는 의미를 물어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속도의 사회는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더 치열한 경쟁의 사회로 우리를 몰아갈 뿐이다. 빠름은 결코 우리들의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들을 더 시간에 쪼들이게 만든다.75) 속도가 빠른 교통수단이 발달되어 어디든 편리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지만 예전의 여유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 숭배 문명은 그 자체에 파괴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느리게 사는 삶은 단지 아름답고 인간적일 뿐 아니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지혜로운 삶이라고 한다. 생명 공학에서도 좀더 빨리 수확을 얻고자 하고, 빠른 시간에 더 큰 작물을 얻고자하는 노력에서 생명을 조작하고, 고유한 본성을 왜곡하는 행위가 나타난 것이다. 여유를 갖고 사물을 바라보게 되면 그동안 우리가 잊고있었던, 미쳐 보지 못했던 사물의 아름다움이나 본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감성의 회복은 생명  제, 환경 문제 그 밖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낳은 많은 문제점들의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항상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생산성과 경쟁의 상황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간다. 속도는 일상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알게 모르게 침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빠른 가속의 사회에 느린 자연의 시간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일상의 바쁨 속에서라도 의도적으로 침묵과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76) 잠시 하는 일을 멈추고 침묵과 명상에 잠겨 삶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보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새로운 윤리를 제시하기보다는 새로운 윤리를 모색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제시해 본 것이다. 슈마허가 말했듯이 굉장한 이론보다는 조그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 한 걸음씩 여유를 갖고 나아가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과학 기술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지자는 것이다. 고대인들이 이루어놓은 위대한 유산은 오늘의 과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만심에 빠진 우리의 태도와는 달리 기술의 사용함에 있어 엄격한 원칙이 있었던 것 같다. 기술로 상징되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나,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손재주 즉 기술을 가진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었기에 미궁에서 빠져나왔지만, 기술을 과신하고 욕망이 너무 컸던 그의 아들 이카루스는 눈먼 욕망 때문에 결국 죽게되지 않았는가.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히 신화의 내용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당시의 과학 기술에 대한 고대인들의 태도로서 교훈삼아야 한다. 고대인들의 지혜는 바로 기술의 절제된 사용이다. 이것이야 말로 고삐풀린 생명공학의 방종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교훈이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생명공학 시대에 요청되는 새로운 윤리의 덕목에 스며들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우리 인류에게 심오한 화두를 던져놓고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할런지를 지켜보고 있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인류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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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haos.inje.ac.kr/Alife 인공생명

www.kabb.ksdn.or.kr 생명안전 윤리연대 모임

www.my.dreamwiz.com/antigmo NO! GMO

www.agbearch.snu.ac.kr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주>

 

1)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대표되는 데카르트의 철학은 생각하는 주체인 나만 살아 있고 중요하며, 나 이외의 것(자연·환경)들은 죽어있는 물체들로 대상화, 객관화되어 취급된다. 인간에 있어서도 생각하는 주체인 정신만 중요하고 육체는 대상화되어 하나의 물질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래서 정신과 육체의 분리, 인간과 그를 둘러싼 자연·환경의 분리, 분리의 세계관이 확립된다. 데카르트의 이분법적인 세계관은 인간 중심적, 자아 중심적인 분리 철학으로서 인간(혹은 자아) 이외의 모든 것은 죽어있는 물질, 기계적인 것, 육체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서양의 이러한 합리주의적 정신은 베이컨(1561~1626)에게 있어서는, 자연은 때로는 어머니로 비유되기도 하다가, 창녀로까지 비유되기도 한다. 인간은 돈을 매개로 해서 어떠한 자연이라도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돈을 매개로 하여 자연을 마음대로 다루기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정복하기 위해, 자연에 대하여 모든 비밀을 다 파헤쳐 내는 것, 그리하여 자연의 비밀을 많이 아는 것, 자연에 관한 지식을 많이 가지는 것, 그것이 힘이라는 것이다. 권영근 ,"유전자 조작의 철학",권영근 편,『위험한 미래』(당대, 2000년) .p33-37참고

2) 같은 곳

3)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의 주인공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것을 빗댐.

