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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디자인과 자연의 미학

수학과 예술의 접점;M.C.Escher의 세계(2001.12)

 몸의 철학 그림판 "에셔의 세계" 해설 (1)

 

 

수학과 예술의 접점;M.C.Escher의 세계

출전; http://www.mathacademy.com/pr/minitext/escher/index.asp#intro

 

 그림을 클릭하면 확대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수학적 예술가

 

에셔(Maurits Cornellius Escher)는 1898년 네덜란드의 레우바르덴에서 태어났다. 그는 수학적 개념들을 시각화한 특이

하고 매혹적인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그는 1950년대 까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가 1956년 최초의 개인전시회를 열고 그것이 타임지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그의 그림은 특히 수학자들을 매료시켰는데 수학의 원리들을 아주 독창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에셔 자신은 고등수학에 대해 공식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그가 읽은 수학적 개념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끌여들어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시켜 갔다.그는 평면기하학과 사영기하학의 도형들을 직접 공부하면서 결국 비유클릿드 기하학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그는 또한 "불가능한" 형태들이 만들어내는 파라독스,특히  펜로즈의 파라독스에 매료되어 그것에 기초한 작품들을 많이 그렸다.수학도로서 에셔의 작품은 크게 두 영역에 걸쳐 있다.하나는 공간의 기하학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의 논리학이다.

 

규칙적인 공간분할(tessellations)

                          

 tessellation이라 불리는 평면의 규칙적 분할은 일정한 형태의 타일을 사용해서 겹치지도 않고 틈을 남기 지도 않으면서 바닥을 완전하게 덮는 배열방식을 의미한다.통상 이 공간분할에 사용되는 대상은 바닥에 까는 타일과 같은 정다각형이나 그에 준하는 도형들이다.그러나 에셔는 수학적 도형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상적 형태들의 공간분할에 더 관심을 가졌다.특히 그는 "변태"(metamorphoses)-어떤 형태가 다른 형태와 얽혀 서서히 변해가면서 심지어는 2차원 평면을 벗어나는 2차원 형태들-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특별한 기쁨을 느꼈다.

이러한 그의 흥미는 1936년 스페인 여행중에 알함브라(Alhambra)라는 이슬람 궁전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그는 꼬박 며칠간을 이 타일들의 문양을 스케치하면서 보냈다.후에 그는 이것이 "지금껏 나를 사로 잡아온 가장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말했다.1957년 공간분할에 관한 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평면의 규칙적 분할은 수학계에서 계속 다루어져 온 이론적 주제이다...그렇다면 이것이 전적으로 수학적 주제라는 말인가? 내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다.수학자들은 그 미지의 영역으로 나갈수 있는 문을 열어 놓았다.그러나 그들은 그 문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수학자들은 그 본성상 그 문을 여는 방식에 더 흥미가 있으며 문 뒤에 있는 그 풍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 평가가 수학자들에게 합당한 것인지는 별도로 하고 여하튼 수학자들은 모든 형태의 정다각형들 가운데 단지 정삼각형,정사각형,그리고 정육각형 만이 규칙적 공간분할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에셔는 반사(reflection),미끄럼반사(glide reflection),평행이동(translation),회전(rotation)의 기법을 이용해서 규칙적 공간분할에 사용될 수 있는 이 세 정다각형들의 변형들을 탐색했다.그는 정다각형들을 동물,새,기타 여러 형태로 변형시켰다.(물론 규칙적 공간분할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이 변형의 패턴들은 3중,4중,6중 대칭이라는 수학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 그 적용을 통해서 에셔는 놀랄만치 아름다운 패턴들을 만들어 내었다.

 

 

"도마뱀"이라는 작품에서 이 공간분할은 재미있는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이 동물은 2차원 감옥에서 탈출해서 3차원 책상위로 올라간다.그러다 다시 붕괴되면서 원래의 2차원 패턴으로 되돌아 간다.에셔는 많은 6각형 공간분할에서 이 도마뱀 패턴을 사용했다.또 "발달(1)"이라는 작품은 정사각형이 점차 변형되면서 최종적으로 도마뱀이 만들어지는 이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정다면체

 

