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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디자인과 자연의 미학

수학과 예술의 접점;M.C.Escher의 공간분할의 마술(2001.12)

몸의 철학 그림판 "에셔의 세계" 해설 (2) 

 

 

수학과 예술의 접점;M.C.Escher의 공간분할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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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서 에셔의 예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 보았다.여기서는 이 가운데 에셔의 규칙적 공간분할(tessellation)의 기법과 의미를 좀더 자세히 살펴 보고자 한다.

에셔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 공간분할이 셋 단계로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공간분할에 대한 아이디어는 1936년 이슬람궁전 알함브라를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그러나 이슬람문양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사용되고 있는 문양들이 추상적 패턴들이다.이것은 신에 대한 구상적 표현을 금지하는 이슬람 전통의 산물이다.그러나 에셔는 보다 구상적 패턴들에 관심을 가졌다.이 구상적 패턴-말,새,물고기 등-을 사용한 규칙적 공간분할을 초기작품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두 단계로 발전해 간다.이것은 그의 형이상학적 관심-무한을 이해할려는 시도-과 연관되어 있다.그러나 그는 예술가이지 수학자가 아니다.예술가에게서 무한은 그려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무한을 유한한 공간속에 구상화 해 볼려고한 시도로서 나타난다.그러나 이것은 앞서 사용한 유클릿드 공간내에서는 표현하기 어렵다.그래서 그는 비유클릿드 기하학의 공간인 쌍곡공간(hyperbolic space)을 이용해 새로운 공간분할을 시도한다.

또 하나의 그의 관심은 변형(metamorphoses)의 모티브다.하나의 형태가 서서히 다른 형태로 변화되어 간다.그는 그 변화의 과정을 공간분할의 틀속에 표현해 볼려고 시도한다.이것 역시 그의 형이상학적 관심과 연관되어 있는 바 플라톤적 영원의 상에 대한 영감이다.변화의 와중 가운데 불변적 패턴을 찾을려고 하는 시도이다.이런 면에서 그의 입각점은 독특하다.수학은 추상적 대상을 다루는데 대해 예술은 구체적 대상을 즐겨 다룬다. 에셔는 그 둘다에 관심이 많았다.그는 화가이므로 구체적 대상에서 출발한다.그러나 그의 또 하나의 본성인 수학적 본성은 그것속에 들어 있는 불변적 패턴에 대한 해석을 지향한다.그 결과 나타난 것이 변형의 모티브이다.이 에셔의 관점은 앞서 살펴본 "형태형성의 보편문법이 있는가?"의 톰슨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규칙적 공간분할의 기법

 

http://www.camosun.bc.ca/~jbritton/jbescher3.htm

 

에셔의 공간분할의 문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수학적 개념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규칙적 공간분할(tesselation)은 앞서 보았듯이 동일한 문양을 중복과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채우는 방법이다.

2차원 평면상에 가능한 기하학적 도형은 3개 밖에 없다.3각형,4각형,그리고 6각형이 그것이다.

 

 

오각형은 불가능하다.그것은 좌측의 그림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말,물고기,새 등과 같은 형태들을 가지고 어떻게 규칙적 공간분할이 가능할 것인가? 이것이 알함브라의 궁전의 문양들을 보면서 에셔가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그것은 비교적 간단하다.말로 하는 것 보다 그림으로 보는 편이 훨씬 더 이해하기 빠르다.

 

d와 같은 불규칙한 문양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사각형의 모눈종이위에 그림을 그리고(b) 그것을 가위로 오린 다음 화살표로 표시된 부위에 붙인다.(c) 이런 방식으로 여러개의 d와 같은 형태들을 만들고 이것들을 조립하면 딱 맞아 떨어질 것이다.들어간 부분은 다음 문양에서 튀어나오고 튀어나온 부분은 다음 문양에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규칙적 문양을 사용한다는 점만을 제외하고는 그림맞추기 놀이와 다를 바가 없다. d의 문양을 가지고 평면을 완전히 덮을 수 있다. 여기에 적당한 그림을 그려 넣으면 에셔형의 그림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왜 가능할까? 사실 이것은 a 즉 사각형의 변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이것은 삼각형과 육각형에서도 시도할 수 있다.이제 구체적으로 에셔의 그림 하나를 보자.아래 그림은 에셔의 "천마도"(pegasus)이다.

이 그림의 기본도형은 무엇일까? 백마와 백마가 만나는 점을 연결해 보면 사각형이 만들어질 것이다.(이것은 적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사각형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은 다른 부분에서 빼고 들어간 부분은 다른 부분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천마가 만들어진다.그러면 이 천마들을 조립하면 앞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완전히 평면을 덮게 될 것이다.이것은 사실 사각형의 평면덮기의 변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아래 그림들은 그몇가지 예를 동화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 그림을 하나 하나 클릭해 보세요.