4) 생물체의 유전적인 암호를 재작성함으로써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적 발전이 중단되는 치명적인 위험은 없는가. 복제 생물, 키메라, 유전자 이식 생물들이 우글거리는 세계에서 인류는 외계생물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지. 유전공학적으로 처리된 수천 종의 생물체가 만들어지고 대량 생산과 거래가 이루어져서 방출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의 훼손을 초래하여 핵 오염이나 석유 화학 오염보다 훨씬 위험한 유전자 오염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세계라는 유전자 공급원이 소수의 다국적 기업의 지적 재산으로 될 때 세계경제와 사회에 어떤 결과가 야기될 것인지. 생명을 특허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생명의 신성함과 본질적 가치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깊은 신념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 모든 생명을 <발명품>이나 <상업적 재산>으로 취급하는 세상에서 자랄 때 정서와 지능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아기들은 주문하는 대로 유전적으로 디자인하여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유전자형을 기준으로 신원이 확인되고 분류되며 차별을 받는 세계에서 인간의 의미는 무엇이 될 것인가. 더욱 더 <완전한>인간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떤 위험이 뒤따를 것인가. Jeremy Rifkin,『바이오테크 시대』,The Biotech Century, 전영택·전병기 옮김,( 민음사, 1999), p12:17-13:13.

5) 셜리(M.W.Shelly)의 공포소설 『프랑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1816』라는 작품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공포로 가득찬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숨겨진 자연의 법칙을 알고 싶은"욕망에서 "자연현상의 원인을 탐구한" 프랑켄슈타인은 마침내 생명의 원인을 발견하여 물질에 생명을 불어넣게 되었다. 그가 만든 괴물은 그의 창조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만다. "나는 너처럼 기형적이고 사악한 괴물을 결코 다시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프랑켄슈타인의 말에 괴물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노예여, 전에 나는 너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너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게 되었다. 내가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너는 스스로 비참하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너를 더 참혹하게 만들어 빛이 너를 증오하도록 하겠다. 너는 나의 창조자이지만, 나는 너의 주인이다. 복종하라!" 신중섭, 이기식, 이종흡, "과학기술에 의한 유토피아의 건설-과학기술과 구성주의적 합리주의",<<과학 철학>>, 3권2호, 한국철학회, P13-14

6) 박은정, 『생명공학시대의 법과 윤리』,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0년), p41-p42

7) 보통사람들은 금이 희귀하기 때문에 보물로 여기지만 연금술사들은 금이 화학적 공격인 부패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무이한 것이므로 소중하게 생각한다. 변색되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금의 특성은 불멸과 완전성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따라서 연금술사들은 비금속을 금속으로 만드는 영액(elixir)의 비밀을 캐낼 수 있다면 유한한 인간에게 영원하고 완벽한 생명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요컨대 연금술사의 작업은 금을 합성하는 시도인 동시에 완전한 생명을 추구하는 고행인 셈이다. 이인식, "유전공학의 약속과 공포",<<녹색평론>> 1999년 5-6월 통권46호. p74-75.

8) 유전적으로 관계가 없는 두 개의 생물로부터 각자의 DNA를 분리한 뒤에 그것을 접합시키는 유전학적 외과수술이다. 제한 효소(가위)와 리가제(풀)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적 직물을 꿰매 맞추는 생물학적 재봉틀이라 할 수 있다.

9) 세포융합은 사람세포와 식물세포 사이 암탉의 적혈구와 효모균, 당근의 세포와 사람의 암세포 사이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1999년 2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은 트랜스제닉 기술로 8종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초제에 강한 벼, 역병에 저항성이 높은 고추, 병충해에 강한 양배추,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지방산 함유량이 증가된 들깨등이 포함이 된다. 같은 해 3월 미국 하버드 대학은 유전자 조작으로 네발 달린 병아리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 병아리의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를 병아리 태아의 날개 자리로 옮겼는데, 날개 끝부분의 깃털이 없어지고 발톱이 생겨났으며 다리 근육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인식, 앞의 글, p77.

10)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시민패널 1차 예비 주말모임을 위한 자료집, 유네스코   한국 위원회; 1998. 9. 5. p3-4.

