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과학과 형태공명
Rupert Sheldrake, A New Science of Life, Park Street Press,1995
서론
오늘날 생물학의 주류적 접근법은 생명에 대한 기계론적 관점이다.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는 물리-화학적 기계로서 간주되며 생명의 모든 현상은 원리적으로 물리, 화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기계론적 패러다임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사실상 한 세기 동안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 왔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이것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생명 과정에 대해 물리 화학적 메카니즘의 틀 아래서 질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 "유전암호의 해독"과 같은 놀라운 성공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이것의 타당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논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동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현상을 기계적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일부 비판적 입장들은 또 그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계론적 접근이 실제적으로나 원리적으로 아주 제한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그것이 실험생물학에서 이용가능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적 대안이 나올 때 까지 이 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존속되어야 한다.
기계론을 확대, 넘어가려는 새로운 이론은 생명이란 현재의 물리과학이 인정하고 있는 성질이나 요인 외에 다른 것이 있다는 주장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러한 성질이나 요인이 어떤 종류의 것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작동하며, 현재 알려져 있는 물리-화학적 과정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기계론을 수정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물리 과학에 알려져 있지 않은 어떤 요인이 있으며 그것이 살아있는 유기체의 물리화학적 과정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세기에 몇가지 유형의 생기론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 이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예측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종류의 실험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어떤 이론을 과학적 이론으로 만드는 것은 반증가능성, 반박가능성, 또는 테스트가능성이다."는 칼 포퍼(Karl Popper)의 기준을 도입한다면 지금까지의 생기론은 과학이론이라고 볼 수 없다.
유기체 철학이나 홀리즘(holistic philosophy)은 기계론 철학에 대해 더 근본적인 변경을 가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철학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물질의 궁극적 단위인 가설적 입자로부터 상향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 그것은 계층적으로 조직화된 시스템의 각 레벨에서의 특성은 그 구성부분들의 개개의 특성들의 단순합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각 레벨에서의 전체는 부분들의 합 이상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기체"이다. 여기서 유기체는 동물, 식물, 기관, 조직, 세포 뿐만 아니라 결정, 분자, 원자, 아원자 입자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유기체 철학은 기계의 패러다임에서 생물학과 물리과학에서 유기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제안한다. 화이트헤드의 말을 빌리면 "큰 유기체를 연구하는 것이 생물학이고, 작은 유기체를 연구하는 것이 물리학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생물학자들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여러 가지 유형의 유기체 철학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유기체론(organicism)이 자연과학 속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테스트 가능한 예측을 제안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실패의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생물학, 특히 유기체 철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발생학과 발달생물학 분야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유기체론의 개념은 "형태형성장"(morphogenetic fields)이다. 이 "장"의 개념은 배(胚)나 여타 발생 시스템의 특징적 형태의 생성을 기술, 또는 설명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문제는 이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용어 그 자체는 형태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물리적 장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부 유기체론자들은 현재 물리학에서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장, 실재, 또는 요인의 존재를 부인한다. 단지 이것은 복잡한 물리-화학적 시스템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기 위한 술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생각 보다 그렇게 급진적은 아닌 셈이다. 형태형성장의 개념은 그것이 전통적인 기계론적 이론과는 다른 테스트 가능한 이론을 제시할 때만이 실제적인 과학적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형태형성장이 측정가능한 결과를 산출하지 않는한 그러한 예측은 만들어질 수 없다.
이 책에 제시된 가설들은 형태형성장이 실제 측정가능한 물리적 효과를 갖는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나는 생물학과 모든 물리, 화학의 모든 복잡성의 영역에서 각 레벨에서의 특징적인 형태와 구조는 특정 형태형성장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장은 에너지적 관점에서 볼 때 불확정적이고 확률적인 사건들에 개입하여 그것에 질서를 부여한다. 즉 이 장은 에너지적으로 가능한 물리적 과정의 결과들에 패턴화된 제한을 가한다.
만일 형태형성장이 물리적 시스템의 조직화와 형태에 관계한다면 장 그자체도 특징적 구조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이 장-구조(field-structure)는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그것과 유사한 시스템과 연관된 형태형성장에서 나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모든 과거의 시스템의 형태형성장은 그후 그와 유사한 시스템이 출현하면 재현된다. 과거 시스템의 구조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누적적 영향에 의해 그에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이 가설에 따르면 시스템은 과거 그와 유사한 시스템이 조직되었던 그런 방식으로 조직된다. 예컨대 유기화학의 복잡한 분자들이 결정화되는 특정적 패턴은 그런 것들이 전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화되었기 때문이다. 식물들의 각 종의 특징적 형태는 과거 그 종이 그런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행하는 특정한 행동방식은 그와 유사한 동물들이 과거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은 유기체의 형태나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 형태와 패턴의 기원에 관한 문제는 이 책의 범위 밖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로 다르겠지만 이 모두는 여기서 제시한 반복의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이 가설로부터 종래의 기계론적 이론과는 다른 테스트 가능한 많은 예측들이 나올 수 있다. 하나의 예로서 충분할 것이다. 만일 쥐가 새로운 행동패턴을 배우게 되면 그 후에 태어나 유사한 조건에서 양육된 쥐는 그 행동패턴을 더 빨리 배우게 된다. 그래서 예컨대 런던의 한 실험실에서 수천 마리의 쥐가 어떤 행동패턴을 익히면 다른 실험실에서의 쥐들도 그것을 더 빨리 익힌다. 그래서 런던의 쥐가 행동패턴을 익히기 전과 후에 뉴욕에 있는 쥐의 습득 속도를 조사한다면 런던의 쥐가 행동패턴을 익힌 후 뉴욕의 쥐의 그 행동패턴을 습득하는 속도가 그 전보다 빨라질 것이 예상된다. 물론 이것은 두 실험실 간의 물리적 접촉이나 의사교환이 차단된 상태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러한 예측은 있을 수 없는 터무니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예측과 일치하는 실험 결과가 있다.
"형태형성의 인과작용"(formative causation)이라 불리는 이 가설은 물리적, 생물학적 현상들에 대해 기존 이론과는 아주 다른 해석을 제시해주며 잘 알려져 있는 현상들을 아주 새로운 빛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본서에서는 우선 예비적 단계로 이 이론을 개설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몇 가지 함축들을 논의한 다음 이것을 테스트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생물학의 미해결의 문제
1.1 성공의 배경
기계론적 생물학의 목적에 대해서 약 100년 전 헉슬리(T.H.Huxley)가 아주 분명한 어조로 아래와 같이 진술했다.
동물 생리학은 동물의 몸의 기능이나 작용을 다룬다. 동물의 몸은 여러 가지 힘으로 추진시킬 수 있고 그 힘은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힘으로 환산할 수 있는 일정량의 일을 수행하는 기계로 간주한다. 생리학의 최종적 목표는 물질의 분자적 힘의 법칙에서 한편으로는 형태학적 현상들을, 다른 한편으로는 생태학적 현상들을 연역하는 것이다.
그 후 생리학, 생화학, 생물물리, 유전학 그리고 분자생물학 등은 이 이념 속에 예상되어 있다. 이러한 노선의 학문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어 왔으며 특히 분자생물학에서 그러했다. DNA의 구조, "유전암호의 해독", 그리고 단백질 합성 메카니즘의 해명은 기계론적 접근의 타당성을 인상적으로 확인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기계론에 대한 오늘날의 가장 영향력있는 옹호자는 분자생물학자들이다. 이론에 대한 그들의 설명은 통상 생기론과 유기체론에 대한 간략한 언급과 비판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이것을 기계론적 생물학이 발전함에 따라 그 영역이 계속 축소되어온 "원시적 믿음"의 잔재로서 규정한다. 그들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오늘날 유전물질인 DNA의 화학적 본성도 규명되었고 이것은 단백질 속의 아미노산의 서열을 부호화하고 있는 유전 암호라는 것도 알려졌다. 단백질 합성의 메카니즘도 아주 상세히 해명되었다. 많은 단백질들의 구조도 해명되었다. 모든 효소는 단백질이며 이 효소가 생화학 반응의 복잡한 연쇄나 회로를 촉매함으로써 유기체의 대사가 이루어진다. 대사는 생화학적 되먹임에 의해서 조정되며 대사의 활성율을 조절하는 몇가지 메카니즘이 알려져 있다. 단백질과 핵산은 자발적으로 응집되어 바이러스나 리보솜과 같은 구조물을 형성한다. 현재 알려져 있는 단백질들에 지질막과 같은 물리-화학계의 특성을 부가하면 살아있는 세포의 특성은 원리적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분화와 발생의 문제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 열쇠는 단백질 합성의 조절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대사효소나 단백질의 합성이 어떻게 조절되는가는 대장균의 경우 상세히 밝혀졌다. 보다 고등 유기체의 경우 단백질 합성의 조절 메카니즘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이것도 곧 밝혀질 것이다. 발생과 분화는 유전자나 유전자군을 켜거나 끄는 화학적으로 조절되는 스위치로 설명될 것이다.
살아있는 유기체의 부분들이 전체의 기능에 맞춰 적응해가는 방법, 그리고 살아있는 유기체의 구조와 행위에서 보이는 뚜렷한 합목적성은 무작위적인 유전적 변이와 그것에 대해 가해지는 자연선택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즉 살아남아 재생산하는 능력을 증진시킨 유전자는 선택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유해한 유전자로 도태될 것이다. 그래서 진화에 있어서 합목적성은 신다윈주의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으며 "생명력"(vital forces)과 같은 신비한 요인을 가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중추신경계에 관해서 알려져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이것도 생화학, 생물물리, 전기 생리학의 발전으로 마음을 뇌안의 물리-화학적 메카니즘으로 환원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유기체는 원리적으로는 물리학과 화학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 발달과 중추신경계에 대한 현재의 우리의 무지는 이것의 엄청난 복잡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이라는 강력한 새로운 개념과 컴퓨터 모델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규모와 방법으로 이 주제를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성공에 힘입어 생물학의 모든 문제는 결국 기계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 희망이 생겨났는데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기계론적 설명에 관해 보다 현실성 있는 견해를 취하려면 역사적 외삽에만 의존해서는 불충분하다. 현재 생물학의 현안은 무엇이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이 있은 후에야 답할 수 있는 문제이다.
1.2 형태형성의 문제
생물학의 형태형성은 "살아있는 유기체에 특유의 형태가 생성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첫째 문제는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발생은 후성적(後成的; epigenetic) 과정이다. 그것은 발생의 시작에 수정난 속에 미리 들어있는 구조의 전개나 성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정난 속에는 없는 새로운 구조가 나타난다.
그림 1 조절의 사례. 좌측은 잠자리의 정상적인 배. 수정 후 가운데를 실로 묶어 알의 아래 부분. 작지만 완전한 배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발달시스템은 조절가능하다는 것이다. 발달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제거(또는 부가) 되더라도 이것은 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지는 그런 방식으로 발달 과정을 계속한다. 이 실험에 대한 고전적 논증은 1890년 한스 드리쉬(Hans Driesch)가 성게의 알의 배를 가지고 행한 실험이다. 2세포기에서 세포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면 반쪽의 성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크기는 작지만 완전한 성게가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4세포 단계에서 하나, 둘, 또는 3개의 세포가 제거되어도 거기서 온전한 유기체가 나왔다. 거꾸로 2개의 건강한 성게의 융합은 크기는 하지만 1개의 성게를 발달시킨다.
조절은 많은 발달 시스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절 능력은 발달이 진행되어 각 영역이 특정 형태로 결정됨에 따라 소실된다. 그러나 곤충의 배의 경우에서처럼 결정이 초기에 이루어지는 시스템에서도 수정난이 손상된 후에도 조절이 행해지는 수도 있다.(그림1)
이러한 결과로부터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발달 시스템은 형태학적 목적을 향해 진행된다는 것, 둘째 이 시스템의 일부가 제거되거나 정상적 발생과정이 교란되어도 이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재생, 즉 손상된 구조를 대체하거나 복구할 수 있는 유기체의 능력이다. 식물은 놀랄 만큼 넓은 범위의 재생능력을 보여주며 하등동물들의 경우도 그렇다. 예컨대 편형동물은 몇 조각으로 쪼개져도 각 조각은 완전한 전체로 재생된다. 척추동물 조차도 놀랄만한 재생능력을 갖고 있다. 영원의 눈에서 수정체를 도려내면 홍채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수정체가 재생된다.(그림2) 정상적인 배의 발생에서 수정체는 피부에서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유형의 재생은 볼프(G.Wolf)에 의해서 최초로 관찰되었는데 그는 자연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절단방식을 의도적으로 채택했다. 따라서 이 재생과정에는 자연선택이 작용할 수 없다.