 

 

 위 그림을 보면 이동방식에 몇가지 상이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평행이동(translation, slide),반사(reflection),회전(rotation),미끄럼 반사(glide reflection)의 4가지 방식이 있다.제일 간단한 것이 평행이동이다.전후좌우로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이다.반사는 거울상을 만드는 이동이다.회전은 일정한 각도로 형태를 돌리는 것이다.그리고 미끄럼 반사는 평행이동한 다음 반사를 행하는 변형이다.아래 그림은 그 각각을 동화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좌측에서 차례로 평행이동,반사,회전,미끄럼 반사를 보여준다.

                                            

 각 그림을 클릭해 보세요

http://www.math.ubc.ca/~robles/symmetry/index.html

 

천마는 평행이동만을 사용했고,개는 미끄럼반사와 평행이동,도마뱀은 회전과 평행이동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셔는 이 기본도형의 변형을 통해서 어떻게 2차원 공간을 덮는 규칙적 공간분할이 가능한가를 여러 그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그 가운데 어떤 그림은 그 과정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있다.사실 이것이 뒤에 변형의 모티프로 발전해 간다.

 여기서 중심의 육각형이 앞서 논의한 그런 변형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도마뱀의 형태로 변형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물론 그 과정에서 규칙적 공간분할의 규칙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이것은 무한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그러나 무한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이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동일한 크기가 중심부에서는 크게 나타나고 주변부로 갈수록 작아지는 그래서 그 극한에서는 무한소로 변형되는 방식의 기법이 필요하다.에셔는 뒤에 비유클릿드의 쌍곡공간을 도입함으로써 이 무한의 문제를 좀더 구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이것은 논의의 순서상 후술하도록 하고 다음 절에서는 이 에셔의 기법을 이용해서 실제 에셔의 흉내를 내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셔 흉내내기

 

http://www.tomsnyder.com "Tessellation Exploration" by Kevin D.Lee

 

에셔의 기법을 이용해서 에셔유형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유용한 소프트웨어가 있다.켈빈 리가 만든 Tessellation Exploration가 그것이다.이것의 간단한 사용법을 덧붙인다.(아주 직관적이어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초기화면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Create a New Tessellation,

Open a Tessellation,

Tessellation Tutorial,

Explore Transformation,

Slide Show

 

이 가운데 먼저 슬라이더쇼를 감상하자. 우측 창의 하단에 미리 저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패턴들이 있다.화살표를 눌러 패턴들을 훑어 본 다음 메인메뉴로 돌아가 Open a Tessellation을 선택하자. examples을 찾아 파일 하나를 불러내면 그 파일이 실행되면서 아래 화면이 뜬다. 아래 그림은 아사마 빈 라덴을 닮은 turban을 불러낸 것이다.

좌측 윈도우를 출력창이라 하고 우측을 디자인판이라고 하자.우선 출력판의 아래를 보면 하단 좌측에 Tessellate라고 하는 단추가 보일 것이다.그것을 누르면 Tessellation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이 과정에 평행이동,반사,회전,미끄럼반사 등이 실행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완성된 것 만을 보고 싶으면 그 단추를 다시 한번 눌러주면 된다.

우측의 디자인창을 보자.Tile Build가 보일 것이다.이것을 누르면 사각형이 깍이고 보태지고 이동,반사,회전 등의 과정을 통해 지금의 형태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앞서 본 천마,개,도마뱀을 만든 기법과 같다. 이 빈라덴 Tessellation은 사각형을 기본도형으로 하고 회전과 미끄럼반사의 기법으로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이동,반사,회전 등 변형기법에 대해 좀더 알고 싶으면 초기화면의 Explore Transformation으로 들어가면 된다.여기 동화상을 통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Tile Build의 우측에 손과 가위 모양의 단추가 있다.이것은 무늬를 편집하는 도구다. 손단추를 누르면 디자인창의 그림의 윤곽선에 흰색의 점들이 나타날 것이다.그 점에 마우스를 갖다대고 당기면 모양이 바뀔 것이다. 가위 단추를 클릭한 다음 점에 마우스를 가져다 놓고 누르면 점이 사라질 것이다.이 점들은 그림의 윤곽을 그리는 도구이다. 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윤곽은 좀더 부드러워진다. 손단추를 누른다음 윤곽선을 클릭하면 새로운 점들이 계속 생겨난다.이 두가지 도구를 사용해서 내자신의 Tessellation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하단에 여러 편집도구들이 있다.이것은 통상 그래픽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점선으로 된 사각형은 그 옆의 손바닥 단추와 함께 원하는 부위를 잘라서 옮길 때 사용한다.