11) 박병상,"후손의 처지에서 평가해야 할 생명공학",<<녹색평론>>,1989년 11-12월호 통권43호, p94-95

12) 앞의 책, 권영근, "녹색 혁명과 유전자 조작 식품", 권영근 편, p98-101참고

13) 같은 책, P111-112

14) 같은 책, 118-119참고

15) http//my.dreamwiz.com/antigmo게시판, "유전자 조작 식료품(GMO), 무엇이 문제인가?"

16) [GM농산물 및 식품에 대한 자료집], 1999.12 , 사단법인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P4

17)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두가지 주요 작물은 콩과 옥수수이다. 그런데 콩 수확의 90-95%와 옥수수의 60%는 인간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가축 사료용이다. 식용작물 부문에서 조차 대부분의 생명공학은 식량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옥수수에 출원된 생명공학 특허의 1/4은 산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옥수수전분 생산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다. 또다른 응용분야는 면화나 담배 같은 비식용작물에 관한 것들이다. 그리고 동물사료는 유전자 연구에서 계속 중요한 초점이 되고 있다. 한데, 동물사료를 고기로 전환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데 있어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며, 기아문제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보다 식물단백질을 직접 섭취할 때 줄어드는 것이다. 1에이커의 곡물은 고기생산에 소요되는 1에이커보다 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해 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콩과작물(콩·완두 등) 1에이커는 그보다 10배나 많이 생산한다. 그리고 엽채류는 15배나 더 생산한다. 앞의 책, 코너하우스,"식량?건강?희망?", 권영근 편 P169-170

18) 쇠고기 1㎏에 곡물 9㎏, 돼지와 닭고기는 1㎏에 각각 5㎏과 3.5㎏ 정도의 곡물이 소비된다고 한다. 또 달걀이나 우유를 1ℓ를 얻으려면 곡물 4ℓ정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생산된 단백질을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 되기에는 너무나 멀리 있다. 따라서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생명공학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부자들의 쿠데타"라고 제레미 리프킨은 혹평하고 있다. 박병상, "생명공학의 실상과 그 근본대안",<<녹색평론>> 2000년 7-8월 통권 제 53호 (녹색 평론사), P94

19) 칼진(Calgene, 이제는 몬산토社의 일부)社의 플레이버 세이버 (Flav-o-savr)는 과숙을 늦춤으로써 유통기간을 더 길게 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그러나 맛이 떨어지고 운송중에 물러터지는 등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자 현재는 토마토 퓨레로 가공되고 있다.

20) 앞의 책, 코너하우스, 권영근 편, p171 참고.

21) 식량 증산을 강조하는 유전자 조작 식품 광고에 기능성 식품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 비타민을 함유한 쌀은 이미 개발되었고, 소아마비 백신을 대신하는 바나나와 감기를 예방하는 우유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의 예측되는 성과는 키를 더 크게 해주는 식품은 물론 지능을 높이는 음식을 선보이고, 암을 치료하는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암 자체를 억제하는 식품이 개발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병상, "유전자 조작 식품은 돌연변이 식품", 생명안전 윤리연대 모임, www.kabb.ksdn.or.kr

22) 제레미 리프킨, 앞의 책, p137

23) 앞의 책, 코너하우스, 권영근 편, p186.

24) 베이트릭스 타페서, 크리스틴 폰 바이제커,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된 글라이포세이트 내성 콩이 인간 건강에 미칠 영향", (번역 : 마용운)

25) 미생물의 살충제로 이용되는 곤충 병원성 세균은 대부분 포자를 형성하여 야외에서 안정된 살충력을 가진다. 곤충 병원성 세균은 현재까지 약 100여 종류가 보고되고 있으나 살충제로 이용되는 것으로는 bacillus thuringiensis (Bt)가 있다. Bt의 경우 현재 미생물 살충제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대표적인 미생물 살충제로 손꼽힐 수 있다. Bt제제는 다른 미생물 살충제와는 달리 생산비가 저렴하고 다른 농약과 함께 혼용이 가능하며, 나비목, 파리목, 딱정벌레목등 숙주범위가 비교적 넓은 특징과 더불어 살충성도 비교적 빠른 시기에 보임으로써 가장 널리 이용된다.