그림 2 영원의 눈에서 본래의 수정체를 절단한 후 홍채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수정체가 재생하고 있다
네 번째 문제는 재생산과 연관된 것이다. 부모에서 분리된 부분이 새로운 유기체를 만든다. 말하자면 어떻게 부분이 전체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생 시스템에서 단순한 부분의 합 이상이고, 그리고 발생과정을 이끌어가는 어떤 인과적 실재를 상정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생기론자들은 이것을 "생명력"(vital factor)이라 하고 유기체론자들은 "형태형성장"(morgenetic fields)이라 하고 기계론자들은 "유전 프로그램"(genetic programmes)이라고 한다.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은 컴퓨터의 작동을 지시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유비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유기체의 형태형성의 목표점을 규정하고 그것을 향해가는 발생과정을 조정하고 조절하는 미리 작성된 프로그램이 수정난에 들어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유전 프로그램은 DNA라는 화학적 구조물 이상의 것을 포함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세포에는 똑같은 DNA의 사본이 전해지는데 그렇다면 모든 세포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어떻게 다양한 형태들이 만들어지는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전프로그램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그것은 시간과 공간 속에 구조화된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이란 모호한 말로 답할 수밖에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유비에 관련해서 더 큰 난점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지적인 의식적 존재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컴퓨터 속에 삽입된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것은 디자인되고 작성되어야 한다. 유전 프로그램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유비시키는 경우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하는 의도적 실재가 있음을 함축한다. 여기에 대해 유전 프로그램은 통상적인 컴퓨터 프로그램과는 다르며 그것은 자기생산적이고 자기조직적인 컴퓨터라면 문제는 그런 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처음은 프로그램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 딜레마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 프로그램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조합이라는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유비는 사라져 버리고 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린다.
정통적 기계론자들은, 유기체의 발생, 조정, 재생산의 목표지향적인 거동은 형태학적 목표를 향해 이끌어가는 생명력에 의해서 통제된다는 관념을 거부한다. 기계론적 설명은 유전 프로그램이나 유전 지령과 같은 목적론적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론이 목적지향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기계론안에 은밀하게 밀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전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속성은 생기론자가 그들의 가설적 실재인 "생명력"에 부여하는 속성과 아주 유사하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유전 프로그램은 "생명력"의 기계론으로 위장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생물학적 형태형성이 엄격한 기계론적 방식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은 그것이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그러한 설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재론하기로 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결정적 답은 미루어 두자.
1.3 행동
형태형성의 규명은 아주 아주 어려운 문제이지만 행동의 문제는 더 어렵다. 우선 "본능"을 보자. 거미가 다른 거미로부터 집짓기를 배운적도 없으면서도 어떻게 거미집을 짤 수 있었을까? 또 유럽산 뻐꾸기의 행동은 어떤가?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다른 종의 새에 의해서 키워진다. 한번도 자신의 부모를 본 적이 없다.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부모 뻐꾸기는 겨울 서식처인 남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약 1달 후 어린 뻐꾸기 새끼들은 무리를 지어 아프리카의 바로 그 지역으로 날아가 성체 뻐꾸기들과 조우한다.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것과 언제 이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새끼 뻐꾸기들을 알아보고 함께 무리를 짓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야할지,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다.
둘째는 수없이 관찰되는 행동조절의 문제이다. 행동 시스템에 부분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조절에 의해 행동은 정상화된다. 예컨대 다리를 한짝 절단당한 개는 셋 다리로 걸을 수 있도록 운동기능을 조절한다. 또 대뇌반구의 일부를 절제당하더라도 개는 점차적으로 원래의 능력을 회복한다. 개의 통로에 임의적으로 장애물을 놓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있다. 이 개들은 모두 운동기관, 중추신경계, 그리고 환경의 교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셋째는 학습과 지적 행동에 관한 것이다. 선행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행동패턴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과 분자생물학, 생화학, 유전학, 그리고 신경생리학 등에 의해 확증된 사실 간에는 엄청난 무지의 갭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 뻐꾸기의 이주 행동을 DNA와 단백질 합성이라는 생화학적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DNA의 염기서열을 포함한 적절한 유전자가 이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든지 뻐꾸기의 행동은 신경계의 전기적 충동에 의존한다는 것은 분명 여기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이 아니다. 이것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 새의 신경시스템, 그리고 이주 행동 간을 연결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현재로서는 이 연관은 형태형성의 설명을 위해 제안된 3가지 가설, 생명력, 형태형성장, 유전 프로그램에 의해서 애매한 형태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행동의 이해는 형태형성의 이해를 전제로 한다. 예컨대 비교적 단순한 선충과 같은 하등동물의 경우, 그것의 신경계의 배선과 생리를 상세히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그 특징적인 신경계의 배선 패턴이 발생의 과정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지 않을 수 없다.
1.4 진화
멘델이 유전학을 제창하기 오래 전부터 사육동물과 식물의 여러 상이한 풍종들이 선택적 교배에 의해서 개발되어 왔다. 자연상태에서도 자연선택의 힘에 의해서 많은 종과 변종들이 인위선택의 경우에서나 마찬가지로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신다윈주의 진화론은 이러한 유형의 진화를 무작위적 돌연변이, 멘델의 유전학, 그리고 자연선택에 의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계론자 사이에서도 과연 종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소규모의 소진화(micro-evolution)를 통해서 종, 속, 과 또는 더 상층의 분류학적 단위를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어떤 학파는 모든 대진화(macro-evolution)는 소진화가 장구한 기간 동안 조금씩 축적되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또 다른 학파는 이것을 거부하고 대진화는 진화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계론적 진화론을 전반적으로 볼 때 이 차이는 다수의 작은 변이와 소수의 큰 변이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 하는 차이이며 변이는 무작위적이며 진화는 무작위적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사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화석의 기록에 의해서 제공되는 진화의 증거들은 여러 가지 해석들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반기계론자들은 진화적 혁신은 우연적 사건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창조적 원리 -기계론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만- 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유기체 자신의 행동과 특성으로부터 생기는 선택압력은 내적인 조직화의 요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며 그것은 본질적으로 비기계론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화의 문제에 대해 결정적인 답이 없다. 생기론이나 유기체론은 각자의 관점에 기초해서 증거를 넘어서는 추론을 도입하기 마련이고 이것은 기계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진화를 해석할 겨우 다른 근거에서 이미 형성된 개념들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1.5 생명의 기원
이 문제는 똑같은 이유로 진화의 문제 만큼 해결할 수 없다. 첫째로 아득한 과거에 일어났던 것을 확실히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상의 생명이 출현할 수 있었던 조건들에 관해서는 추측들이 넘쳐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표적인 것으로는 지구상의 원시 스프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것, 태양계 밖의 외계의 지적 존재에 의해서 지구상에 미생물들이 의도적으로 뿌려졌다는 것, 항성간 먼지로부터 생겨난 유기물질이 혜성에 실려 지구로 왔다는 것 등이 있다.
둘째는 설사 생명이 시작된 조건이 알려진다 하더라도 이 정보가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은 거의 없다. 예컨대 최초의 유기체가 원시 스프의 무기화합물의 집적체나 또는 화학적 과정의 "초사이클"(hypercycle)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생물이 전적으로 기계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체론자들은 유기체의 그 새로운 속성은 물질에서 창발적으로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생기론자들은 생명력은 생명이 출현했을 때 처음으로 생명체 속으로 들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설사 살아있는 유기체가 시험관에서 인위적으로 합성된다고 할지라도 똑같이 주장될 수 있다.
1.6 물리적 설명의 한계
기계론자들은 인간 행동을 포함한 모든 생명 현상은 원리적으로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현대 물리학의 이론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이나 이론들간의 대립과는 별도로 이 가정은 적어도 다음 2가지 근본적 이유 때문에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기계론은 물리계가 인과적으로 닫혀 있을 경우에만 타당하다. 이것을 인간 행동과 관련시키면 다음과 같다. 심적 상태가 전혀 실재하지 않든가, 또는 신체의 물리적 상태와 동일하든가, 심과 신의 상태가 병행하든가, 신체의 부대현상(epiphenomena)이든가 어느 경우이다. 그러나 만일 마음이 빗물리적이면서 신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과적 효과를 가진다면 인간의 행동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 마음과 몸이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현재 까지 알려져 있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현재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경험적 근거에 기초해서 기계론과 상호작용론 가운데 어느 것이 맞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위를 전적으로 물리학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조차도 가능하지 않다.
둘째로 정신 활동을 물리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그 외양상 불가피하게 순환성에 빠지게 되는데 왜냐하면 과학 자체가 정신 활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물리적 관찰의 과정에서 관찰자의 역할과 관련하여 현대물리학에와서 명시적 문제꺼리가 되었다. 물리학의 원리는 감각인상(경우에 따라서 묵시적인 것이지만) -결국 마음- 과 연관시키지 않고는 정식화할 수 없다.(B.D'Espagnat) 물리학은 관찰자의 마음을 전제하는데 그것으로해서 그 마음의 성질은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없다.
1.7 심리학
심리학에서 마음의 과학, 또는 마음과 신체의 관계의 문제는 정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갈 수 있다. 이것이 객관적으로 관찰가능한 행동에만 한정하자는 행동주의자들의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행동주의는 테스트가능한 과학적 가설이 아니며 단지 방법론일 뿐이다. 한때 심리학의 유일한 접근법이었던 이 방법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
심리학의 또 다른 학파는 주관적 경험을 일차적 자료로서 받아들이는 보다 더 직접적인 접근법을 택한다. 현재의 우리의 논의를 위해서 모든 학파들과 그들의 체계를 여기서 검토해 볼 필요는 없다. 경험적 관찰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개발된 심리학적 가설에 의해서 야기된 생물학적 난점을 한 사례로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심리분석학파는 행동과 주관적 경험의 모든 양상은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적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각성 상태의 경험이나 꿈을 설명하기 위해서 기 알려져 있는 기계적 계나 물리적 계와는 전적으로 다른 속성들을 무의식의 마음에 부여한다. 융은 이것을 발전시켜 이 속성을 개인의 마음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공통된 기저층, 집단 무의식에 부여했다.
융은 집단 무의식의 유전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해서 "원형이 생식질germplasm 속에 현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형적 속성을 가진 어떤 것이 DNA의 형태로 화학적으로 유전된다든지, 또는 정자나 난자속의 어떤 물리적, 화학적 구조의 형태로 유전된다는 것은 미심쩍스럽다. 사실 집단 무의식은 심리학의 이론으로서 그것의 장점이 무엇이든간에 현재의 기계론적 생물학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나 심리학 이론들이 기계론의 틀내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어떤 아 프리오리한 이유도 없다. 이것들은 상호작용론의 맥락 속에서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정신 현상은 꼭 물리 법칙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그 자신의 고유한 법칙을 따른다.
기계론과 상호작용론간의 차이는 기억의 문제를 고찰함으로써 잘 이해할 수 있다. 기계론에 따르면 기억은 뇌의 어디엔가에 저장되게 된다. 그러나 상호작용론에 따르면 마음의 경우는 과거의 마음의 상태가 물리적 기억의 축적에 의존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뇌안에서 물리적 기억의 흔적을 찾는 것은 쓸모없는 짓이다. 기억에 관해 신경활동의 반향 회로설(reverberating circuits), 신경간의 시냅스 연결의 변화설, 또는 특정 RNA 분자설 등 여러 가지 설들이 제시되었지만 실제 기억에 대한 설명으로서 납득할만한 증거들은 없다.
기억이 뇌 속에 물리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면 기억에 따라서는 그것이 꼭 개인의 마음 속에 한정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원형을 담고 있는 집단 무의식의 유전이라는 융의 개념은 일종의 집단기억으로서 해석될 수 있다.
상호작용론의 관점에서 옹호될 수 있는 이러한 사변들은 기계론의 관점에서 볼 때 헛소리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기계론 자체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심리학의 모든 현상이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이상으로 더 사변적으로 보인다.
1.8 초심리학
모든 전통사회에는 예외적인 힘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고 종교는 그러한 힘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초능력이 샤마니즘, 마술, 요가, 심령술 같은 비의(秘義) 체계 안에서 의도적으로 양성되어 왔다. 현대 서구 사회에서도 텔레파시, 투시, 예지, 전생 기억, 유령, 요정, 염력 등과 같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꾸준히 보고 되고 있다.
분명히 그 가운데 많은 것은 미신이거나 사기이거나 어리석은 자기암시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상현상들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냥 무시해 버릴 수는 없다. 증거를 검토한 다음에 그 문제에 답할 수 있다.
초상 현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이제 거의 1세기가 된다. 심리학의 연구자들은 많은 경우 사기이고 또 초상 현상으로 보이는 것도 통상적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기존의 물리적 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나게 많은 사례들이 있다. 초감각현상(ESP)이나 염력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안된 많은 실험들이 그것이 우연이라면 몇천분의 일, 또는 몇백만분의 일, 심지어는 수십억분의 일의 확률로 거의 불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테스트에서 일어나고 있어 이런 현상들에 대한 긍정적 결과들도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기지의 물리, 화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 기계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것이 일어난다면 여기에 대한 이론적 접근으로서 다음 2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것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물리, 화학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것은 빗물리적인 인과요인 또는 연결원리를 따르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둘째 유형의 가설의 대부분은 상호작용론의 틀내에서 형성되었다. 최근의 몇가지 이론들은 "숨은 변수"나 "분기 우주"와 같은 양자역학에 기초해서 제시되었으며 이 이론들은 정신의 상태는 물리적 변화의 확률적 과정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제안된 이론의 모호성과 초상 현상 자체의 미묘성으로 해서 초상 심리학의 연구 과정은 아주 느리다. 이것 때문에 이 초상 현상이 실제 일어난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론 성향의 생물학자들에게 무시되거나 또는 거부되는 경우가 있다.
