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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디자인과 자연의 미학

음계, 소리의 페라스[태극]를 찾아서



음계, 소리의 페라스[태극]를 찾아서..




1. 소리의 페라스


우리의 세계 안에서는 아르케와 같은 절대적 무한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한정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간과 공간의 한정은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정자이다. 그렇다고 절대적 한정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세밀한 한정을 받고 있더라도 그 속에는 여전히 규정되고 있지 않는 무한정자가 숨어있다. 세상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한정된 무한정자이다. 그러므로 사물을 한정해가는 과정 이것이 사물이 생성되는 과정이며 이 가운데 페라스와 태극이 자신을 드러낸다.

피타고라스는 사물 속의 무한정자를 현에 숨어있는 소리 속에서 찾음으로서 7음계의 원리를 확립했다. 이 과정을 윤구병은 “있음과 없음”이라는 논문에서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적 부분을 전제한다.

저는 기타 줄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차례로 짚어 튀겨가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기타 줄에는 무한히 많은 소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소리들은 규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겉으로 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기타줄 안에 소리가 아예 하나도 없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기타줄을 차례로 짚어서 튀기면 숨어 있던 소리가 밖으로 나옵니다. 다시 말하면 없던 소리가 생겨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없던 소리가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줄을 짚어서 튀겼기 때문이 아니냐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줄을 짚어서 튀긴다는 행위는 무엇을 뜻할까요?"

"그만큼 줄을 끊어냈다는 것 아닙니까? " 한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뛸듯이 기뻤습니다. 저는 얼른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렇죠! 이어진 줄을 어느 부분에서 잘라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어진 것을 잘라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이어진 것, 연속된 것은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무규정적인 것 아니에요? 그것을 토막냈으니 그만큼 한정시켰다는 뜻이겠지요."

"한정시켰다? 좋은 말입니다. 그 결과 무엇이 드러났지요?"  제가 물었습니다.

"이제까지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소리요." 어느 학생이 곧 대답했지만 그 대답은 제가 바란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기타줄이라는 것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이어져 있는 모든 것, 다시 말해서 길이까지 포함해서 크기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머리에 떠올려 보세요. 그것들을 끊어내면 무엇이 나타나지요?" 그제서야 학생들은 내가 듣기를 바라는 대답이 무엇인지를 알아챈 듯했습니다.

"아아, 알았습니다. 새로운 끝, 한계, 페라스요. 맞지요?"

"그렇습니다. 기타줄을 끊어내는 순간 이어져 있던 것이 끊어져 숨어 있던 끝이, 한계가 밖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일정한 진폭과 진동수와 음색을 지닌 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것의 끝이, 한계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알면 소리가 되었든 모습이 되었든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윤구병, “있음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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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의 7음계는 바로 이 음의 페라스 즉 무한정된 소리 가운데 조화음을 찾아낸 것이다.



2.  7음계의 재구성



음은 줄을 당겼을 때 생기는 공기진동수에 의해서 결정되며 줄이 짧아지면 그만큼 진동수는 많아지고 높은 음이 나온다. 예컨대 현의 길이가 1, 2/3, 1/2로 짧아지면 음의 진동수는 그것의 역수 즉 1, 2/3, 2..로 늘어난다.

이것을 수학에서 조화수열(harmpnic processing)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피타고라스에서 연유하는 용어이다. 즉 어떤 수열의 역수가 등차수열(additional processing)을 이룰 때 그것을 조화수열이라고 하는데 그것의 전형적인 예가 음계의 높이와 현의 길이사이의 관계이며 여기서 정상파라는 듣기 좋은 음이 나온다.

1, 2/3, 1/2, 2/5,....

이 수열의 역수를 취하면,

1, 3/2, 2, 5/2,...

이것은 초항이 1이고, 공차가 1/2인 등차수열이다. 일반항은 (n+1)/2이므로 피타고라스의 수열은 그 역수인 2/(n+1)로 된 수열이다.

음은 줄을 당겼을 때 생기는 공기진동수에 의해서 결정되며 줄이 짧아지면 그만큼 진동수는 많아지고 높은 음이 나온다. 예컨대 현의 길이가 1, 2/3, 1/2로 짧아지면 음의 진동수는 그것의 역수 즉 1, 2/3, 2..로 늘어난다.

피타고라스는 리라의 현을 1/2로 줄였을 때 한 옥타브(7도) 높은 음이 나오고, 2/3으로 줄였을 때 4도 높은 음이 나오고(5도 음정) 3/4으로 줄였을 때 3도 높은 음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4도 음정) 그리고 물론 역으로 2배로 늘였을 때는 한 옥타브(7도) 낮은 음, 3/2으로 늘였을 때는 4도 낮은 음, 4/3으로 늘였을 때는 3도 낮은 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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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피타고라스의 음계를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도1에서 시작하자.