   내독소 단백질의 작용기작은 곤충의 내독소 단백질 섭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섭식된 내독소 단백질은 소화액에 의해 분해되면서 독성을 보이는 활성 독소 형태로 변하고, 이것이 중장 피막조직을 가해함으로써 곤충은 섭식 후 수분내 섭식을 중단하고 여러 가지 생리적 장애에 빠지게 된다. 곤충은 Bt의 증식에 의한 패혈증으로 수일 내에 죽게  된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원, www.agbearch.snu.ac.kr, Bt살충제

26) 야외현장 실험에서도 유전자 조작된 작물이 목화씨벌레의 80%만 죽였다. 나머지 20%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결국 저항력있는 변종인 수퍼해충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제레미 리프킨, 앞의 책, p161-162

27) 유전자조작 농산물 경작이 늘면서 "수퍼잡초"출현등 환경 재앙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일 지난 92년 미국에서 유전자조작 곡물 생산이 처음 허용된 이래 농가들이 앞다퉈 재배에 나서면서 지난해말 현재 경작지가 5천만 에이커로 급속히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 경작이 늘어나면서 이들 농작물과 비슷한 야생식물과의 이종 교배가 이뤄져 살충성분을 발산하거나 제초제에 대한 저항 능력을 갖춘 유전자가 다음 대로 이어짐으로써 엉뚱한 야생식물이 급속히 번지는 환경재앙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무와 수수, 해바라기등에 의한 연구에서 조작된 유전자가 비슷한 야생식물로 쉽고 빠르게 옮겨가는 것이 밝혀졌다. 또 Bt로 알려진 살충성분을 발산하는 곡물도 예상치 못했던 위험이 제기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Bt는 보통 해충을 죽이기 위해 농작물에 분무되며 수일간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뉴욕대의 토양 미생물학자 연구에서는 토양내 Bt 유독성분이 8개월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초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제주왕나비과 나비의 유충이 Bt 옥수수 꽃가루를 먹고 죽어 해충이 아닌 익충에도 피해가 가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부산일보, 1999년 11월 5일, 유전자 조작 농산물 재배 급증 - '환경 재앙 경고' 연구결과 잇따라  

28) 단작은 생태적으로 불안정하며 질병과 해충의 원인이 된다. 1970-71년 미국에서는 옥수수 마름병 (Corn blight epidemic) 이 유행하여 전체 작물의 15%가 폐기처분 되었는데, 이것은 유전적 획일성 때문이었다. 1970년 미국에서 심은 잡종 옥수수 (hybrid corn)의 80%는 단일한 불임성 남계 (男系 , male line)로부터 얻어졌고 여기에 T 세포질 (T, cytoplasm)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T 세포질이 옥수수를 옥수수 마름병 곰팡이인 H.maydis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식물 육종자들과 종자회사들은 오직 단기간에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 한가지로 T세포질을 잡종 옥수수종자에 사용했던 것이다. 아이오와 대학교의 한 병리학자는 옥수수 마름병이 휩쓸고간 이후에 이렇게 썼다. "이렇게 넓고 동질한 지역은 불붙이기를 기다리는 연약한 초원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1972년 국립 과학 아카데미 (National Academy of Sciences)는 주요 곡물의 유전적 취약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은 미국 옥수수를 고안해 온 기술 혁신 때문에 옥수수는 전염병의 희생양이 되었다. 한 식물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것이든 그들 모두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농업에서 산출량이 높은 종자들의 단작이 확산되고 또 산림에서 고성장 종들의 단작이 확대되는 것은 생산성의 증대를 근거로 해서 정당화되어 왔다. 반다나 시바,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한재각외 옮김, (당대,2000), p166-168

29) 유전자 변이 종을 환경 속에 풀어 내놓는 위험이 예견될 수 있고 적절히 통제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위험은 오직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유전공학은 현재 식물과 동물을 막론하고 다양한 유전자 변이종을 생산하는 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종(種)들의 진화는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시간규모와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유전공학에 대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자연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에 대하여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듣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생물계에서 안정성이라는 것은 여러 다른 과정들이 발생하는 상대적인 비율에 결정적으로 달려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과정들의 상대적 비율에 미묘한 수정이 가해진다하더라도 그것은 그 시스템의 모든 주요요소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증폭될 수 있는 것이다. 유전공학은 진화의 돠정을 모방하기는커녕 그 과정에 간섭을 하고, 또는 심한 경우에 그 과정을 망쳐놓았다. 생명기술은 엄청난 규모로 유전자전이율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갑작스러운 유전자 변화의 비율에 직면하여 우리의 전지구적 생태계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피터 R. 윌스, "생명조작-자연 질서의 교란", <<녹색 평론>>, (녹색평론사), 1997년 5-6월 통권34호, p135-136

