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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유토피아,디스토피아

배아줄기 세포와 생명복제


1.한바탕의 꿈

도료농은 급하면 꼬리를 자르고 달아난다. 그 꼬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생된다. 플라나리아는 더 환상적이다. 두 쪽으로 나누면 그 부분들이 다시 전체로 자라난다. 플라나리아의 경우 세포의 10% 이상이 줄기세포인데서 이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이 플라나리아의 재주가 없다. 사고로 잘려나간 팔다리는 복원되지 않고 죽어버린 신경세포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 그 삶이 얼마나 절망적일까? 만일 우리 인간에게 이 플라나리아의 재주를 이식할 수 있다면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맹인이 눈을 뜨는 기적을 일으킬 수가 있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차라리 복음이다.

이 복음이 2004년 벽두, 대한민국에서 들려왔다. 황우석 교수와 문신용 교수가 그 해 2월, 미국의 저명한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맞춤형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논문이 발표된 뒤 황우석 교수의 이름 석자는 우리 대한민국에게 희망의 단어였다. 정부는 정부대로 그 연구의 경제적 효과는 5조원대에 이른다고 침을 튀겼고,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이 기적의 기술에 흥분했다. 젊은이들은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연상하면서 “아! 대한미국”을 외쳐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2005년 그 잔인했던 겨울을 알고 있다. 11월 22일 MBC의 PD수첩이 <황우석 줄기세포의 신화와 진실>을 방영, 난자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폭록했다. 국민들의 분노는 직접 PD수첩으로 향했다. 한국에 엄청난 부를 안겨줄 수 있고, 한국의 과학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 놓을 수 있는 이 중대한 연구를 “난자매매”라는 별 중요하지 않는(?) 윤리적 문제로 가로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의 압력에 의해 그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중단이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것은 서곡에 불과했다. PD수첩은 12월 1일 취재일지를 전면 공개하면서 연구자체가 조작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5개의 줄기세포 중 2개가 환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줄기세포의 재검증을 공식 요구했다. 그러면서 1달 남짓 이어진 숨막히는 사건의 진행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론은 “줄기세포는 없었다”였다. 그 과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2월 2일 PD수첩, 기자회견을 열어 1차 검증결과를 발표.

12월 4일 YTN 재미연구원과 인터뷰 방송. 줄기세포 조작 운운은 PD수첩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밝힘으로써 취재윤리를 어긴 PD수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MBC 사과 방송하고 황학수 등 PD수첩 팀에 대한 인사조치로 대기발령을 내림

12월 5일 젊은 생명과학도들의 의견교환 사이트인 “브릭”에서 사진 조작 의혹 제기.

12월 6일 브릭에서 DNA지문 분석 결과 조작 가능성 제기

12월 7일 황우석 교수, 서울대 병원에 입원

12월 8일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소장파 교수 30여명, 서울대 정운찬 총장에게 논문 진실성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촉구

12월 9일 <사이언스>, 황교수와 새턴교수에게 연구결과 재검토 요구. 피츠버그대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개검증 실시 결정.

12월 15일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 “줄기세포는 지금 없다”는 폭로성 발언. PD수첩 <황우석의 신화> 2탄 전격 방송.

2006년 1월 10일 서울대 조사위 최종 조사결과 발표..역시 “줄기세포는 없다”로 귀결. 이후 황교수는 서울대 교수 등 일체 공직을 박탈당하고 현재 사기죄로 재판에 계류중..

한바탕의 사기극으로 끝나버렸지만 이 기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황교수 연구진은 탈핵된 난자에 원하는 세포핵을 강제로 집어 넣어 배아를 만드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그것을 줄기세포로 키우는 것인데 8세포기를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황교수는 이것을 배반포 단계를 넘어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이 기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황교수 연구진이 그 목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었는데 의욕이 앞서 사실을 조작함으로써 모든 것을 망쳐버린 셈이다.


2. 줄기세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줄기세포는 가지세포에 대한 말이다.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나간다. 이 가지가 말하자면 신경세포, 근육세포, 상피세포,... 등이며 줄기는 이런 특정 세포가 되기 이전의 상태다. 줄기에서 가지가 만들어지지만 가지가 줄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황교수는 이 가지를 줄기로 되돌리는 마법의 기술을 찾고 있었다. 이 줄기중의 줄기 말하자면 나무의 밑둥에 해당하는 것이 배아줄기세포다. 말하자면 황우석은 당신을 수정난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 알이 몇 번의 분열을 거치면서 배아줄기 세포가 만들어진다. 이까지가 황박사가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2가지 복제기술의 통합이다. 하나는 복제양 돌리를 만든 월마트의 복제기술이다.(그림1) 돌리의 유방에서 ① 한 세포를 떼어 내어 거기서 유전자를 분리한다. 그것을 핵을 제거한 다른 난자에 삽입한다. ② 이것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분열을 시작, 포배기를 거쳐 배아가 되고 태아가 되어 복제양 돌리가 만들어진다. ①에서 ②단계로 진행하지 않고 이것을 실험실에서 배양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때 만들어지는 것이 줄기세포다. 지금까지읙 기술로는 8세포기 단계 이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하물며 줄기세포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황교수 팀이 이 부분을 성공했다는 발표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에 세계가 경악한 것이다.