1.9 결론
몇가지 중요한 생물학적 문제들을 고찰해본 결과 이러한 것들이 기계론적 접근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형태형성과 동물의 행동의 문제는 그 결정을 아직 보류해 두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화와 생명의 기원의 문제는 그 자체 해결불가능하고 생명에 대한 기계론과 다른 접근법 사이에 어떤 것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계론은 물리적 설명의 한계라는 문제와 연관해서 심각한 철학적 어려움에 빠진다. 심리학의 경우는 상호작용론에 비교해서 명백한 이점이 없다. 또 기계론은 초심리학적 현상을 지지하는 명백한 증거들과 모순을 일으킨다.
반면 상호작용론의 접근법은 심리학과 초심리학의 분야에서 매력적인 대안이지만 심리학과 물리학을 괴리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게다가 그것의 더 넓은 생물학적 함축이 분명하지 않다. 만일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면 다른 동물들의 행동의 경우는 어떨까? 만일 비물리적인 인과적 요인이 동물의 행동을 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것이 형태형성의 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일반 생물학의 맥락에서 볼 때 상호작용론은 그것이 해결한 것 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초심리현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것을 별도로 한다면 어떤 검증가능한 예측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 상태에서 유기체론의 접근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경험적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모호한 용어외에 실험생물학에 더 이상의 아무것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안적 방법들이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물학의 연구는 기계론적 접근이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이다. 이 방식을 통해서 생물학의 주요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겠지만 상당한 발견들을 성취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기계론 외에 대안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모순없고 구체적이며 테스트가능한 예측을 도출할 수 있는 대안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탐색해 보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만일 그러한 이론이 구성된다면 형태형성의 문제는 가장 좋은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장에서는 형태형성에 관해 세 가지 접근법 즉 기계론, 생기론, 유기체론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형태형성에 대한 세 가지 이론
<미완>
3. 형태의 원인
형태가 적어도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바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세계는 형태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지각할 때 마다 그것을 인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험의 양상과 질량, 운동량, 에너지, 온도, 압력, 전하 등과 같은 물리학이 다루는 양적 인자들간에 커다란 간격이 있다는 것을 곧잘 잊어버린다.
물리학의 양적 인자간의 관계는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고, 그리고 물리적 변화는 방정식으로 기술될 수 있다. 이 방정식의 구성이 가능한 것은 질량과 에너지, 운동량, 전하 등의 보존원리에 따라 기본적 물리량은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물리적 변화 전의 질량과 에너지, 운동량, 전하 등의 총량은 변화 후의 총량과 같다. 그러나 형태는 이 방정식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벡터양도 스칼라양도 아니며 보존되지도 않는다. 예컨대 꽃 한 묶음이 난로에 던져져 재로 변하더라도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꽃의 형태는 사라지고 없다.
물리량은 도구를 사용해서 높은 정도의 정확성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형태는 양적인 크기로 측정할 수 없고 또 측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식물학자가 두 종간의 차이를 도구의 눈금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고, 곤충학자가 나비를 기계의 도움으로 인지하는 것은 아니다. 해부학자가 뼈를 인지할 때나 조직학자가 세포를 인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형태는 바로 인지되며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식물의 표본은 표본상자 안에, 나비와 뼈는 캐비넷에, 세포는 현미경의 슬라이더에 보존된다. 형태는 단지 형태이며 다른 어떤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 사실 형태의 기술과 분류는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일차적 관심사이다. 화학과 같은 물리과학에서 조차도 주요한 목표는 분자들의 형태를 밝히는 것이며 이것은 2차원에서는 구조식으로, 3차원에서는 공과 막대ball and stick의 모델로 도상화된다.
가장 단순한 형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형태를 나타내는데는 사진, 그림, 도표, 모형 등의 시각적 방법 밖에 없다. 그것들은 수학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가장 발달한 위상학적 방법 조차도 기린이나 떡갈나무 등에 수학적 형식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 톰(R.Thom) 등의 위상수학자들에 의해서 개발된 방법이 언젠가는 이런 문제들을 다룰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실제적으로나 원리적으로 수학적 어려움이 있다.
정적인 형태 -가장 간단한 형태를 제외하고-를 기술할 때 조차 엄청난 수학적 복잡성이 따른다면 형태의 변화, 형태형성의 기술은 더욱더 어려움이 따른다. 이것이 톰의 "카타스트로피 이론"(catastrophe theory)의 주제인데, 그것은 형태변화의 가능한 여러 가지 유형들, 즉 카타스로피를 분류하고 일반적 형식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그는 이 이론을 형태형성에 적용하여 형태형성의 목표 즉 최종형태가 형태형성장내의 끌개(attractor)에 의해서 표현되도록 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톰은 모든 대상, 또는 물리적 형태는 끌개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모든 형태형성은 최초의 형태를 나타내는 끌개의 소멸과 최종 형태를 나타내는 끌개에 의한 그것의 대체라고 주장했다.
특정 형태형성의 과정에 대응하는 위상 모델의 개발은 새로운 착상과 그것의 시행과 착오교정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만일 수식이 너무 많은 해를 갖는다면 그 식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 만일 함수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면 대신에 더 일반적인 함수가 사용된다. 톰은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해서 세세한 부분 까지 실제의 형태형성에 대응하는 위상적 표현을 만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설사 그렇게 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 모델은 아마 정량적 예측을 하는데는 실패했을 것이다. 이것의 중요한 가치는 상이한 유형의 형태형성들 간의 형식적 유사성을 이해시키는데 있다.
얼핏보면 정보이론의 수학적 형식론이 이 위상적 접근법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보이론은 그 적용범위가 아주 제한적이다. 본래 이것은 송신자로부터 통신로를 통해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신 기술자에 의해서 개발된 것이다. 이것은 주로 통신로의 성질이 일정한 시간에 전달되는 정보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닫힌 계내에서 수신자에 전달되는 정보량은 송신자가 가졌던 정보량 보다 많을 수 없다는 것이 주요한 기본 정리들 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정보의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예컨대 점과 선으로 된 모르스 부호에서 단어로- 변함이 없다. 사건의 정보량은 무엇이 실제 일어났는가에 의해 정의되지 않고 그 대신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에 의해 정의된다. 이런 이유로 해서 2진 부호가 사용된다. 그리고 패턴의 정보량은 알고 있는 패턴들의 유형들 가운데 특정 유형을 지정하는데 필요한 "예", "아니오"의 횟수이다.
생물학에서 이 연구는 신경섬유에 의한 충격의 전달에 관한 양적 연구와 약간의 연관성이 있다. 부모의 DNA의 염기서열의 자손의 DNA에로의 전달의 기작도 신경전달에 비해 그 정도는 덜하지만 통신의 경우와 흡사하다. 이 경우는 아주 간단한 오류라 하더라도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유기체에는 전화에는 없는 돌연변이나 염색체 일부의 역위(inversion) 또는 전좌(translocation)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이론과 생물의 형태형성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정보이론은 닫힌계내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전달만을 다루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량의 증대를 허용하지 않는다. 발생중의 유기체는 닫힌계가 아니며 그들의 발생은 후성적(epigenetic)이다. 즉 형태나 유기체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기계론적 생물학자들은 "유전 정보"나 "위치 정보" 등의 용어 등을 사용하면서 마치 그 의미가 잘 정의되어 있는 것처럼 간주하지만 이것은 환상이다. 그들은 정보이론의 전문용어를 단지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형태형성에 관한 아주 상세한 수학적 모델이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거기에서 실험적 증거와 부합하는 예측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모델에 대응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사실 이것은 수학적 모델과 경험적 증거 간의 대응을 둘러싸고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제기되는 기본적 물음이다.
피타고라스류의 수학적 신비주의자들이 제시하는 하나의 답이 있다. 이 우주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수학적 질서가 있고 거기서 모든 경험적 현상들이 생겨난다. 이 초월적 질서는 오로지 수학을 통해서만 드러나고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태도가 명시적으로 표방된 경우는 드물지만 현대과학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다소 위장된 형태로 오늘날의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의 태도 속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대해 이러한 대응을 경험속에서 질서를 찾아낼려는 마음의 성향에서 오는 것으로 보아 피타고라스류와는 다른 답을 내놓는 입장도 있다. 인간 정신의 산물인 수학의 질서 구조를 경험과 중첩시켜 합치하지 않는 것은 배제한다. 자연선택과 유사한 과정을 통해서 가장 잘 드러맞는 수식이 보존된다. 이 견해에 따르면 과학 활동이란 세계 가운데서 떼어내어 정의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그것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 견해는 이런 관점에서 과학의 과업이 실재에 대한 근본적 이해라는 견해를 거부한다.
그러나 형태의 문제와 관련하여 제 3의 접근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첫 번째 입장인 피타고라스의 신비주의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설명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두 번째 입장도 거부한다. 사물의 형태는 "수"(numbers)를 통해서 설명될 필요는 없고 "형태"(forms)를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플라톤은 감각 경험의 세계에서 형태는 초월적이고 원형적인 형상 즉 이데아의 불완전한 반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의 신비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 교설은 그렇다면 영원한 형상이 어떻게 변화하는 현상의 세계와 관계맺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형상을 초월적인 것이 아니고 내재적인 것으로 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특정한 형상은 사물 속에 내재할 뿐 아니라 각 사물들로 하여금 각기 특정한 형태를 갖게하는 원인이다.
피타고라스의 신비주의에 대한 이러한 유형의 대안은 형태형성에 관한 비기계론적 이론들 속에서 개발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는 드리쉬의 체계에서 살아있는 유기체의 특정 형태는 비에너지적인 원인자인 엔텔레키(entelechy)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유기체론자들의 형태형성장과 크레오드(chreodes)는 특정한 최종 목표점을 향해 가는 형태형성 과정에서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 모호성은 부분적으로 유기체론의 사유들이 플라톤의 영향을 받았다는데서 온다. 이것은 화이트헤드의 철학체계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화이트헤드는 모든 현실적 사건은 소위 "영원적 객체"라 부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집합으로서 가능성의 영역을 구성하고 있고 그래서 모든 가능한 형태들을 다 포함하고 있다. 실제 이것은 플라톤의 "형상"과 아주 닮았다. 그러나 플라톤적 형상이나 영원적 객체와 같은 형태형성장의 형이상학적 개념은 실험과학에서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할 것이다. 물리적 효과를 가지는 물리적 실재로 생각할 때만이 형태형성의 과학적 이해에 그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유기체 철학은 생물학과 물리학 둘다를 포괄한다. 그래서 만일 형태형성장이 생물의 형태형성에서 인과적 역할을 한다면 결정이나 분자와 같은 보다 더 간단한 경우에도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장은 기존의 물리 이론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이론이 순수한 화학적 계의 형태발생을 어느 정도 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만일 그것이 적합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면 형태발생장의 개념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생물과 무생물 계 둘다에서 형태형성장을 통한 형태의 형성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한다.
3.2 형태와 에너지
뉴턴 물리학에서 모든 인과작용은 에너지에 의한 것이며 이것은 운동과 변화의 기본원리이다.
모든 운동하는 물체는 에너지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에너지, 열진동 및 전자기 방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물체를 운동시킬 수 있다. 정지해 있는 물체도 또한 에너지를 갖는데 이것은 운동하려는 경향으로서의 에너지라는 의미에서 포텐샬 에너지라고 부른다. 즉 이것이 정지해 있는 것은 이 경향에 반대되는 힘에 의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력은 떨어져 있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 또는 운동시키려는 경향으로서 포텐샬 에너지이다. 그러나 인력의 원인은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에는 전자력이나 중력을 장(field)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뉴턴의 힘은 물체에서 발생해서 -그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공간으로 퍼져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현대 물리학에서는 장이 일차적인 것인데 이것은 물체와 물체 사이의 공간에 깔려 있다.
이 그림은 장도 몇가지 상이한 유형들이 있다는 사실에 의해서 복잡해진다. 첫째는 중력장이 있는데 이것은 아인시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공간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물질을 만나면 휘어진다고 한다. 둘째는 전자장이다. 그 장내에서 전하는 국재화되고 이것을 통해서 전자방사는 진동, 교란하면서 퍼져나간다. 이 교란을 양자론은 불연속적인 에너지의 알갱이로 보아 입자상의 광자(photon)와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 셋째, 물질의 양자장론에서는 아원자 입자를 물질장 여기로 생성된 에너지 덩어리 즉 로 본다. 입자들은 종류에 따라 자신에 고유한 유형의 장을 가지고 있다. 양자(陽子)는 양자-반양자 장의 양자(量子)이다. 전자는 전자-양전자 장의 양자이다.