임의의 무늬를 그려넣으려면 도구모음의 좌측 상하단의 연필과 붓을 이용하면 된다.그 옆에 그것을 지우는 지우개도 있다.사각형을 그리거나 원을 그릴 때는 하단 우측의 4개의 단추를 사용하면 된다.

하단 제일 우측에 눈,귀,코,입,무늬 등을 붙일 수 있는 악세사리 통이 있다. 그것을 클릭해서 원하는 형태를 선택한 다음 그 위의 스탬프를 누른다.다음 그림에 마우스를 갖다 대고 클릭하면 그림에 악세사리를 붙일 수 있다.

제일 하단의 둥근원은 그림의 색을 조정하는 단추다.클릭하면 색조견표가 나온다.원하는 색을 지정한 다음 상단의 페인트통을 클릭하고, 그림을 클릭하면 지정한 색으로 그림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이제 에셔풍의 그림을 직접 그려볼 차례이다. 메인 메뉴로 돌아가 Create a New Tessellation을 선택하면 Tessellation에 사용할 수 있는 4가지 기본도형이 나온다.(엄밀한 의미에서 오각형은 사용될 수 없지만 4개의 오각형이 모여서 일정한 형태의 육각형을 만들어내는 특수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4각형을 클릭해 보자.새로운 창이 뜨면서 우측에 가능한 변형들의 목록이 나온다.

우측 창의 상단에 변형가능한 형태의 목록이 나온다.지금 회전(Turns)이 선택되었고 4가지 유형이 가능하다.원하는 형태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변형방식을 보여주고 그 결과를 왼쪽 창에 출력할 것이다. 원하는 형태를 다블클릭하면 창이 편집창으로 바뀐다.앞서 설명한 여러 도구들을 사용해서 이 기본도형을 변형시켜 볼 수 있다.실제 해 보면 그렇게 쉽지 않다. 연습은 천천히 하고 내장되어 있는 몇 개 파일을 불러내어 감상해 보자.좌측은 에셔의 그림이고 우측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그린 것이다.그 수준에서야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원리에 의한 것임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을 그린다.

 

이 규칙적 공간분할은 무한을 암시한다.사실 그가 이 규칙적 공간분할에 매료된 것은 무한을 화폭속에 잡아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이 기법이 암시했기 때문이다.동일한 패턴의 끝없는 반복은 무한을 암시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무한에 대한 간접적 시사일 뿐 무한 그 자체는 아니다.그는 무한 그 자체를 그리기를 원했다. 1959년에 발표된 짧은 글에서 에셔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평면을 주기적으로 분할함으로써 얻어진 것이 무엇인가?...그것은 분명 무한의 부분일 뿐이다.모양들이 짜맞추어져 있는 이 평면이 무한한 크기 였다면,무한수의 모양들이 그 위에 그려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우리는 상상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우리 자신이 물질적 삼차원 세계속에 살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으며,모든 방향으로 끝없이 펼쳐진 평면을 장식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다.( 엘리 마오,『무한 그리고 그 너머』,사이언스북스, p.235서 재인용)

 

이런 이상한 세계를 한번 상상해 보자.일정한 거리 1을 달리고 있다고 하자. 한 걸음에 1/2을 달린다면 두걸음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하는데 한 걸음 옮길 때 마다 내가 1/2씩 줄어드는 세계를 상상해 보자.다음에 나는 1/2+1/4 만큼 갔을 것이고 그 다음은 1/2+1/4+1/8 만큼 진행했을 것이다.(수학의 무한급수) 그렇다면 이 단위길이 1은 이 "세계내의 나"에게는 무한인 셈이다.그 경계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경계는 없는 셈이다.

이것이 무한을 그리려는 에셔의 아이디어였다.세계의 경계로 갈수록 점점 축소되는 형상을 한 화폭에 담았는데 이 작품에서 이동,회전,반사,미끄럼 반사에 이어 그 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변형으로서 "닮음"에 의한 축소와 확대의 기법이 나온다. 아래의 좌측 그림("smaller and smaller",1956)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측 그림 "원형극한3"(Circle Limits3)은 이것을 공간속에 표현한 것이다.이 세계가 오늘 갑자기 1/2로 줄어들었다면 나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모든 것이 똑같이 축소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오른쪽 그림에서 중심의 물고기는 점점 줄어들면서 경계로 이동해가고 있고 경계 근처의 물고기는 중심부로 확장되면서 이동해오고 있다.그러나 물고기는 자신이 축소 또는 확대되고 있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실 중심도 없고 경계도 없다.확대되고 있는 것도 없고 축소되고 있는 것도 없다. 이것은 무한을 3차원 유클릿드 평면속에 표현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왜곡일 뿐이다.

 

hyperbolic tessellation 에 대해서는 아래 사이트 참조

http://aleph0.clarku.edu/~djoyce/poincare/poincar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