30) 리처드 리키·로저 르윈, 『제 6의 멸종』, The Sixth Extinction, 황현숙 옮김, (세종서적, 1997년) P161:20-163:2

31) 코너하우스, 앞의 책, 권영근 편, P190-191

32) 조셉 레빈·데이비드 스즈키,『유전자 : 생명의 원천』, 한국 유전학회 옮김, (전파과학사, 1996년), p105  

33) 이인식, 앞의 글, P80-81

34) 1992년에 카길사(Cargil)社는 인도 종자 시장에 진입하였다. 해바라기 씨앗은 에이커당 1500㎏을 약속했으나 그 수확량은 에이커당 500㎏을 수확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카길社의 잡종 사탕수수는 투입물의 구매가격이 훨씬 높아 결과적으로 소득은 감소하게 되어있다. 1993년 인도의 카나타카 농민들이 카길社의 잡종 사탕수수를 생산하는데 지출한 비용은 에이커당 3230루피이고, 수입은 3600루피였다. 잡종종자의 순수입은 에이커당 370루피밖에 안되지만, 토종종자의 경우는 에이커당 2900루피의 순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반다나 시바, 앞의 책, p168-169 참고

35) 제레미 리프킨, 앞의 책, p141

36) 빅토리아 호의 시클리과 물고기는 단 한종의 선조종으로보투 300종 이상이 분화되어 나온 이 물고기는 담수어의 중요한 생태적 지위를 거의 모두 채웠다. 1959년에 영국 개척자들은 걍태공들에게 월척의 재미를 주기 위해 나일퍼치(중앙 아프리카 북부의 민물고기)를 들여왔고, 2미터 가까이 자라는 이 거대한 포식자에 의해서 고유어의 개체군은 급격히 감소되었고 일부 종은 멸종에 이르렀다. 결국 고유종의 절반 이상이 절멸되었다. 퍼치는 물고기뿐만 아니라 호수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조류(藻類)를 먹이로 하는 시클리가 사라짐에 따라 식물체가 번창하여 부패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은 호수 저층의 산소를 고갈시켜서 시클리, 갑각류 등 다른 생물들의 감소를 부추겼다. 1985년에 어류학자로 구성된 특별 조사단은 "인간의 단 한번의 무분별하고 경솔한 조치로 그토록 많은 척추동물종을 한꺼번에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호수 생물들의 먹이 자원과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위협하게 된 것은 실로 전례없는 일이었다"라고 보고했다. 에드워드 윌슨, 『생명의 다양성』, 황현숙 옮김, (까치, 1995년), p279-280

37)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된 곤충과 물고기를 자연에 방출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1996년 채소나 과일을 갉아먹는 거미 진드기를 박멸하기 위해 최초의 트랜스제닉 곤충인 진드기를 미국 플로리다에 풀어 놓았다. 포식 곤충에 대항하는 수퍼 곤충이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랜스제닉 물고기는 자연의 물고기를 경쟁에서 물리칠 수 있다. 예컨대 성장 호르몬 유전자가 삽입된 수퍼 연어는 일부가 양어장을 탈출하여 바다로 나가 적지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수퍼 연어는 야생종보다 더 크고 강해서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노르웨이 협만에는 자연산 연어보다 양어장 연어가 다섯배나 많을 정도이다. 이인식, "생명공학의 발전 현황과 문제점" <<환경과 생명>>, (환경과 생명사), 제 21호, 1999년 가을

38) 이인식, "유전공학의 약속과 공포", p81

39) 유전자 변형작물은 인근에 재배중인 일반작물을 거리에 상관없이 꽃가루를 통해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의 마이클 미처 환경장관이 밝혔다.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처 장관은 이날 영국의원들에게 "GM작물 재배지와 일반작물 재배지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해도 유전자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두 재배지간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경우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재배지간 일정거리를 유지할 경우 99.5%정도의 GM작물 꽃가루가 일반작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때때로 극소량의 꽃가루가 상당한 거리를 날아간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000년 6월 15일, GM작물, 일반작물 오염 가능성 높아