이 이론에서는 물리적 현상은 에너지만이 아니고 그것과 공간장의 개념의 조합에 의해서 설명된다. 에너지는 변화의 원인이지만 변화의 순서는 장의 공간적 구조에 의존한다. 이 구조는 물리적 영향력을 갖지만 그러나 그것 자체는 에너지와는 다르다. 이것과 인과작용을 오로지 에너지로 환원하는 종래의 견해와의 차이는 뉴턴과 아인시타인의 중력이론의 비교 속에서 잘 예증된다. 뉴턴이론에서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은 지구의 인력이 달을 끌어당기기 때문이지만 아인시타인 이론에서는 달이 움직이는 그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그림6)
그림 6 불안정한 상태(A), 안정된 상태(B), 부분적으로 안정된 상태(C) 의 도식적 표현
화학시스템에 대한 오늘날의 이해는 양자역학과 전자기학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서 중력효과는 이 힘들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에 무시된다. 원자들을 함께 묶는 가능한 방법은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주어진다. 이것은 전자 궤도를 확률로 계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양자장론에서는 이 궤도는 전자-양전자장 내의 구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와 원자핵은 전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전자장 내의 공간적 패턴과도 연관되어 있고 따라서 포텐샬 에너지와도 연관되어 있다. 주어진 원자들에 대한 공간적 배열 모두가 똑같은 포텐샬 에너지를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상태에 있는 것은 그림 6에서 보는 것처럼 가장 낮은 포텐샬 에너지를 갖는 배열의 경우일 것이다. 만일 시스템이 가능한 상태 가운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상태에 있다면 약간의 교란(예를 들어 열동요)이 원인이 되어 다른 상태(A)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나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다면 교란이 일어나더라도 종국에는 본래의 상태(B)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벽이 있는 경우(B) 그 벽을 넘을 만큼의 교란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C) 가장 안정된 상태가 아닌 상태에도 일시적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에너지적 고찰에 의해서 어느 것이 가장 안정된 화학적 구조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화학적 구조의 공간적 특징 -예컨대 그림6에서 공이 굴러가는 경사면, 그리고 공을 가두는 벽- 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것은 물질과 전자장에 의해서 주어진 공간적 패턴에 의존한다.
열역학 제 2법칙에 의하면 닫힌계 내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과정은 평형상태로 향해 간다. 마치 시스템 내의 상이한 부분들간의 온도와 압력 등의 차이가 소멸되듯이 말이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거시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이 법칙의 의미는 일반인에게 전달될 때 과장되어지는데 특히 그 가운데 엔트로피라는 용어는 "무질서"와 동의어로 쓰인다. 진화와 유기체의 발생에서 보이는 복잡성의 증가는 엔트로피 증대의 원리와 모순되어 보인다. 이 혼란은 열역학이라는 과학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다. 첫째 이것은 닫힌계에서만 적용되는데 대해 살아있는 유기체는 환경과 물질과 에너지를 교환하는 열린계이다. 둘째 이것은 열과 다른 형태의 에너지간의 상호관계만을 다룬다. 즉 화학적 구조나 생물학적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에너지적 요인에 대해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러한 구조의 존재를 설명할 수는 없다. 셋째, 엔트로피 개념의 전문적 정의는 무질서에 대한 일반적 개념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특히 그것은 화학적, 생물학적 시스템의 특정한 구조내에 있는 그런 유형의 질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열역학 제 3법칙에 따르면 절대 0도에서 순수한 결정성의 고체의 엔트로피는 0이 된다. 이것은 열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한 "질서"인데 열동요로 인한 무질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소금 결정과 헤모글로빈과 같은 아주 복잡한 고분자 유기화합물 간의 엔트로피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 이 둘은 똑같은 질서를 구비하고 있다. 이것은 이 후자의 구조적 복잡성은 엔트로피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학적, 생물학적 구조의 의미에서 질서와 수많은 원자와 분자들로 이루어진 시스템에서 온도차로 인해 만들어지는 질서의 차이는 결정화의 과정을 통해서 잘 예증할 수 있다. 소금용액을 접시에 담아 낮은 온도 속에 놓아둔다면 용액이 식으면서 결정이 만들어질 것이다. 처음에 그 속의 이온들은 용액내에 무작위로 분포된다. 결정화가 진행됨에 따라 결정내에 아주 규칙적으로 배열되고 거시적으로 볼 때 대칭구조를 만들어 낸다. 열역학적으로 볼 때 상당한 질서의 증가가 있다. 그러나 열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질서는 감소하고 있다. 용액과 주변간의 온도차가 사라지고, 결정화의 과정에 열이 방출되며 그것은 용매 분자들의 열 동요를 더 크게 했기 때문이다.
마찬가기로 동물의 배가 성장, 발달해 갈 때 배와 환경 -음식을 받고, 열과 배설물을 방출하는 곳- 으로 구성된 열역학적 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열역학 제 2법칙은 살아있는 유기체의 외부 에너지에의 의존성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특정한 형태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말하면 형태와 에너지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에너지는 변화의 원리이다. 그러나 형태나 구조는 일정한 안정성을 가지고 변화에 저항할 수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이 반대관계는 물질과 온도의 상태간의 관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온도가 충분히 낮다면 물질은 결정의 형태, 즉 분자들의 배열이 높은 정도의 규칙성과 질서를 보여주는 상태로 존재한다. 온도가 어떤 점 까지 올라가면 결정이 붕괴된다. 즉 고체가 녹기 시작한다. 액체의 상태에서 분자들은 배열을 끊임없이 바꾸면서 변화한다. 분자간에 작용하는 힘이 표면장력을 만들고 이것이 액체 전체에 구형의 물방울과 같은 간단한 형태를 만든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액체는 증발한다. 기체 상태에 오면 분자들은 상호 고립되어 다소 독립적인 거동을 보인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분자들은 원자로 쪼개진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원자조차도 쪼개져서 전자와 원자핵의 혼합상태 즉 플라스마가 된다.
이 변화를 역으로 되돌려 보면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점차 더 복잡하고 조직화된 구조가 출현하는데 가장 안정성이 높은 것이 먼저 나타나고 마지막에 낮은 것이 나타남을 볼 수 있다. 플라스마가 냉각됨에 따라 적절한 수의 전자가 원자핵 주변에 모여 적절한 궤도에 자리잡는다. 더 낮은 온도에 오면 이제 분자들이 집결한다. 기체가 응집해서 액체 방울이 됨에 따라 분자간에 작용하는 힘이 출현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액체가 결정화되면 높은 수준의 초분자 질서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형태는 자발적으로 출현한다. 이것은 외적 에너지에 의해서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한다면 고작 이것은 어떤 온도 이하에서만 생성되고 지속될 수 있다는 식의 소극적 설명만이 가능할 뿐이다. 내적 에너지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면 모든 가능한 구조적 배열 가운데 가장 낮은 포텐샬 에너지를 가진 것이 안정적이라는 정도이다.
3.3 화학적 구조의 예측
수소원자는 모든 화학적 시스템 가운데 가장 간단한 것인데 양자역학은 이것의 전자궤도와 에너지 상태를 상세히 기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복잡한 원자의 경우(분자의 경우는 가장 단순한 것 초차도)에는 정확한 기술은 포기해야 한다. 계산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지기 때문에 근사적 계산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복잡한 분자나 결정의 경우 상세한 계산은 아예 불가능하다. 결정내의 분자의 구조나 원자의 배열은 화학적 방법과 결정학적 방법을 사용하면 경험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 이 구조들은 경험 법칙에 근거해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사용해서 화학적 구조에 대한 근본적 설명을 제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양자역학의 심각한 한계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확실히 이것은 화학 결합에 대한 (정성적 또는 반정량적) 이해나 절연체와 전도체 간의 차이와 같은 결정의 어떤 특성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분자나 결정의 형태나 속성 조차도 양자역학의 제 1원리로부터 예측할 수 없다. 액체의 경우 상황은 더 나쁜데 만족할만한 정량적 설명이 아직도 주어지지 않은 형편이다. 생화학이나 분자생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온 복잡한 분자들이나 고분자 집합체를 양자역학이 언젠가 상세하고 엄밀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하물며 살아있는 세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화학이 생명에 대한 기계론적 이해를 위한 확고한 기초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가정이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화학이 기초하고 있는 물리이론의 기초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폴링(Linus Pauling)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쩌면 당신은 물질의 모든 성질들은 이미 알려져 있는 방법,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에 의해서 계산할 수 있다는 이론 물리학자들의 주장을 믿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슈뢰딩거 방정식이 알려진 후 30년이 지났지만 화학자들의 관심사인 물질의 성질에 관한 양자역학에 입각한 정확한 이론적 계산이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 화학자들은 물질의 성질에 관한 그의 정보의 대부분을 여전히 실험에 의존하고 있다.
이 글이 발표된지 20년이 지났고 그 사이 양자화학에 사용할 수 있는 근사적 계산 방법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상황은 기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계산의 수행이 원리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느냐고 주장할지 모른다. 논의의 전개상 설사 이 계산이 실제 수행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계산이 정확한 것인지 즉 경험적 관찰과 부합하는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없다. 현재까지 복잡한 화학적, 생물학적 구조가 기존의 물리이론에 의해서 완전히 설명될 수 있다는 통념을 지지해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구성원자들의 속성에 기초한 복잡한 화학적 구조의 형태의 예측이라는 과제의 어려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은 다음 간단한 예를 통해서 잘 예증될 수 있다. 한번에 하나씩 가로 또는 세로로 벽돌을 쌓아 올려가는 예를 생각해 보자.(그림 7) 2개의 벽돌의 경우 2^2 = 4 으로 4가지 가능한 방법이 있다. 3의 경우 8가지, 4의 경우 16가지, 5의 경우 32가지의 방법이 있고 10이 되면 1,024, 20이 되면 1,048,576, 30이 되면 무려 1,073,741,824 가지가 있다. 가능성의 수는 곧 엄청나게 커진다.
그림 7 가로, 세로 어떤 방향으로든 놓을 수 있는 벽돌들 묶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한 조합들.
화학 시스템에서 원자들의 배열이 달라지면 그들간의 전자기력이나 기타의 상호작용으로 해서 포텐샬 에너지가 달라지게 된다. 시스템은 자발적으로 최소 포텐샬 에너지를 가진 구조로 정착할려고 하는 경향을 가진다. 가능한 구조가 몇 개 밖에 없는 간단한 시스템에서도 그 가운데 가장 낮은 에너지의 시스템을 특정할 수 있다. 그림 8A는 "포텐샬 우물"(potential well)을 보여주고 있다. 바닥은 최소 에너지의 상태를 의미하며 이것이 가장 안정된 상태이다. 이 보다 안정성이 덜하지만 국지적 최소값에서 안정되어 있는 몇가지 사례들이 보여지고 있다.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능한 구조의 수도 함께 증가한다.(그림 8, B,C,D) 이와함께 한 곳만이 최소에너지 구조가 될 확률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8D를 보면 에너지적 관점에서 볼 때 몇가지 상이한 구조가 똑같이 안정성을 획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만일 시스템이 이 가능한 구조들 가운데 어떤 것을 임의로 택한다면 또는 그것들 사이를 교대로 오간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이 구조 가운데 어느 하나에 고정되어 있다면 다른 구조가 아닌 이 구조를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림 8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스템의 가능한 구조에 대한 도식적 표현. A에는 최소 에너지 구조가 하나 있는데 대해 D에는 똑같은 안정성을 가진 몇가지 상이한 구조들이 있다.
시스템의 최소 에너지 구조를 아 프리오리하게 예측하는데 필요한 상세한 계산을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화학자, 결정학자, 분자 생물학자들은 유사한 물질의 구조에 경험적 데이터를 조합해서 근사적 계산을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계산에 의해서 하나의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 다소 똑같은 최소 에너지를 갖는 어떤 범위의 가능한 구조를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복잡한 화학적 시스템의 유니크한 구조를 설명하는데 에너지에 대한 고찰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니크한 안정된 구조는 가능한 다른 어떤 구조 보다도 더 낮은 에너지를 가져야만 한다고 재진술함으로써 이 결론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반증불가능한데 실제로 단지 근사적 계산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구현되는 유니크한 구조는 아주 미묘한 에너지 효과에 의한 것으로서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하면 이것을 반박할 수 없게 된다.
유기화학의 경우 무기화학 보다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가능한 구조의 범위는 훨씬 더 넓다. 특히 폴리펩티드 사슬이 비틀고, 회전하고, 접혀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이루는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들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그림 9) 어떤 단백질 분자가 어떤 조건에서 안정되어 유니크한 구조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좋은 증거가 있다. 단백질의 화학적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서 그것을 여러 단계에 걸쳐 풀어보고 다시 적절한 조건에서 정상적 구조로 감기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실험들이 있다. 초기상태가 다르고 감기는 경로가 다름에도 마지막에 얻어지는 구조는 모두 같다.
그림 9 (위) 말의 근육에서 분리된 효소 phosphoglycerate kinase 의 구조. 알파 나선은 원통으로, 베타-가닥은 화살표로 표시되었다. (아래) 알파 나선 구조의 상세도.