정다면체(polyhedra)라 불리는 정입방체(regular solids)는 특히 에셔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는 많은 작품들에서 이것을 다루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이것들이 2차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정다각형으로 되어 있는 정다면체는 단지 5개만이 있다.이것을
플라톤의 입방체라고 하는데 4개의 정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정사면체(tetrahedron),6개의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정육면체(cube),8개의 정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정8면체(octahedron),12개의 정오각형으로 되어 있는 정12면체(dodecahedron),20개의 정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정20면체(icosahedron)가 그것이다.목판화인 "4개의 정입방체"(Four Regular Solid;우측 그림)에서 에셔는 플라톤의 입방체들 가운데 4개를 대칭성을 유지하게 하면서 중복 교차시키고 있다.각각이 구분될 수 있도록 내부를 투명하게 만들었다.빠진 입방체는 무엇일까?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입방체들을 서로 교차시키거나 입방체의 면에 피라밋과 같은 "각뿔을 부치는 방식"(stellation)으로 플라톤 입방체의 많은 변형들을 만들 수 있다.이것은 입방체를 3차원 별의 형태로 변형시킨다.각뿔을 붙인 정12면체의 현란한 모습은 에셔의 "질서와 무질서"(Order and Disorder;좌측 그림)에서 찾아 볼 수 있다.각뿔을 붙인 정12면체가 투명한 구안에 들어 있는데 이것이 가진 규칙적인 아름다움이 테이블위에 흝어져 있는 무질서한 잡동사니들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각뿔을 붙인 입방체는 에셔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것이 "별"(Star;우측 그림)이라는 목판화이다.이것은 정8면체,정4면체,정육면체를 중첩시켜서 만든 입방체이다.만일 에셔가 수학적 형태들만을 그렸다면 우리는 아마 그나 그의 작품들에 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정다변체안에 카멜레온을 집어넣는 장난기로 우리의 허를 찌른다.그는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습관적인 지각의 세계에 충격을 주면서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도록 도발한다.이것이 수학자들로 하여금 에셔의 작품들에 경탄해 마지 않게 하는 한 요소이다.  바로 그러한 지각적 새로움이 모든 위대한 수학적 발견들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형태

 

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에셔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에 속하는 부류는 공간의 본성 그 자체를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교차하고 있는 3개의 평면"(Three Intersecting Planes;우측 그림)은 이러한 유의 에셔의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다.왜냐하면 이 작품은 공간의 차원과 2차원 평면상에 3차원성을 표상화하는 마음의 능력에 대한 에셔의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다음절에서 보겠지만 에셔는 놀라운 시각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이 후자의 특성을 자주 이용했다.

수학자 코제트(H,S.M.Coxeter)의 저서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그림에 자극받아 에셔는 쌍곡공간(hyperbolic space;비유클릿드 공간의 하나.)에 대한 많은 아름다운 형상들을 만들어 내었다.그 가운데 하나가 목판화 "원형한계3"( Circle Limit 3;좌측 그림)이다.이것은 두 종류의 비유클릿드 공간중의 하나로 에셔의 작품속에 채용된 모델은 프랑스의 수학자 포엥까레(Poincare)에 유래하는 것이다.이 공간이 도대체 어떤 것일까를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이 이 그림속에 들어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당신이 그림의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걸어감에 따라 그림속의 물고기처럼 점점 줄어든다.그 가장자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당신이 주의깊은 관찰자라면 그림속의 삼각형이 모두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4개의 변을 가진 사각형이 4개의 직각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기이한 사실들을 눈치챘을 것이다.즉 이 공간에는 어떠한 사각형도 없다.실로 기이한 곳이다.

더 기괴한 것은 목판화 "뱀"(Snake;우측 그림)이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다.여기서 공간은 줄어들면서 상호교차하고 있는 고리에서 시사되어지는 것처럼 가장자리와 중심을 향해서 무한히 멀어지고 있다.만일 당신이 이러한 공간속에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보일까?

유클릿드와 비유클릿드 기하학에 부가하여 에셔는 그가 살았을 당시 성숙기에 접어든 수학의 새 분야인 위상수학의 시각적 특성들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위상수학은 공간을 늘이거나 구부리는 변형에 의해서도 변화되지 않는 공간의 특성들을 다룬다.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는 이 주제에 대해 에셔가 다룬 중요한 사례이다. 그것은 통상 의 세계에서는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는데 대해 하나의 면만을 갖은 기이한 특성을 갖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2"(Mobius strip 2;우측 하단)에서 개미의 경로를 따라가 보면 그 경로의 반대 면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이 개미들은 항상 같은 면만을 기어가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종이띠를 가위로 잘라 그것을 반쯤 비틀어서 두 끝을 풀로 붙인다.그 띠를 가로 방향으로 잘랐을 때 어떤 형태가 얻어지리라고 생각하는가?
 

또 하나의 흥미있는 사례는 석판화인 "화랑"(Print Gallery;좌측 그림)인데 이것은 공간의 논리학과 위상학을 다루고 있다.화랑에서 한 젊은이가 한 항구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거기에는 부두가 있고 그곳에 상점이 늘어서 있다.그 상점 가운데 화랑이 있다.그리고 그 화랑안에서 한 젊은이가 항구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아니! 잠깐만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에셔의 그림은 한참 동안 들여다 보고 있어야 의미가 들어오는데 이것은 특히 그렇다.에셔는 공간을 공간속으로 밀어넣음으로 젊은이가 그림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이 그림의 비밀은 에셔가 이 석판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만든 모눈종이상의 스켓치를 보면 조금은 분명해진다.모눈종이의 눈금이 시계방향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라.특히 이 트릭-한 가운데의 빈 구멍-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주목하라.수학자들은 이것을 특이성(singularity)라고 하는데 공간의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곳을 의미한다. 터진데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짜깁기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없다. 에셔는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얼버무리기 보다 그 구멍안에 자신의 이니셜을 슬쩍 집어넣어 놓았다.