40) 특정 농약에 저항성을 갖도록 하는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자의 불임기술을 부가하는 것이다. 특정 농약에 찌든 농토는 그 수입 종자만 싹을 틔우겠지만 그 종자는 다음 세대를 잇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으로 불임처리 되었다. 따라서 한번 그 작물을 심으면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그 농약과 그 종자만을 사들여야 한다. 박병상,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생명 공학", 『파우스트의 선택』, (녹색 평론사, 2000년), p132-133

41) 코너하우스, 앞의 책, 권영근 편, p189

42) 제레미 리프킨, 앞의 책, p145

43) 광우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프리온에 감염된 양의 내장을 먹은 소는 광우병에 걸리고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크로이츠 펠트 야콥'병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백질을 위와 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 체내로 흡수될텐데 전염병으로 확산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프리온이 단순한 단백질이 아니라 특별한 유전자의 산물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박병상, "유전자 조작 식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http//my.dreamwiz.com/antigmo 참고

44) 즉 독버섯의 독성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식물체는 알칼로이드나 렉틴과 같은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어 적에게 먹히지 않도록 하는 스스로의 방어수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은 야생종을 그대로 이용하기 보다는 품종개량하여 이들 화학성분 수준을 상당히 감소시킨 농작물로 만들어 이용하며, 조리방법을 강구하여 이들 화학물질은 충분히 제거하겨나 변성시켜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로 대두나 옥수수도 날것으로 먹지않고 익혀서 먹게된 것이다. 즉 기존의 식품들은 식품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이라고 하기 보다는 오랜 경험에 의해서 먹는 방법을 강구하고 안전성을 확인해온 것이다.

    식품 중 잔류 농약이나 유해 중금속의 오염이 급성 또는 만성 독성을 보이는가 하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당분섭취가 독이 될 수 있으며, 고혈압 환자에게 염분이 위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땅콩이나 호두와 같은 견과류, 쌀, 밀, 우유, 계란등에 대한 식품 알레르기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는데, 이들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환자가 이들 식품을 섭취할 경우 건강에 많은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알레르기 식품들은 경험에 위해 알려져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먹지 않음으로써 문제 발생의 소지를 두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험으로 알 수 없는 새로운 식품에 대해서는 장기간의 인체 실험을 거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박선희(식품의약품 안전청 보건 연구관),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 평가에 관한 토론회"(KSDN주최 98년 9월 29일)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 평가를 위한 정부 정책의 추진 현황.

45) 미국의 한 회사는 콩의 영양분을 더욱 증가시키기 위해 브라질 산 땅콩의 특정 유전자를 콩에 삽입했다. 가축 사료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 콩의 상품화를 포기했다. 브라질 산 땅콩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이 이 콩을 먹으면 역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는 검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콩으로 길러진 가축을 사람이 먹을 경우 그런 증세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김훈기, 『유전자가 세상을 바꾼다』, (궁리, 2000년), p172

46) 새로운 유전자의 도입이 유기체의 대사 경로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다. 유전자 조작 세균에서 생산된 트립토판은 대표적 사례이다. 1989년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세균에서 생산된 트립토판에 의하여 백혈구가 증가하고 심한 근육통 증상을 보이는 새로운 병이 발생하여 36명이 사망하고 만명 이상의 환자가 생겼다. 미국은 그해 11월 트립토판이 들어간 식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국가적인 비상경고를 하였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트립토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독성을 갖는 중간산믈의 농도가 증가하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 : 시민패널 1차 자료집>98. 9. 5.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회의실.