이 최종적 도달점은 최소 에너지 구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최소 에너지를 가진 유일한 가능구조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최소 에너지를 갖는 많은 다른 가능한 구조들이 있다. 근사방법을 사용해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기 위해서 고안된 계산들은 항상 너무 많은 해들을 산출한다. 단백질의 접힘에 관한 문헌에서 이것은 "다중-최소 문제"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 자신이 모든 가능한 경로를 실험해 봄으로써 올바른 해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타당한 이유가 있다.
만일 단백질 사슬이 모든 가능한 배열을 탐색한다면 가장 적합한 배열을 찾아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예를 들어 접히기 전의 폴리펩티드 사슬의 개개의 잔기가 단지 2개의 상태(실제 보다 적게 추산된 것)를 갖는다고 하면 생성가능한 배열의 수는 150개의 아미노산 사슬의 경우 10^45이다.(물론 그 가운데 공간적 배열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극소수일 것이다.) 하나의 배열을 시험하는데 분자의 회전주기인 10^-12초가 걸린다면 모든 가능한 배열을 검사하는데 10^26년이 소요될 것이다. 리보뉴클레아제나 라이소자임과 같은 단백질 사슬이 합성되고 접히는데는 대략 2분이 걸리기 때문에 접히는 과정에 모든 배열을 시험해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국소적인 상호작용에 반응해서 가능성이 있는 여러개의 낮은 에너지 경로(그 수는 비교적 적다)를 따라간다. 그 과정에 유니크한 중간 상태를 통과하면서 가장 낮은 자유에너지의 배열을 찾는다.(C.B.Anfinsen)
그러나 접히는 과정은 어떤 경로를 따라 이리저리 탐색해 가는 것이 아니고 최소 에너지를 갖는 특정한 배열 -최소 에너지를 갖는 여러 배열 가운데 특정 배열- 을 타켓으로 해서 곧장 거기로 향해 간다.
여기서 기존 물리학 이론은 복잡한 분자나 결정의 유니크한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은 가능한한 최소 에너지 구조들의 범위를 규정해주지만 가능한 구조 가운데 특정한 구조가 왜 현실화되는가를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외의 어떤 요인이 복수의 가능성들 가운데 특정한 구조를 선택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발전시키려는 것은 이 "선택"은 새로운 유형의 인과작용에 의해서 행해진다는 가설이다. 이 인과작용은 현재 물리학에서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형태형성장을 매개로 일어난다.
3.4 형성적 인과작용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복잡성의 모든 레벨에서 시스템의 형태의 발생과 존속은 형태형성장의 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형태"라는 말은 외적인 표면이나 경계 뿐만 아니라 그것의 내적 구조도 포함한다. 이 형태형성장의 작용을 에너지에 의한 인과작용 -이미 물리학에 의해서 철저히 다루어진 작용- 과 구분하기 위해서 형성적 인과작용이라고 부를 것이다. 형태형성장은 에너지 과정과 결합해야만 어떤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가 에너지적인 것은 아니다.
비에너지적 형성적 인과작용이라는 개념은 건축물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벽돌이나 기타 건축자재들이 필요하다. 자재를 제 자리에 배열하는 시공자도 있어야 하고 집의 형태를 결정하는 건축 설계도도 있어야 한다. 똑같은 시공자가 똑같은 양의 자재를 사용하고 똑같은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설계도가 다르면 다른 형태의 집이 된다. 그러므로 계획은 집을 만드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집은 건축자재나 시공자의 작용없이는 만들 수 없다- 집의 특정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원인이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형태형성장은 시스템에 의해 채택된 특정한 형태의 원인이다. 물론 이 원인은 적절한 건축자재나 그것들을 제자리에 배열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이 유추는 형태형성장의 인과적 역할이 의식적 디자인에 의존한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 이것은 모든 변화의 과정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인과작용이 모두 에너지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집의 설계도 그 자체는 에너지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이 종이위에 그려지거나 또는 최종적으로 집의 형태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게가 없고, 그 자체 에너지를 갖지도 않는다. 설계도가 태워지고 집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질량과 에너지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그 설계는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에 의하면 형태형성장은 그 자체 에너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과 연관된 시스템의 형태를 결정하는데 인과적 역할을 행한다. 그것은 시스템이 다른 형태형성장과 연결되어 있다면 다른 형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인과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설은 그 시스템에 연결된 형태형성장을 변화시킴으로써(5.6, 7.4, 7.6, 11.2, 11.4) 경험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형태형성장은 물리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을 직접 관찰할 수는 없지만- 는 점에서 물리학의 장과 유사한 면이 있다. 중력장과 전자기장도 공간적 구조를 갖는다. 비록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맛볼 수도 냄새맡을 수도 없지만 중력효과와 전자기 효과를 통해서 그것을 탐지할 수 있다. 물리적 시스템이 그들 사이를 연결하는 물질의 매개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 가설적 장에 빈공간을 관통할 수 있는 속성을 부여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비물질적인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물질적 특성을 갖는데 물질 시스템에 가하는 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도 물질의 범주에 넣기 위해서 물질에 대한 과학적 정의가 확장되어 왔다. 형태형성장도 이와 유사한데 그 공간적 구조는 물질 시스템에 가하는 형태형성 작용을 통해서만 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한 정의가 이들을 포함하도록 넓혀진다면 형태형성장 역시 물질의 특성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0 계층시스템을 표현하는 두가지 방법. 좌측은 수형도, 우측은 중국식 상자.
지금까지 생물학적 시스템과 복잡한 화학적 시스템의 형태형성만이 논의되어 왔지만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 까지 모든 레벨의 생물학적, 물리학적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 어떠한 시스템도 고유한 형태를 갖기 때문에 각기 특정한 형태형성장을 가져야 한다. 즉 양자에도, 질소 원자에도, 물 분자에도, 염화나트륨의 결정에도 지렁이의 근육세포에도, 양의 신장에도, 코끼리에도, 너도밤나무에도 그에 부합하는 형태형성장이 있어야 한다.
유기체론에 따르면 시스템 또는 "유기체"는 복잡성의 모든 레벨에서 계층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본서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형태소(morphic units)라고 부를 것이다. 형용사 morphic(어원은 형태를 의미하는 그리이스어 morphe)은 구조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고 unit는 시스템의 통합 또는 전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화학적, 생물학적 시스템은 형태소의 계층구조로 되어 있다. 예컨대 결정은 분자를 포함하고 있고, 분자는 원자를, 원자는 아원자를 포함하고 있다. 결정, 분자, 원자, 아원자 입자는 형태소이다. 마찬가지로 동물과 식물, 기관, 조직, 세포, 세포소기관도 형태소이다. 계층구조적 조직의 간단한 사례는 "수형도"(樹形圖)로 또는 "중국상자"(chinese box)로 도식화 할 수 있다.(그림 10)
높은 레벨의 형태소는 그 구성요소인 부분들의 배열을 조절해야 한다. 그것은 높은 레벨의 형태형성장이 낮은 레벨의 형태형성장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렇게 한다. 형태형성장은 형태소와 마찬가지로 그 조직에 있어서 계층구조적이다.
형태형성장이 시스템에 작용하는 방식은 다음 장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형태형성장의 기원과 특정한 구조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음 5장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4. 형태형성장
4.1 형태형성의 배아(胚芽)
형태형성이 진공 상태에서 불쑥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형태형성의 배아로서 사용될 수 있는 조직화되어 있는 시스템이 그에 앞서 주어져야 한다. 형태형성 동안 특정의 형태형성장의 작용에 의해서 더 높은 레벨의 새로운 형태소가 이 배아 주변에 생성된다. 그렇다면 이 형태형성장이 처음에 형태형성 배아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물질 시스템과 중력장의 결합은 질량에 의해 매개되고, 전자장과의 결합은 전하에 의해 매개된다. 마찬가지로 물질 시스템의 형태형성장과의 결합은 형태에 의해 매개된다. 그러므로 형태형성의 배아는 그 형태의 원인이 되는 특정의 형태형성장에 둘러쌓여 있다.
형태형성의 배아는 앞으로 만들어질 시스템(the system-to-be)의 일부이다. 따라서 시스템의 형태형성장의 일부가 그것에 대응한다. 그러나 그 시스템의 나머지 부분은 아직 "점유되거나", "채워지지" 않았다. 이 배아는 시스템의 최종상태의 가능적 형태(virtual form)이며 모든 물질적 부분들이 제자리에 놓아질 때 그것은 현실화된다. 이 단계에 오게 되면 형태형성장은 시스템의 현실적 형태와 일치하게 된다.
그림11은 이 과정을 도식화한 것이다.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가능적 형태를, 실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현실적 형태를 가리킨다. 형태형성장은 형태형성의 배아를 품고 있는 구조로, 또는 최종적 형태를 가능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이 장은 자신의 영향력의 범위내에서 가능적 형태가 현실화되도록 사건을 명령한다.
최종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인 형태소가 없으면 이 장은 탐지될 수 없다. 이 장은 자신의 영향력내에 있는 요소들에 대한 명령의 결과를 통해서만 자신을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은 약간 투박한 비유이긴 하지만 자석 주변의 자기장이 만드는 "역선"에 비유할 수 있다. 이것의 공간적 구조는 쇠가루와 같은 자화될 수 있는 입자들이 그 주변에 있을 때만 보여진다. 그러나 쇠가루가 없다고 해서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형태형성 배아를 둘러싼 형태형성장은 시스템의 최종적 형태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간적 구조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형태형성장과 자기장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후자는 시스템의 현실태 -하전된 입자들의 분포와 운동- 에 의존하는데 대해 전자는 발생 과정에 있는 시스템의 가능태(potential states; 최종적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가능적으로 있는 상태- 에 대응한다.
그림 11A는 형태형성 배아와 최종 형태간의 몇가지 중간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종 형태는 여러 가지 다른 형태발생의 경로를 통해서 도달할 수 있다.(그림 11B) 그러나 특정한 경로로 관례화되어 있을 경우 그것을 "변화의 운화화된 경로"(canalized ppathway of change) 또는 "크레오드"(chreode)라고 부른다.(그림 5)
발생 시스템이 부분적 손상을 받게되더라도 최종 형태에 도달할 수 있다.(그림 11C) 이것을 "조절"(regulation)이라고 한다.
최종 형태가 현실화된 후 형태형성장과 그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형태는 지속적으로 결합하고 그것에 의해 시스템의 형태는 안정화된다. 이 형태로부터 시스템의 일탈은 이 장의 인력속으로 도로 끌려들어감으로써 교정된다. 시스템 일부가 파괴되더라도 최종 형태에 도달할 수 있다.(그림 11D) 이것을 "재생"(re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그림 11 형태형성의 배(삼각형)에서 시스템이 발생하는 것을 보여주는 도식적 그림. A는 정상적인 크레오드. B는 다른 형태형성 경로. C는 조절, D는 재생을 보여주고 있다. 형태형성장의 가능적 형태는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림11에서 보여지는 형태발생의 유형은 본질적으로 집적(集積;aggregative)이다. 선행 단계에서 별개로 있던 형태소들이 다음 단계에서는 함께 뭉쳐서 더 높은 레벨의 형태소가 된다. 새로운 형태형성장의 영향 하에서 기존의 형태소의 형태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변형(transformation)이 발생한다. 화학적 형태형성의 대부분의 유형은 집적이다. 그리고 생물학적 형태형성은 이 집적 과정에 변형 과정이 결부된 형식으로 일어난다. 몇가지 사례들을 다음 절에서 검토해 보자.
4.2 화학적 형태발생
무기적 시스템의 집적에 의한 형태 형성은 온도의 하강과 함께 단계적(progressively)으로 진행된다. 플라스마가 냉각됨에 따라 아원자 입자들은 뭉쳐서 원자가 된다. 더 낮은 온도에서 원자는 다시 뭉쳐 분자가 되고 분자는 액체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액체는 고체화된다.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은 외곽전자 없이 홀로 존재하는데 이 원자핵은 원자의 형태형성용 배아라고 볼 수 있다. 즉 이 벌거벗은 원자핵은 가상적 전자궤도를 품고 있는 원자의 형태형성장과 결합한다. 어떤 의미에서 궤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실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 플라스마가 냉각되어 전자가 포획될 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가 때문이다.
원자 궤도 속으로 들어온 전자는 외부 에너지에 의해서 또는 포텐샬 에너지가 더 낮은 궤도에 들어감으로 자주 위치를 바꾼다. 후자의 경우 전자는 에너지 양자를 잃고 이것은 광자로서 방출된다. 많을 전자를 거느린 원자의 각 궤도에는 (반대 스핀을 가진) 2개의 전자 밖에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플라스마가 냉각되는 과정에서 먼저 가장 낮은 포텐샬 에너지를 가진 궤도가 채워지고, 다음에 그 다음의 낮은 에너지의 궤도가 채워진다. 이 과정은 원자핵의 형태형성의 배아 주변에 완전한 원자의 형태가 현실화될 때 까지 계속된다.