 

 

공간의 논리

 

공간의 논리는 물리적 대상사이에 지켜야할 공간적 관계를 의미하며 이것이 깨어질 때 시각적 파라독스 통상 착시(optical illusion)가 발생한다.많은 화가들이 이 공간의 논리에 관심을 가졌으며 그것을 의도적으로 탐구하기도 했는데 그 한 예가 피카소이다.

 

에셔는 공간의 기하학이 그것의 논리를 결정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논리가 그 기하학을 결정한다고 생각 했다. 그가 자주 적용한 공간의 논리의 특성가운데 하나는 요철을 가진 대상에서 명암의 역할이었다. "리본이 들어있는 입방체"(Cube with Ribbons;우측 그림)라는 석판화에서 리본띠의 돌출부는 그것이 입방체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알으켜주는 시각적 단서이다.그러나 만일 우리가 우리의 눈을 믿는다면 우리는 그 리본을 믿을 수 없다!

 에셔의 또 다른 관심은 원근법에 관한 것이다.원근법적 그림에서 소실점은 무한대의 거리에 있는 것으로 상정되어진다.  현대수학의 한 분야인 사영기하학을 낳은 것은 알베르티,드가 그리고 르네상스시대의 화가들의 원근법과 무한대에서의 점에 대한 연구의 결과였다.

에셔는 비통상적인 소실점을 채용하고 그에 따른 구성의 원리를 지키게 함으로써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상/하, 좌/우의 방향이 뒤바뀌는 장면을 만들어 내었다. 그는 "높낮이(High and Low;좌측그림)라는 작품에서 상단의 좌우,하단의 좌우,그리고 중앙 등 5개의 소실점을 설정했

다.그래서 그 그림의 아래쪽에서는 관찰자가 위를 쳐다보게 되고 위쪽 반에서는 아래를 쳐다보게 된다.이것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 위,아래에 똑같은 대상을 그려 놓았다.

"불가능한 그림"이라는 세 번째 유형은 3차원 대상을 구성하기 위해서 2차원 표상에서 단서를 찾는다는 브레인의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에셔는 이러한 변칙적 유형을 보여주는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가장 복잡미묘한 것들중의 하나가 수학자 펜로즈(Roger Penrose)의 "불가능한 삼각형"(좌측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유명한 "폭포"(waterfal;우측 그림l)이라는 석판화에서 펜로즈의 삼각형 2개를 합성해서 불가능한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우리는 공간의 논리가 그러한 형상을 금지한다는 것을 즉각 알 수 있다.그림에서 폭포를 보면 외부에서 물이 유입되고 있지 않는 닫힌 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영구운동기관처럼 물레방아를 계속 돌리고 있다.그것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어기고 있다.(그림의 탑에 놓여진 상호교차하고 있는 정육면체와 정팔면체를 유의해서 보라.)

 

자기준거와 정보

                                                                                                                                                       

이제 마지막으로 정보과학과 인공지능과 에셔의 작업간의 연관성을 검토해 보자.이와 연관해 주요한 작품이 "손을 그리는손"(Drawing Hands)

이다. 선행 연구에서 간과되어 왔지만 이 분야에서의 에셔의 중요성은 호프슈타터의 퓰리쳐상(1980)을 받은 유명한 책 『괴델,에셔 바하;영원한 황금노끈』(박여성 옮김,까치)에서 잘 설명되어 졌다.에셔가 파악한 중심적 개념은 자기준거(self-reference)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의식의 수수께끼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며 컴퓨터가 흉내내기 어려운 뇌의 정보처리 방식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석판화 "손을 그리는 손"과 목판화 "물고기와 비늘"(Fish and Scales)은 이것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전자의 그림에서 자기준거는 직접적이고 개념적이다.손이 손을 그리고 있는데 이것은 의식이 자신이 자신을 고찰하고 구성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그러나 자기와 자기준거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미스테리가 있다.한편 "물고기와 비늘"에서는 자기준거가 더 기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차라리 자기닮음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여기서는 물고기 뿐만 아니라 모든 유기체들이 그려져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적어도 물리적 측면에서는 우리자신의 작은 복사본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정보론의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들은 몸을 만들어내는 완전한 정보를  DNA의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 깊은 레벨에서 자기준거는 우리의 지각의 세계가 서로를 반영하고 서로에 관계하는 방식속에 발견되어진다. 우리는 에셔의 "3개의 구 2"(Three Spheres 2)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 있다.거기서 자신을 반영하고 있는 거울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이것은 구면거울의 반영적 특성을 이용한다.여기서 호프슈타터가 말한 것처럼 "세계의 모든 부분들은 다른 모든 부분들을 포함하고 포함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구는 서로를 반영하고 있다. 그속에는 그의 작업실,구를 그리고 있는 종이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시작한 곳에서 끝에 도달했다.그것은 에셔의 자화상이며 그 작품은 이 예술가의 반영이자만 이 예술가 또한 그의 작품속에 반영되어 있다.

 

에셔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 책

엘리 마오,『무한 그리고 그 너머』,전대호 옮김(사이언스 북스)

더글러스 호프스태더,『괴델,에셔,바하』박여성 옮김(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