47) 박병상, "후손의 처지에서 평가해야 할 생명공학", 앞의 책, p165

48) 김달수, '생물종 상품과 유전자 조작', <<함께 사는 길>>,(환경운동연합), 2000. 1, p42-43

49) 자연 속의 상호관련성과 복잡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생명과학 영역에서의 창조성은 다음 세 가지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

   1. 살아있는 유기체에 내재해 있으면서 스스로를 진화·재창조·재생하는 창조성

   2. 지구의 풍요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이용하는 지식체계를 발전시켜온 토착 공동체의 창조성

   3.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살아있는 유기체를 이용하여 이윤 창출 방법을 찾는 현대 과학자들의 창조성

   반다나 시바, 앞의 책, p30

50) 같은 책, p31-32참고

51) 개방성, 아이디어와 정보 및 자료와 테크닉의 자유로운 교환은 연구 공동체의 창조성과 생산성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에 비밀이 도입되면서, 지적 재산권과 이와 관련된 지식의 상업화, 사유화는 과학 공동체를 고사시키고 그에 따라 창조성의 잠재력까지 말살할 것이다. 지적 재산권은 창조성의 원천 자체를 죽여가면서 창조성을 착취한다. 같은 책p40:18-41:8

52) 박은정, 앞의 책, p332

53) 같은 책, p47-57 참고

54) 인도 멀구슬 나무(Azadirachta indica, Neem)는 선진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열대 아시아 산 고유정이다. 미국 국립연구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사람들은 이 식물종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한다. " 수세기 동안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인도 멀구슬나무(Neem)의 잔가지로 이를 닦아 왔으며 그 잎에서 나오는 즙으로 피부병이 생긴 곳을 문지르고 나무 껍질을 달여서 만든 차를 강장제로 사용했다. 그리고 잎사귀를 침상이나 책장, 곡식 저장통, 찬장, 옷장 등에 놓아 성가신 해충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 열병이나 염증 등 다른 수많은 질병을 낫게 했으므로 이 식믈은 '마을 약국'으로 불렸다. 그들 수백만명의 인도인들에게 인도 멀구슬나무(Neem)는 만병통치약이었고 이제 전 세계 과학자들로 그들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에드워드 윌슨, 앞의 책, p309

 55) 힌두어로 향기를 뜻하는, 긴 낟알 모양의 끈기없고 고품질의 바스마티(Basmati) 쌀에 대해 특허 출원을 하려던 미국 텍사스 곡물회사의 시도는 높은 사회적 관심과 저항을 피해갈 수 없었다. 미혹적인 향기를 간직한 바스마티쌀은 지금껏 히말라야 자락에 자리잡은 인도와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만 경작돼 왔다. 그럼에도 이 곡불회사는 동아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이 품종을 경작한 다음, 바스마티란 그 이름으로 세계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미국 특허번호 '5663484'로 당당히 움켜쥘 수 있었다. 자신들이 경작하는 품종이 지난 10년간의 독자적인 품종개량 노력 끝에 얻은, 전혀 다른 품질의 산물이라고 이 곡물회사는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도 국민들에게 바이오 해적 행위의 가장 극명한 예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많은 인도 국민들에게 이 사건이 전통적인 토산품에 대한 잔인한 침탈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잠시 제쳐둔다 하더라도, 연간 3억달러에 이르는 인도 바스마티 수출에 가해질 타격이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스벤 한젠(Sven Hansen) / 디 타베스차이퉁 아시아 팀장, "바이오 해적", 최우성 번역, www. kabb.ksdn.or.kr, 출처 : '한겨레 21' 제 258호

56) 제레미 리프킨, 앞의 책, p103-104참고

57) 한 예로 1992년 엘리 릴리(Eli Lilly)社는 거대 생물자원 탐사회사인 샤먼 제약회사에 400만 달러를 주고 원주민 치료사의 지식을 사용해서 추출해 낸 항균제에 대한 전 세계 시장 독점권을 확보했다. 그리고 샤먼 제약회사의 비영리조직인 '치유의 숲 보전 위원회(The Healing Forest Conservancy)'는 엘리 릴리社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자사가 활동하고 있는 나라의 정부와 민중들에게 되돌려 줄 예정이나 그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반다나 시바, 앞의 책, p143