그렇다면 황우석의 방법과 월마트의 방법의 차이는 무엇인가? 월마트의 방식에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배반포의 단계를 거쳐 줄세포가 만들어지고 그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이 줄기세포 덩어리가 기관을 만들기 위해 분화를 시작한다. 그것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자궁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황우석 방식은 배양접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자의 경우 본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으나 후자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라지 못하고 쉽게 와해되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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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월마트 박사가 둘리 복제에서 사용한 체세포 복제.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맞춤형 배아를
                만들 수 있으나 자궁 바깥의 실험실에서 줄기세포 배양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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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수정난 배아줄기세포의 인체 장기에로의 분화. 문제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장기가
             환자 맞춤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림1의 체세포 배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월마트 방식으로 하면 되지 않는가? 문제는 그것을 줄기세포 단계에서 추출할 수 없고 추출려고 한다면 완성된 단계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생명복제다. 인간복제란 말이다. 이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자기와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콩팥이 망가졌을 때 그것을 떼 내어 쓰겠다는 것이 아닌가? 영화 <아일랜드>가 그리고 있는 끔찍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유도하는 것이고 그것이 성공한다면 그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장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실험실에서 당신의 팔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것도 끔직한 일이겠지만 <아일랜드> 보다는 덜하겠지. 아무튼 생명과학자들은 이 방법이 인간복제가 가져오는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다. 그런데 실험실의 접시에서 이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 국내에서도 이미 미즈메디 병원, 마리아 병원 그리고 차병원 등에서 이미 성공시킨 바 있다. 황교수가 미즈메디 병원과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도 그 줄기세포 배양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것이 큰 뉴스가 되지 못했을까?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데... 그것은 ①의 단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난이 만들어진다. 황교수의 수정난은 체세포에 핵치환 방법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정난이지만 미즈메디에서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것은 체세포가 아닌 실제 수정난이었다. 수정난은 그 자체가 갖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서 2,4,8 세포기, 상실배 단계를 거쳐서 배반보의 단계에 이른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분화되면서 발생과정을 시작한다. 이 때 이것을 떼어내어 실험실에서 배양하면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그림2 참조) 이것을 황교수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와 구분하여 수정난 복제 줄기세포라고 한다. 치료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수정되는 순간 그것은 독자적인 생명체가 되고 그것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장기는 나와는 맞춤복처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수정된 상태에서 수정난을 2개로 분할하면(할구) 각기 1/2의 정보를 갖는 것이 아니고 똑같은 유전 정보를 갖는 2개의 수정난이 만들어진다. 그 중 하나는 자궁에 안착시켜 “나”를 만들고 다른 하나는 줄기세포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어떤 장기가 필요해지면 보관되어 있던 그 줄기세포를 유도해서 만들면 될 것이다. <아일랜드> 만큼이나 끔찍하지는 않겠지만 수정난은 그 자체 생명이라는 우리들의 윤리의식에서 볼 때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명공학자들은 아무 분화가 안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배반포 단계인 수정 후 14일 까지를 인간이 아닌 전배아로 추정, 윤리적 질책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에 윤리를 맞춘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 방법은 의학적 차원에서도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 장기는 제어가 어려워 이식 후 암세포로 진행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바로 임상에 적용하면 환자에게 치명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줄기세포가 일단 심장조직으로 분화되었지만 환장 심장에 주입한 뒤 주변 환경에 따라 지방조직이나 암조직과 같은 다시 다른 조직으로 재분화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다. 수정난을 사용하면 줄기세포는 만들어지나(이미 이것은 미즈메디가 성공한 것이다) ‘맞춤형’이 아니다. 체세포 핵치환 배아를 사용하면 맞춤형은 만들어지나(이미 이것은 월마트에 의해서 성공한 것이다) 줄기세포가 안 만들어진다. 황교수는 이 둘을 통합해서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를 완성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것이 그 당시 생명광학계를 뒤집어 놓은 이유였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그것이 조작이었으며, 과학사에 남을 최대의 스캔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 언론, 정부 모두가 이 황박사의 사기극에 함께 춤을 추었다.