다음으로 이제 원자가 분자의 형태형성의 배아가 된다. 그리고 작은 분자는 큰 분자의 배아가 된다. 화학반응은 원자와 분자들이 집적되어 더 큰 분자 -예컨대 중합체-를 형성하거나, 또는 분자가 더 작은 분자나 또는 원자, 이온으로 분해된 다음 다른 것과의 새로운 결합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 한 예가 연소인데 분자는 외부의 에너지의 작용에 의해서 원자와 이온들로 쪼개지고 다시 산소분자와 결합하여 H2O나 CO2와 같은 간단한 분자를 형성한다. 이러한 화학 변화는 형태형성의 배아인 원자나 분자의 가능적 형태의 현실화이다.
분자가 현실화되기 전에 가능적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비근한 사실에서 잘 볼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화합물은 먼저 화학결합의 경험적으로 결정된 원리에 기초해서 "설계"된다. 그리고나서 유기화학자들에 의해서 실제로 합성된다. 실험실에서의 합성은 단계적으로 행해지는데 각 단계에서 합성된 분자의 형태는 다음 단계에서 합성될 분자의 형태형성의 배아로서 작용한다. 이 과정은 새로운 분자의 합성이 완료될 때 까지 계속된다.
화학반응을 형태형성적 과정으로서 본다는 것이 지나치게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면 무기적인 것이든 유기적인 것이든 촉매의 작용의 대부분이 그 형태에 의존한다는 것을 상기해 보기 바란다. 예컨대 많은 생화학 반응의 촉매인 효소는 특정 분자와 결합하기 위해서 그것에 잘 들어맞는 요철형, V자형, 분형(盆形)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표면을 제공한다. 이것은 종종 자물쇠와 열쇄에 비유된다. 효소의 촉매작용은 반응이 용이하게 일어날 수 있는 적절한 상대적 위치에서 반응분자를 잡는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자유 용액free solution에서 분자들의 충돌은 모든 방향에서 일어나지만 그 대부분은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부적절하다.)
화학적 형태형성의 상세한 과정은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반응속도가 빠르고 반응의 중간형태가 아주 불안정하다는 데 있지만 또 최종적 화학적 결합은 전자들의 궤도간의 양자 도약이 확률적이라는 데 있다. 앞으로 생성될 분자의 가능적 형태는 원자나 분자의 형태형성 배아와 결부된 형태형성장에 그려져 있다. 정확한 방향에서 원자나 분자가 접근하면 지금까지 단지 가능적 형태로만 존재했던 분자의 형태가 전자의 궤도 속으로의 양자도약에 의해서 현실화된다. 그와 동시에 에너지는 열운동으로서 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형태형성장의 역할은 에너지적 측면에서는 수동적이지만 형태적 측면에서는 능동적이다. 이것은 가능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이 가능적 구조는 낮은 레벨의 형태소가 그 속으로 들어옴으로써 현실화된다. 이 과정에 에너지가 방출된다.
원자나 분자들은 여러 가지 다른 화학 반응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많은 다양한 형태형성장의 가능적 배아이다. 그러나 적절한 반응물인 원자나 분자가 그것에 접근할 때 까지 특정 형태형성장의 배아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
결정의 형태형성은 원자나 분자의 배열의 특정한 패턴이 무한히 반복된다는 점에서 원자나 분자의 형태형성과는 다르다. 형태형성의 배아는 이 패턴 자체에 의해서 주어진다. 적절한 유형의 결정의 "종자"나 "핵"을 부가하면 과냉각된 액체나 과포화된 용액에서 결정이 급속히 일어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종자나 핵이 없을 때는 결정의 형태형성적 배아는 원자나 분자가 열동요에 의해서 우연히 적절한 상대적 위치에 놓이게 될 때만 생성된다. 일단 배아가 나타나면 형태형성장에 의해 주어진 반복적 격자상 구조의 가능적 형태는 성장중의 결정의 표면에서 바깥으로 확산된다. 이 표면 가까이로 온 자유상태의 원자나 분자들은 포획되어 그 위치에 놓여진다. 이와 함께 열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지만 과냉각된 액체나 과포화된 용액에 조그마한 파편을 아무거나 넣어도 이것이 종자 또는 핵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화학자들은 가끔 시험관의 표면을 긁어 떼어낸 유리파편을 종자로서 사용한다. 이 파편은 원자나 분자에게 적절한 상대적 위치를 제공할 수 있는 표면으로서 작용한다. 이것은 형태형성적 작용에서 화학반응의 촉매와 흡사하다.
지금까지 논의된 모든 유형의 화학적 형태형성은 본질적으로 "집적"이다. 무기적 시스템에서 "변형"은 그리 흔하지 않다. 예컨대 대부분의 결정체는 다른 형태로 변형되지 않는다. 이것들을 녹이거나 분해시킨 다음 다른 결정화 과정에 참여시킬 수는 있지만 이것은 변형은 아니다. 해체 후 새로운 집적이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화학반응에도 똑같이 이산과 집적에 의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단백질이 접히거나 어떤 효소가 자신이 촉매하는 반응분자와 결합할 때 일어나는 형태의 (가역적) 변화 등 분자의 형태 변형과 같은 중요한 사례들이 있다.
단백질이 무작위적인 시도를 통해서 최종적 형태를 찾을 때 소요되는 예상 시간 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단백질의 접힘이 완성된다는 사실은 이 접힘이 특정 경로를 따르고 있거나 경로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3.3절) 이 "운하화된 변화의 경로"는 크레오드라고 볼 수 있다. 이 접힘의 과정이 개시되기 위해서는 앞서 4.1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형태형성의 배아가 먼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 배아는 단백질의 최종적 형태에서 나타나는 특정의 3차원 구조를 이미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형성의 출발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단백질 접힘에 관한 여러 문헌들에서 이미 시사되고 있다.
4.3 "확률구조"로서 형태형성장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궤도는 원자의 형태형성장 안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 궤도는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서 기술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의 정확한 궤도는 지정할 수 없고, 특정 지점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궤도는 공간 속의 확률분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의 문맥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시사한다. 원자의 형태형성장 내의 구조가 공간적 분포의 확률인 것이나 마찬가지로 형태형성장도 일반적으로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확률분포로서 주어진다. 사실 그렇다고 가정할 것이다. 형태형성장의 구조는 앞으로 확률구조라고 부를 것이다. 이 장의 확률적 성질에 대한 설명은 5.4절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형태소의 형태형성장이 그 구성부분 -낮은 레벨의 형태소(3.4절)- 의 형태형성장에 가하는 작용은 높은 레벨의 확률구조가 낮은 레벨의 확률구조에 가하는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은 레벨의 장이 낮은 레벨의 장의 확률구조를 수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형태형성 과정에서 높은 레벨의 장이 자신의 영향하에 있는 낮은 레벨의 형태소에서 일어나는 확률사건의 확률을 수정하는 것이다. 자유 원자의 경우도 전자(電子)의 사건은 원자의 형태형성장의 확률구조에 따라 일어나지만 이 확률구조는 수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자라는 높은 레벨의 형태형성장의 영향하에 있는 원자의 경우 최종적 형태를 현실화 시킬 사건의 확률은 증가하고 그렇지 않을 사건의 확률은 감소하는 그러한 방식으로 수정되어진다. 그러므로 분자의 형태형성장은 자유 원자의 확률 구조의 계산에 기초해서 예상할 수 있는 가능한 원자배열들의 수를 제한한다. 이것은 단백질 접힘과 같은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신속하게 종결된다는 것은 이 시스템이 엄청난 가능성의 배열공간들을 모두 탐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와 유사하게 결정의 형태형성장은 그 구성요소인 분자들의 확률구조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엄청난 수의 가능한 배열들을 제한한다. 그래서 물질이 결정화될 때 특정한 패턴의 분자배열만이 채택되고 다른 구조는 배제된다.
따라서 결정이나 분자의 형태형성장도 원자의 형태형성장에서 전자의 궤도가 확률구조인 것과 같은 의미에서 확률구조이다. 이것은 양자역학에 의한 간단한 원자 시스템의 기술과 보다 복잡한 형태들에 대한 양자역학적 기술간에는 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통례가 되어온 가정과 잘 부합한다. 그러나 이것이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과 다른 점은 복잡한 시스템을 원자의 양자역학적 속성에 의해서 밑에서 위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두 접근법의 차이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면 더 분명해진다. 양자론은 수소 원자와 같은 간단한 원자의 속성에 대한 규명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의 스펙트럼의 미세구조와 같은 경험적 관찰을 설명하기위해서 새로운 원리들이 도입되었다. 처음에 불연속적인 전자궤도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양자수에 각운동량,더 나아가 스핀 등의 또 다른 개념들이 부가되었다. 스핀은 전하와 마찬가지로 입자의 환원불가능한 속성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자신의 보존법칙을 갖는다. 더 나아가 핵물리학에 strangeness, charm 와 같은 환원불가능한 요소들이 기존의 양자역학적 요인들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관찰사실들을 설명하기위해서 임시방편적으로 도입되었다. 더구나 원자를 구성하는 새로운 아원자 입자들이 발견됨에 따라 새로운 물질장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원자와 아원자 입자들의 속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새로운 물리학적 원리와 물리적 장들이 계속 도입되고 있는 지금, 원자 이상의 레벨의 조직화에 어떠한 새로운 물리적 원리나 장도 작용하지 않는다는 통상적 가정은 아주 자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것은 19세기 원자론의 잔재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는 더 이상 궁극적인 분할불가능한 실체가 아닌 이상 그 원래의 이론적 근거도 소멸해 버렸다. 형태형성적 작용의 가설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자와 아원자 입자의 속성과 관련해서 성립된 기존 양자론의 체계는 형태형성장의 본성의 해명에 빛을 던져 주지만 더 복잡한 체계의 형태형성장을 설명하깅 위해서 이 양자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원자의 형태형성장이 자연의 질서를 설명하는데 특권적 위치를 가진다고 생각해야할 이유가 없다. 원자의 장은 특정 레벨의 복잡성의 형태소에 대응하는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4.4 생물의 형태형성에 있어서 확률적 과정
물리적 과정 가운데는 그것의 공간적 결과가 확률적인 사례들이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칭성, 균일성의 붕괴를 수반하는 변화는 비결정적이다. 이러한 것들은 기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 간의 위상전이시에 일어난다. 예컨대 수증기로 가득찬 풍선이 있다고 하자. 온도와 중력을 변화시키지 않고 풍선을 포화점 이하로 냉각시키면 액화가 일어는데 우선 풍선의 내부면에 엉겨 붙는다. 그러나 액체의 최종적 분포는 결코 예측할 수 없고 구면에 대해 대칭적인 분포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열역학적으로 액체와 기체의 상대적 양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공간적 분포는 예측할 수 없다. 균일한 조건 하에서 물질의 결정에서도 결정체의 공간적 분포, 수, 그리고 크기는 예측할 수 없다. 동일한 조건에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더라도 그때 마다 공간적 분포는 세세한 면에서 다르다.
결정의 형태는 명확한 대칭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형태는 비결정적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엄청난 다양한 형태들을 가진 눈송이이다.
거시적인 물리, 화학적 시스템이 열역학적 평형으로부터 먼 "소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일 경우 무작위적 요동이 공간적 패턴을 발생시킨다. 액체를 가열했을 때 대류과정에서 일어나는 베르나드셀이나 자보틴스키 반응이 일어날 때 용액 속에 만들어지는 색깔의 줄무늬 등이 그 사례이다. 비평형 열역학의 방법에 의한 "요동을 통한 질서"에 대한 수학적 기술은 위상전이와 인상적인 유비를 보여주고 있다.
공간적 비결정성의 사례는 간단한 물리, 화학적 과정에서 볼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은 무기물에서 보다 훨씬 복잡하며 많은 미결정적 위상전이와 비평형 열역학적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원형질 속에는 동력학적 상호관계에 있는 결정, 액체, 지질의 위상이 있다. 아주 많은 수의 고분자들이 있고 이들은 모여서 결정이나 의사결정체를 형성한다. 지질막은 일종의 액정(liquid crystal)이고 콜로이드 용액의 sols과 gels처럼 액체와 고체 상태 사이의 경계역에 자리잡고 있다. 막간의 전위차는 예측할 수 없이 요동한다. 막에 의해서 분리되어 있는 콤파트먼트는 여러 가지 농도의 무기물과 여타 이온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내용물들이 막을 통과하는 과정은 확률적이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해서 에너지적으로 가능한 변화의 패턴들의 수는 엄청나게 많고, 따라서 확률적 과정으로 패턴을 부여하는 형태형성장의 작동의 범위도 엄청나게 넓다.