58) 제레미 리프킨, 앞의 책, P110

59) 그리스 사학자 헤시오드(Hesiod)는 이들 시대를 각기 황금시대, 은시대, 청동시대, 영웅시대, 철기시대라 묘사한다. 황금시대는 풍요와 충만의 시절로서 그리스의 절정기였다. "최초에 인간의 황금 충족이 올림푸스의 신들에 의해 창생되었다.".............그들은 아무것정거리도 없이 어떤 수고로움도 그리고 슬픔도 없이 신처럼 살았다. 그들은 세월이 가도 늙지 않아서 항상 원기가 넘쳤고, 모든 죄악으로부터 해방된 채 축제로만 지세웠다. 그들은 죽을때에도 수면을 취하듯이 고요히 잠들었다. 모든 선(善)은 그들의 것이었고 곡식은 풍요의 땅에 의해서 저절로 거두어졌으며, 그 땅에서 그들은 모든 선으로 충만한 속에 평화롭고 선하게 살았다. 제리미 리프킨,『 엔트로피』, 김명자·김건 옮김, (두산 동아,1996), p19

60)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의 아내로, '온갖 선물을 다 받은 여자'라는 뜻이다. 판도라는 여성 특유의 호기심으로 제우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상자를 열고만다.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제우스가 인간 세상에 내려보내려고 준비해둔 질병, 가난, 불행같은 재앙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판도라가 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상자에 남은 것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헛된 희망' 하나 뿐이었다. 인간이 헛된 희망 하나에 매달려 이 세상을 사는 것은 바로 판도라가 이것 하나만을 상자에 가둘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윤기, 『그리스 로마 신화』, 웅진,  p59

61)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p21

62) 생물학에서는, '살아있는 유기체를 독립된 부분으로 구성된 기계라고 하는 데카르트의 생물관이 아직도 지배적인 개념 구조가 되고 있다. 비록 데카르트적 단순한 기계론적 생물학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고, 그 후 3백년 동안 상당히 수정되었지만 생물체의 모든 면을 그 최소의 구성분으로 환원해서 이 구성분이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함으로써 알 수 있다는 신념이 대부분의 현대 생물학적 사고의 기반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것은 환원주의자의 신조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조용현, <자연 철학 - 생명과 그 본질의 이해>, 96년 자연철학 강의 자료, p4

63) B.러셀, 『서양철학사 하(下)』, 최민홍 역, (집문당, 1995년), p694-700참고

64) 박이문, 『문명의 미래와 생태학적 세계관』, 당대, p54-55

65) 환원주의는 인식론적·윤리적·생태학적 그리고 사회 경제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인식론 면에서 환원주의는 세계와 생물형태들의 풍부한 다양성을 기계적 관점에서 보도록 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물체가 스스로를 조직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결국 환원주의는 우리에게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질 능력을 앗아갔다고 할 수 있다. 생명에 대한 이같은 능력이 결여되었을 때, 이 지구상의 다양한 종들이 보호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반다나 시바, 앞의 책, p57-66참고

66) 박은정, 앞의 책, p445

   즉 기술 공개와 이를 통한 산업 발전이라는 공익적 측면과 발명가의 이익이라는 사익적 측면의 조화를 추구하는 제도인 것이다. 특허법 제 1조도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도 제22조에서 이러한 취지로 학문의 자유 보장과 발명과의 권리에 대한 법률적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나라나 할 것없이 특허제도는 발명가의 권리보호 측면에서보다는 경제 정책적인 차원에서 도입하고 운영되어 왔다.

67) 부분이 전체속에 들어있으면서 또 전체를 자신 속에 가질 때 가능해지는 것이 자기조직화이다. 이것은 자기의 조건을 자기 스스로 부과한다는 점에서 외부의 강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질서와는 다르다.

68) 조용현, <자연의 의미>, 98년 강의교재, p154

69) E.F.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김진욱 옮김, (범우사, 1995), p326

70)『에코에티카』의 저자 이마미치 도모노부 교수는 과학기술이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넘어서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새로운 환경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를 技術聯關이라 부른다.

71) 조용현, "생명공학의 미래와 사회적 통제"에 관한 논평, 새한 철학회 논문집, 철학논총, 18. 99. 9

72) 박이문, 앞의 책, p253

73) 법정, 『무소유』, (범우문고), p34

74) 버틀란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p33

75) 정수복, "나는 느리게 살고 싶다", <<환경과 생명>>, (환경과 생명사), 제23호, 2000년, 봄, p24

76) 같은 글, p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