3. 논리적 귀결은 인간복제

당신의 뇌리로 얼핏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갈지 모른다. 신부전증으로 신장이 망가졌을 때 몸이 스스로 신장을 재생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잘 것 없는 플라나리아에게 가능한 그러한 능력이 왜 우리에게는 없는가? 그 답은 역설적이게도 줄기세포의 그 “전능성”에 있다. 그것은 인체를 구성하는 254종의 세포 가운데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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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3. 줄기세포의 전능성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 그 전능성은 환상이지만 원하지 않는 것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악몽이다. 줄기세포가 복음이 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이다. 통제되지 않는 줄기세포 그것은 암세포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플라라니아와 같은 단순한 생물체에게는 암이 없다. 암은 몸이 복잡해져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진화의 음영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도 꼭 리필이 필요한 경우에는 줄기세포가 있다.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그 한 예이다. 이것을 성체 줄기세포라고 한다.) 우리가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줄기세포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암세포의 출현을 막기위한 차단장치이며 그 가운데 불가피하게 재생능력을 잃어 버렸다.

줄기세포를 특정한 세포로 유도하는 분화기술은 아직 초보적 단계이다. 암세포가 된다는 실험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정상적인 경우는 암화되지 않는데 왜 이 경우 암세포로 진행되는가? 세포가 어떤 세포로 분화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주변세포 나아가 전체와의 정보교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을 도식화한 것이 아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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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4.  내가 무엇이 되는가는 이웃 그리고 전체와의 정보교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엄마의 자궁이 아닌 실험실에서는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주변정보와 전체 정보가 없다. 그래서 제멋대로 분화하는 것이다. 전체가 아니고 간이나 폐 등 부분을 만들 때는 항상 암화될 가능성이 있다. 간은 폐와 대조 속에서 간이 되고 폐는 간과의 대조 속에서 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은 간과 폐 등을 포함하는 몸 전체를 복제해서 원하는 부위를 떼어내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 복제”다. 이 전체 복제는 부분 복제 보다 싸게 먹힌다는 측면에서 자본의 논리와 잘 부합하고 안정적이라는 측면에서 기술의 논리와 잘 부합한다. 내가 볼 때 이 방향으로의 진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것이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2005)가 다룬 소재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는 그 문명 비판적 의미를 떠나서 스릴러물로도 괜찮은 영화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개봉 당시 우리나라는 한창 황우석 신드롬에 빠져 있었는데 이 영화는 황우석 과학의 한 귀결 -우리로서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귀결-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4. 아일랜드

가까운 미래, 지구 상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하여 일부만이 살아 남은 21세기 중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는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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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5 영화 아일랜드


최근 들어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달리던 링컨은 제한되고 규격화된 이 곳 생활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는 관리구역에서 아일랜드에 뽑혔다고 좋아하던 동료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것을 보고 이 세계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는 연인 조던이 아일랜드에 뽑혔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 시설을 탈출하기를 결심한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설외에는 지구 전체가 오염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이 멀쩡한 것을 보고 자신들을 가두기 위한 핑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시설에서 알고 있던 컴퓨터 기술자 맥코더를 통해 아일랜드에 얽혀 있는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곧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맥코더] 너희는 나랑 달라. 물론 너흰 인간이긴 하지만 너흰 단지...너흰 진짜가 아니야. 나처럼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너희는 클론이야. 인간 세상을 누군가를 복제해 놓은 거지...성형수술로 새로운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이나...아파서 누군가가 새로운 장기를 원할 경우 너희 한테서 가져 가는 거야....너희들은 엔진의 스페어 부품같은 거야.

링컨과 조던은 자기들을 포함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스폰서(고객)에게 장기와 신체 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원하는 사람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복제품이 그들이었던 것이다. 복제회사 사장 메릭은 스폰서들에게 인간 복제기 아그넷(The Agnate)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메릭] 신사 숙녀 여러분...차세대 과학의 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그넷입니다. 장기 조직 구조는...바로 고객들의 연령대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 조절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개발 1단계의 모습을 보고 계신데...12개월 후면 사용할 준비가 완료됩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허파, 새로운 피부로 사용가능합니다. 그 모든 것은 여러분 원래의 것과 전혀 구별이 안됩니다. 그리고 2050년 유전자 법령에 따라 모든 아그넷은 항상 무의식 상태로 유지됩니다. 의식하는 상태가 되는 일이 없습니다. 생각하거나 고통받는 일도 없으며 고통과 사랑, 기쁨과 미움 등도 느낄 수 없죠.

신사 숙녀 여러분, 이건 제품입니다. 어떠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간은 아닙니다.

결국 아일랜드로 뽑혀 간다는 것은 신체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조던이 아일랜드로 가도록 뽑힌 것은 그녀의 몸주인 즉 스폰서인 사라 조던이 교통사고로 혼수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이 악몽은 내가 볼 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 뿐이다. 그러나 그 마저도 이 기술이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맹인이 눈을 뜨는 복음의 기술로 포장됨으로써 그 대중적 열망을 업고 윤리공방을 쉽게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종교로 변질되어 가는 이 과학이 두렵다. 우리는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