살아있는 유기체의 모든 형태가 형성적 작용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작위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패턴도 있다. 또 어떤 것은 최소 에너지 배열이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설명될 수 있다. 예컨대 자유로이 떠 다니는 난자(예컨대 성게의 알)가 구형이 되는 것은 세포막의 표면장력에 의해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가능한 것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은 생물의 형태형성의 대부분은 형태형성장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이 장은 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물리학자와 화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어온 에너지적, 화학적 원인 등과 결부되어 일어난다는 것이 재삼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세포내에 형태형성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 미소관(microtubule)의 위치결정의 경우이다. 미소관은 단백질들이 자발적으로 뭉쳐서 형성된 작은 막대모양의 구조이다. 미소관은 동물과 식물세포 모두에서 그 세포골격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세포분열(유사분열이나 감수분열 시의 방추사는 바로 이 미소관으로 만들어진다.)이나 식물세포의 분화에서 세포벽 물질들의 위치조정에서 그 과정을 지도하고 세포내의 골격으로서 방산충과 같은 세포의 형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도 이 미소관이다. 만일 이 미소관의 공간적 배치가 세폰의 여러 가지 과정이나 구조의 패턴화의 원인이라면 도대체 무엇이 이 미소관의 공간적 배치를 조정하는가? 만일 다른 조직화의 패턴이 원인이라면 그것은 물음을 한 단계 뒤로 물리는 것이다. 다시 무엇이 이 조직화의 패턴을 조정하는가 라고 묻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발생은 후성적 과정이기 때문에 물음을 계속 뒤로 물릴 수 없다. 후성적 과정에서는 전 단계의 패턴이나 구조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간적 다양성과 조직화의 증대가 일어난다. 미소관이 집적되는 패턴의 출현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 밖의 어떤 것이 필요하다.
나의 가설에 따르면 이것은 특정한 형태형성장의 작용에 기인한다. 이 장은 조직화의 선행 패턴의 확립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적합한 위치에 미소관들이 모일 확률을 증가시킨다. 물론 형태형성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포내 미소관의 하부 단위인 과포화용액이 있어야 하고 이것의 집적을 위한 적합한 물리-화학적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것들은 미소관의 형성을 위한 필요조건들이다. 그러나 미소관이 보여주는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확률적 과정의 패턴이 형성적 인과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은 국소적으로 열역학 제 2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이 반론은 타당하지 않다. 열역학 제 2법칙은 아주 큰 수의 입자들의 집합체에만 적용되며 미시적 규모의 과정에는 적용될 수 없다. 게다가 그것은 단지 닫힌계에만 적용된다. 세포의 영역은 닫힌계가 아니며 살아있는 유기체 일반은 물론 닫힌계가 아니다.
화학영역에서처럼 살아있는 유기체에서도 형태형성장은 계층적으로 조직화된다. 세포소기관(예컨대 세포핵,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등)은 그들안의 물리-화학적 과정에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이 장은 더 높은 레벨에 있는 세포의 장에 복종해야하고 이것은 다시 조직에, 조직은 기관에, 기관은 유기체 전체의 형태형성장에 복종해야 한다. 각 레벨에서 장은 그것이 없었더라면 비결정적이었을 그 과정에 명령을 내림으로써 작동한다. 예컨대 세포레벨에서 형태형성장은 세포분열의 조정에 필요한 미소관과 여타 과정의 결정화를 명령한다. 그러나 세포분열이 행해지는 면은 더 높은 레벨의 장이 결여되어 있으면 비결정적이 된다. 예컨대 식물의 표피 경결(calluses)은 세포들이 제멋대로 증식해서 무질서한 덩어리가 되는 질병이다. 반면 조직화된 조직세포내에서는 세포분열의 면에 패턴을 부여해서 전체의 측면에서 조직이 성장하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그 조직세포의 형태형성장의 기능중의 하나이다. 조직의 성장 그 자체에는 비결정적인 면이 많이 있다. 어떤 조직을 인위적으로 잘라서 조직배양해 보면 이것을 잘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조직의 성장은 더 높은 레벨인 기관의 형태형성장에 의해서 조절된다. 화학 시스템에서처럼 생물 시스템에서도 형태소는 그것이 더 높은 레벨의 형태소의 하부 단위일 때 보다 고립되었을 때 더 비결정적이 된다. 높은 레벨의 형태형성장은 이 내재된 비결정성을 제한하고 패턴화한다.
4.5 생물 시스템에서 형태형성의 배아
세포 레벨에서 형태형성적 변형의 배아가 되는 것은 세포분화의 과정의 시작과 끝 두 시기 모두 존재하는 하위 레벨의 형태소임에 틀림없다. 이 변형의 형태형성적 배아는 직접적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세포소기관, 거대분자 집적체, 세포질 , 막구조, 또는 세포핵일 수도 있다. 핵이 이 역할을 당연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화된 세포들의 아주 많은 다양한 유형들이 같은 유기체 안에서 생산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일 핵이 형태형성의 배아로서 작용한다면 다양한 유형의 세포안에서 다양한 조직의 패턴들을 취할 수 있어야만 한다. 세포가 분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핵이 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핵의 분화는 막과 염색체의 배치에 있어서의 변화, 염색체 내에서 단백질과 핵산의 결합, 핵소체 및 기타 구성요소들의 변화에 의해서 일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분화하고 있는 조직의 높은 레벨의 형태형성장의 작용을 통해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일어난다. 실제 세포분화에 앞서 핵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상당히 있다. 여기서 개진된 주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통상적 해석에서 벗어나 그것의 의미를 특별한 유형의 메신저 RNA의 생산이라는 화학적인 것이 아니고 형태발생적인 것으로 본다. 변형된 핵은 분화된 세포들의 특별한 형태형성장과 결합된 배아로서 작용할 것이다.
세포의 형태형성의 과정에서 핵이 형태형성적 배아가 될 수 없는 과정이 적어도 하나가 있다. 핵분열이 그것이다. 핵은 핵막이 파괴되어 소실될 때 독립된 구조로서 자신의 동일성을 상실한다. 핵분열에서 2중 나선의 염색체가 방추체의 적도면에 배열된다. 다음 염색체의 완전한 세트가 각각 방추체의 양극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나서 염색체의 각 세트의 둘레에 새로운 핵막이 만들어지고 2개의 딸 핵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형태형성의 배아는 핵외에 있는 구조 또는 세포소기관이거나 아니면 그 둘 다이어야만 한다.
조직과 기관의 발생에는 형태 변형과 집적 둘다가 관여한다. 이러한 형태형성에서 형태형성의 배아가 되는 것은 최종적 형태의 일부이면서 형태형성적 과정의 최기에도 존재하는 세포 또는 세포 집단이어야 한다. 이러한 세포들은 과정이 시작된 다음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특수한 세포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형태형성적 배아는 변화를 거의 받지 않은 상대적으로 비특수화된 세포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등식물의 경우 그러한 세포는 분열조직이나 성장점 같은 정단부위(頂端 部位; apical zone)에 출현한다. 발아시에는 개화 자극(開花 刺戟)이 분열조직을 변형시켜 잎과 같은 구조가 아니고 꽃을 발생시키도록 한다. 개화 자극에 의해 적절히 변형될 수 있는 정단부위는 변형을 위한 형태형성 배아가 될 수 있다. 동물의 배에서 조직과 기관의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많은 "조직화 센터"가 실험 발생학자들에 의해서 확인되었다. 발생중인 지아(肢芽)의 선단부(先端部)에 있는 외배엽성 정제(頂提; 돌출한 둔덕)이다. 이러한 "조직화 센터"가 주요한 형태형성장과 결부된 배아일 가능성이 많다.
화학과 생물학의 영역에서 형태형성의 배아가 실제 확인되지 않았고 모호한 점들 -예컨대 각 형태형성장이 특정한 형태를 가지는 이유나 그것이 배아와 결부되는 방식 등- 이 많이 남아 있지만 형태형성적 배아를 상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음 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고찰하면서 이것과 연관된 형성적 인과작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이것은 어쩌면 엉뚱하고 그래서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이해하기는 오히려 더 쉽지 않을까 한다.
5. 과거형태의 영향
5.1 형태의 불변성과 반복
원자가 생성될 때 마다 매번 전자는 핵 주위의 같은 궤도를 채운다. 원자는 반복해서 결합하여 동일한 분자를 형성한다. 분자는 계속 반복해서 결정화되어 동일한 공간적 패턴을 만든다. 식물의 종자는 해마다 싹이 터서 같은 모양의 식물이 된다. 세대를 반복해서 거미는 동일한 유형의 거미집을 만든다. 형태는 반복해서 출현하고 그 때 마다 거의 비슷한 형태들이 계속 재현된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확인하고, 동정하고, 이름지을 수 있는 것은 이 사실에 기인한다.
만일 모든 형태가 불변의 물리법칙 또는 원리에 의해서 일의적으로 결정된다면 그것이 불변성을 가지고 반복된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종래의 형태형성 이론은 이것을 묵시적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 기본적인 물리학의 원리들은 사물들의 형태가 현실로 생성되기 전부터 있어 왔다. 새로이 합성된 화학물질이 어떻게 결정화되었는가 하는 것은 그 결정이 최초로 출현하기 이전에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계산되어질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동물이나 식물의 DNA에 발생한 돌연변이가 유기체의 형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은 미리 예측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실제 그러한 계산은 한번도 행해진 적이 없다. 이 가정은 지금까지 검증되어지지도 않았고 검증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에서는 복잡한 화학적, 생물학적 시스템의 형태는 물리학의 법칙에 의해서 일의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 법칙은 형성적 인과작용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범위를 허용한다. 형태의 불변성과 반복은 같은 유형의 형태형성장과 어떤 물리-화학 시스템간의 반복적 결합의 결과로 설명된다. 그러나 그럴 경우 무엇이 형태형성장의 특정 형태를 결정하는가?
한가지 가능한 답은 형태형성장은 영구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주어져 있는 것이며 다른 어떤 것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 그래서 지구상에 일어났거나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것, 말하자면 화학물질, 결정, 동물, 식물 등의 형태형성장은 가능적 상태로 지구가 출현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본질적으로 플라톤적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각각의 형태의 불변성을 믿었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 형태가 에너지적 인과작용으로는 예측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물리 이론과는 다르다. 그러나 모든 경험현상의 배후에 선재하는 질서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점에서 양자는 일치한다.
또 하나의 가능한 답은 이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화학적, 생물학적 형태가 반복 재현되는 것은 그것이 불변의 법칙, 영원한 형상에 의해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고 선행한 유사한 형태가 준 인과적 영향 때문이다. 이 영향은 기존의 물리적 작용 유형과는 달리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서 영향을 미치는 어떤 작용을 필요로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어떤 시스템의 유니크한 형태는 그것이 처음 출현하기 전에 물리적으로 선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형태가 반복되는 것은 첫 시스템의 형태가 그에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의 형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적 측면에서 모두 동일한 확률을 가지는 P, Q, R, S라는 여러 가지 가능한 형태로부터 어떤 시스템이 처음에 우연히 R을 취한다. 그러면 후속하는 유사한 시스템은 첫 시스템으로 부터의 초-공간적, 초-시간적 영향을 받아 R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여기서 최초의 경우는 무엇이 형태를 결정하는가? 여기에 대한 어떠한 과학적인 답도 나올 수 없다. 이것은 일단 발생하면 그에 후속하는 모든 사건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복될 수 없는 유니크한, 에너지적 측면에서 비결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과학이 다루는 것은 규칙적인 것, 반복가능한 것이다. 특정 형태의 초기의 선택은 우연으로, 또는 물질에 내재한 창조성으로 또는 초월적 창조적 주체에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능성들을 실험을 통해서 구분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그들 가운데 어느 것을 결정하는데 형이상적 근거외에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간략히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의 목적상 어느 것이 더 선호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형태의 반복이 관심사이지 그것이 출현한 이유는 그 관심사가 아니다.
이 새로운 사고방식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며 미답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탐색함으로써만이 형태와 조직 특히 살아있는 유기체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해에 도달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될 뿐이다. 그렇게 되면 선택은 다시 단순한 기계론적 신조와 형이상학적 유기체주의 사이의 좁은 영역에 한정되게 된다.
다음 절에서 이 가설적인 초시간적-초공간적인 영향이 형태발생장을 통해서 작용하며 형성적 인과작용의 본질적 특성임을 보여 주겠다.
5.2 초시간적 인과적 연결의 일반적 가능성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초시간적이고 통시적인 새로운 종류의 인과적 작용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과학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간적인 "원격작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몇몇의 철학자들에 의해서 이미 제기된 적이 있다. 그것을 배제해야 할 아 프리오리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예컨대 맥키(J.L.Macky)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연속적인 인과관계는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지만 불연속적인 원격작용에 의한 불연속적 인과관계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후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과작용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 개념은 꼭 연속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적 공긴적 간격 또는 시공간적 간격을 뛰어넘어 아무런 중간 매개도 없이 C가 E를 일으켰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인과개념과 모순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과학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새로운 종류의 인과관계를 배제해야 할 어떤 근거도 찾아보 수 없다.
과학이론 일반은 사건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특정한 유형의 인과관계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가지성(intelligbility), 확증, 그리고 반증가능성을 만족시키고 어떤 유형의 인과관계로 표현된 법칙 또는 가설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한다. 인과관계의 유형은 특정 모델의 유형과 연관되어 있어 모델에 근본적 변화가 있으면 그와 함께 변한다.