2)도2 도1의 진동수를 2배로 해서 7도 높은 음을 얻는다.(진동수=1×2)

8)시 미의 진동수를 3/2배하면 미 보다 4도 높은 음을 얻는다.(진동수=3/2×3/4×3/2×3/4×3/2=243/128)

6)라 레의 진동수를 3/2배하면 레 보다 4도 높은 음을 얻는다.(진동수=3/2×3/4×3/2=27/16)

4)솔 도1의 진동수를 3/2배해서 도1에서 4도 높은 음을 얻는다.(진동수=1×3/2=3/2)

3)파 도2의 진동수를 2/3배해서 도2에서 4도 낮은 음을 얻는다.(진동수=2×2/3=4/3)

7)미 라의 진동수를 3/4배해서 라보다 3도 낮은 음을 얻는다.(진동수=3/2×3/4×3/2×3/4=81/64)

5)레 솔의 진동수를 3/4배해서 솔 보다 3도 낮은 음을 얻는다.(진동수=3/2×3/4=9/8)

1)도1 진동수=1

현의 길이는 진동수의 역에 비례한다

현의 길이는 진동수의 역에 비례한다.(f ∞ l) 따라서 진동수의 역수를 취하면 각 음계의 현의 길이가 나온다. 이 분할점에서 음의 페라스, 태극이 나타난다.

도1(1/1),레(8/9),미(64/81),파(3/4),솔(2/3),라(16/27),시(128/243),도2(1/2)

옛날 피타고라스가 설계한 리라의 음계는 맨 밑에 있는 가장 높은 음이 나는 가장 짧은 현에서 시작하여 위쪽으로 뜯음으로써 연주하였다. 리라는 높은 E를 맨 밑에 두었다. 현을 위쪽으로 띁으면 E-D-C-B-A-G-F로 내려온다. 높은 미(E)에서 시작하여 레D,도C,시B,라A,솔G,파F로 내려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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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 팬파이프, 켈트 하프와 같은 다양한 목관악기와 현악기들은 이 비례를 사용하여 음계를 나타내도록 설계되었다. 다음 그림은 소리를 한정하는 일곱 지점의 페라스(태극)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위에 계산한 분할비에 비례해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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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경우 얼핏 모든 건반이 동일해서 페라스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의 굵기를 굵게 조정하거나 구리를 감은 선을 사용한다든지 해서 현을 조정하지 않고 균일한 현을 사용한다면 숨어있는 페라스가 드러난다. 앞의 리라와 그 형태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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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주는 신이 탄주하는 거대한 악기



음악은 피타고라스에게서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우주론이다. 이것은 계명 도-시-라-솔-파-미-레-도의 의미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 계명들은 라틴어 구조의 첫글자에서 딴 것으로 그 본래 의미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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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음계는 대우주의 디자인에서 숨겨진 면 즉 음악의 수학적 조화에 의해 지배되는 우주의 모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음계의 구조는 우주가 절대적인 신성으로부터 출현해 천체의 일곱단계를 따라 내려와 절대적인 신성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슈나이더, 『자연,과학,예술의 수학적 원형』,234]

피타고라스는 7음계는 아페이론에 대한 우주의 태초의 자기한정 즉 페라스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았다. 이 페라스를 통해 코스모스(우주, 질서)가 출현한다. 나는 이것이 바로 태극이 의미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태극이 바로 무한정적인 것에 한정을 가하는 경계를 의미한다.

우주는 신이 탄주하는 거대한 악기다. 아래 그림은 7음계로 무한정자 카오스를 페라스화 하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우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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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타고라스적 비젼의 균열과 평균율



피타고라스 음계의 문제점은 각 계간의 비율이 일정치 않다는 데에 있다. 각 계간에 일정한 등비수열을 이루어야 한다. 아래에서 보듯이 미와 파, 그리고 시와 높은 도 사이에는 공비가 256/243이고 나머지는 9/8로 일정하지 않다. 이것은 완벽한 화음을 손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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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검은 건반에 해당하는 5음계 까지 포함해서 13음계 까지 고려하면(예컨대 C에서 C#, C#에서 D..등) 그 비례는 더 일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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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옥타브내의 모든 반음들 간의 차이를 규칙적으로 정렬해 수학적으로 동일하게 고려한 평균율이 만들어졌다. 순정율이 자연적 음정 비례에 기초하는데 반해 평균율은 한 옥타브를 수열적으로 균등한 12 개의 음정으로 나눈 것으로 그 때 적용되는 음정간의 비율인 평균율(R)에 의한 조율 방식은 간단하다.

피타고라스의 조율법과 순정율이 정수론의 관점에서 발상된 음정간의 화성적 비례를 다루는 것이라면 평균율은 등비수열의 관점에서 음계를 조직하는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조직 원리는, 최초 개방현의 길이(L)를 1 로 보면 그 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이 나오는 길이는 1/2이다. 일정 비율 R 을 곱해가며 반음씩 올리는데 이를 12 음계의 각 현의 길이의 변모 과정에서 바라보면,

도 = 1, 도# = R, 레 = R^2, 레# = R^3, 미 = R^4, 파 = R^5, 파# = R^6, 솔 = R^7, 솔# = R^8, 라 = R^9, 라# = R^10, 시 = R^11, 그리고 한 옥타브위의 도 = R^12 의 길이를 각각 갖게 된다. 옥타브 위의 C2 음정의 현이 길이는 1/2 로 정해져 있으므로,

R^12 = 1/2

그러므로,

R = 10^(log 0.5/12)

= 0.943874....

이 공비값이 곧 평균율이다. [,http://blog.naver.com/auralux/110014961083]

피타고라스 음계의 조율값이 유리수인데 비해 평균율 음계의 조율값은 정수비가 아닌 무리수이므로 평균율에서의 화성은 원리적으로 완전 협화음정을 만들 수 없다. 정수비로 된 피타고라스의 정연한 우주 속에 혼돈의 틈이 살짝 고개를 뒤밀고 있다. 평균율은 “만물은 수다”는 피타고라스의 선언의 스캔들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