형성적 인과작용에서 제시된 그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인과연결이 원리적으로 가능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가설의 수용 여부는 그것에서 도출된 예측이 경험적으로 테스트된 후에 평가될 수 있다.
5.3 형태공명
선행 시스템의 형태가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의 형태형성에 영향을 주는 그 과정은 기존의 개념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이것을 다루는데 사용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적절해 보이는 유비는 "공명"(共鳴, resonance)이라는 물리적 현상이다. 이 에너지 공명은 시스템에 그것의 본래 주파수와 일치하는 힘이 가해질 때 발생한다. 팽팽히 당겨진 현이 그것에 부합하는 음파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것, 라디오의 다이알을 송신기가 내보내는 전파의 주파수에 맞추는 것, 특정한 주파수를 가진 광파가 원자나 분자에 흡수되어 특징적인 흡수 스펙트럼을 만드는 것, 자장내에 있는 전자나 원자핵이 전자기 복사에 반응해서 전자 스핀 공명이나 핵자기 공명을 일으키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 모두에 공통되어 있는 것은 선택성의 원리이다. 즉 여러 가지 주파수들이 들어와 복잡하게 얽히더라도 시스템은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한다.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 형태에 대해서 형태가 행하는 이 "공명 효과"는 선택적이란는 점에서 에너지 공명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것은 종래의 공명의 개념을 가지고 설명할 수 없다. 이 공명에는 에너지의 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에너지 공명과 구분하기 위해서 "형태 공명"(morphic resonance)이라고 부를 것이다.
형태공명과 에너지 공명은 앞서 든 것 외에 몇가지 더 유사한 점들이 있다. 이것은 진동하는 시스템에서 일어난다. 원자, 분자, 결정, 세포소기관, 세포, 조직, 기관, 그리고 유기체 이 모두는 지속적 진동상태에 있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는 그 특유의 진동과 내적 리듬을 갖고 있다. 형태소는 정적인 것이 아닌 동적인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공명이 특정 진동수 즉 "일차원적 자극"에 대해서 반응한다고 하는 특이성을 가지는데 대해서 형태공명은 진동의 3차원 패턴에 기초하고 있다. 시스템의 특징적 내부 구조나 주파수 등을 포함하는 시스템의 형태는 형태공명의 방법으로 유사한 형태의 후속하는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선행 형태의 시-공적 패턴이 후속 형태에 중첩된다.
형태공명은 형태형성장을 통해서 일어나고 실제 그 장의 특정적 구조를 발생시킨다. 형태형성장은 시스템의 형태(앞장에서 논의된 바 있다.)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거꾸로 이 시스템의 형태가 형태형성장에 영향을 주어 그 장을 통해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에 나타난다.
5.4 과거의 영향
형태공명은 비에너지적인 것이고 형태형성장은 질량, 에너지 그 어느 유형도 아니다. 그러므로 물체, 입자, 파 등의 운동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러한 법칙에 왜 형태공명이 따라야 하는지 그것에 대한 어떤 아 프리오리한 이유도 있을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이것은 유사한 시스템간의 시간적 공간적 격리도가 증가하더라도 꼭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거리가 1 야드 떨어져 있든 1만 마일 떨어져 있든, 1 시간의 간격이든 1 세기의 간격이든 작용력은 다르지 않다.
형태공명은 시공간적 간격에 의해 약화되지 않는다는 가정은 단순성의 근거에서 잠정적 작업가설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성의 근거에서 형태공명은 과거에서 현재로만 작용하며 앞서 존재했던 형태소만이 현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가정할 것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시스템이 시간을 거슬러서 현재의 시스템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논리적으로는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래의 형태소로부터의 물리적 영향에 대한 설득력있는 경험적 증거가 주어질 때만 이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형태소만이 현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것은 시간의 경과나 공간적 거리에 의해 약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 이 과정을 몇가지 비유를 통해 시각화해 보자. 과거 시스템의 형태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다음에 그것과 유사한 진동의 패턴이 나타날 때 그 시간과 장소에 재진입한다. 또는 과거와 현재의 시스템이 다른 "차원"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는 시-공 터넬을 통해서 후속하는 유사한 시스템에 변하지 않은 형태로 출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공명을 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실험을 통해서 서로를 구분지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모두는 과거 시스템의 형태가 후속하는 유사한 시스템에 재현된다는 데 대해서는 똑같은 귀결을 보여준다.
이 가설의 직접적인 함축은 시스템은 유사한 형태와 진동패턴을 가진 과거의 모든 시스템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설에 의하면 과거 시스템의 영향은 시간적, 공간적 격리에 의해서 감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후속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과거 시스템의 힘은 작용과정에 약화되거나 소멸하기도 한다. 형태공명에 사용되는 잠재적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이 가능성은 5.5절 이하에서 재론할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잠재적 작용력이 이러한 방식으로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모든 과거 시스템의 형태는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에 영향을 줄 것이다.(그림12) 이것은 몇가지 중요한 귀결을 낳는다.
(1) 어떤 형태의 첫째 시스템은 두 번째 시스템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 첫째와 둘째는 다시 세 번째에 영향을 주는 등 이것은 누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시스템의 후속 시스템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계속해서 줄어든다. 그것의 절대적 효과는 줄지 않지만 상대적 효과는 과거의 유사한 시스템의 수가 증대됨에 따라 감소한다.(그림12)
그림 12 후속 시스템에 대한 과거 시스템의 형태공명에 의한 누적적 영향을 보여주는 도식.
(2) 가장 간단한 화학적 형태소라 할지라도 그것의 형태는 다양하다. 아원자 입자는 ㅈ속적인 진동상태에 있고 원자와 분자는 기계적 충돌과 그리고 전자장에 의해 변형되어 진다. 생물학적 형태소는 더욱더 가변적이다. 세포와 유기체가 동일한 유전적 구성을 갖고 동일한 조건하에서 발생한다 하더라도 모든 점에서 똑같을 것 같지는 않다.
형태공명에 의해서 유사한 모든 과거 시스템의 형태들은 후속하는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에 나타난다. 절대적 크기에서의 차이는 조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6.3절 참조) 그 형태들은 세세한 부분들에서는 서로 다를 것이다. 그래서 형태공명에 의해서 중첩된다고 하더라도 서로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결과 과거 시스템의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특징들이 강화되는 말하자면 "자동적 평균화"가 일어난다. 이 "평균" 형태는 형태형성장 내에 명확한 윤곽을 형성하지 못하고 공통성이 적은 변이들의 영향으로 주변이 흐릿하게 흐려진다.
여러 개인들의 사진들을 겹쳐서 만든 "합성 사진"은 이것에 대한 근사한 비유를 제공해 준다. 중첩 효과로 인해 공통적 특성은 강화된다. 개인들간의 차이로 해서 "평균" 사진은 윤곽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그림13, 14)
그림 13 세 자매의 정면 사진과 측면 사진, 그리고 그것의 합성사진. 이 사진은 1세기 전에 사진 합성술을 발명한 프란시스 골튼이 촬영한 것이다.
그림 14 (위) 프란시스 골튼이 만든 영국군 일반 장교와 공병대 장교의 합성사진. (아래) 노르위치의 존 인스 연구소(John Innes Institute, Norwich)의 여성 스탭 30명과 남성 스탭 45명의 합성사진
(3) 과거의 형태의 자동적 평균화는 형태형성장내에 공간적 확률분포 또는 확률구조를 만든다.(4.3절 참조)
형태형성장의 확률구조는 그것의 영향하에 있는 어떤 시스템의 확률상태를 과거의 모든 유사한 시스템의 현실적 상태에 따라서 결정한다. 그 시스템이 취할 가장 개연성있는 형태는 앞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던 형태이다.
(4) 어떤 형태의 역사의 초기단계에서 형태형성장은 비교적 모호하고 개개의 변이들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과거의 시스템들의 누적적인 영향으로 그 장내에서 안정성의 정도가 계속 높아진다. 평균적 유형의 확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미래에 그것이 재현될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해 보자. 처음에 형태형성장의 끌개의 유역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형태공명에 기여하는 시스템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서 유역은 점점 더 깊어진다. 또 다른 비유를 쓰면 반복됨에 따라 바퀴자국이 나고 반복 빈도가 높으면 그만큼 바뀌자국은 더 깊히 패이게 된다.
(5) 어떤 시스템이 후속 시스템에 대한 영향력의 크기는 그것이 존속되어온 시간에 비례한다. 1년 동안 계속 존재해 온 것은 1초 후에 해체될 것 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다. 그래서 자동적 평균화는 영속성있는 과거의 형태 쪽에 편향되어 있다.
(6) 형태형성적 과정의 초기에 형태형성의 배아는, 더 높은 형태소의 일부인 과거의 유사한 시스템과 형태공명을 일으킨다. 이것으로 해서 배아는 더 높은 레벨의 형태형성장과 연결되게 된다.(4.1절) 형태형성 배아를 F로, 시스템이 유도되는 최종 형태를 D-E-F-G-H 로 표기하자. 그림15는 형태형성의 중간 단계를 보여준다. 형태형성의 배아와 중간 단계는 과거의 유사 시스템의 최종 형태와 공명을 일으킬 뿐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형태형성의 유사한 중간 단계인 E-F, D-E-F와도 공명을 일으킨다. 이 각 단계는 형태공명에 의해 안정화되고 그 결과 크레오드가 된다. 형태형성의 특정 경로를 따르는 시스템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크레오드는 더 강화될 것이다. "후성적 풍경"(epigenetic landscape) 모델을 사용하면, 크레오드의 계곡은 그것으로 향하는 발생 경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깊어질 것이다.
5.5 감소된 형태공명의 의미
전절에서의 논의는 어떤 시스템의 형태 영향에서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에 대한 작용력은 유사 시스템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감소하지만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가정에 기초했다. 여기서는 이 영향력이 소멸할 가능성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그림 15 형태형성의 배아 F 로부터 형태소 D-E-F-G-H에 이르는 누적적 형태형성의 단계를 나타낸 도식
이러한 소멸이 일어날 경우 소멸 속도가 아주 빠를 경우에만 탐지될 수 있다. 어떤 시스템의 영향이 단지 후속하는 하나의 시스템과 형태공명에 의해서 확장되는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유사 시스템의 수가 시간과 더불어 증가한다면 그들의 대부분은 과거의 유사 시스템과의 형태공명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그림 16A) 그 결과 이 시스템은 우연과 창조를 받아들이기 쉽게 되어 많은 상이한 형태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 결과 이 시스템의 형태는 아주 가변적으로 된다.
그림 16 과거 시스템으로 부터의 형태공명에 의한 영향력이 소멸하는 예. A는 하나의 후속 시스템에만 형태공명이 전달되는 경우이고, B는 2개의 시스템에 전달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과거의 시스템 두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림 16B에서 보는 것처럼 후속하는 형태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거의 모두가 형태공명에 의해 안정화된다. 형태의 불안정성은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들의 수가 인구 폭발에서처럼 더 급속이 증가할 경우에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각 시스템이 많은 후속 시스템들에 영향을 준다면 형태에 대한 각각의 영향력은 낮아서 실제로 탐색할 수 없을 것이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의 후속하는 유사 시스템에 대한 형태적 영향력은 소멸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정은 잠정적인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경험적 탐구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적어도 경험적 탐구는 형태적 영향력이 급속히 소멸하는가 서서히 -심지어는 제로율로- 소멸하는가를 구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5.6 한 가능한 경험적 테스트
종래의 이론에 따르면 화학적, 생물학적 시스템의 특정 형태는 그 형태가 처음으로 나타나기 전이라도 양자역학, 전자기학, 에너지적 인과작용 등의 원리에 의해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형태형성적 인과작용론에 따르면 특정 형태는 미리 예측할 수 없고 다만 가능한 형태의 범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특정 형태에 대한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은 원리적으로는 종래의 이론을 반박하고 형태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는 실제로는 결정적인 것이 아니다. 단지 근사적 계산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이론의 옹호자는 앞으로 더 정밀한 계산이 행해지면 특정 형태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항상 주장할 수 있다.
다행히도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점에서 종래의 이론과는 다르다. 종래의 이론에 따르면 처음으로 형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나 100번째 또는 10억번째의 원인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원인은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되고 있다. 경험적으로 관찰되는 형태를 영원불멸의 원형의 존재나 초월적인 수학적 진리에 의해서 설명하려는 이론들도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형태형성적 작용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형태는 과거의 유사 시스템들의 형태적 영향력의 누적에 의존한다. 이러한 영향력은 천번째 또는 10번째 보다 10억번째가 더 클 것이다. 이 형태적 인과작용의 누적적 특징이 경험적으로 입증된다면 이 가설은 종래의 이론 및 플라톤, 피타고라스 류의 이론들과는 구분될 것이다.
장구한 기간 동안 존속되어온 형태소 -수소의 경우 수십억년- 에서 그 형태형성장은 너무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 거의 변화를 받지 않는다. 몇 세기 또는 몇 십년 등 최근에 형성된 형태소의 형태형성장 조차도 과거의 많은 시스템들의 영향 을 받지만 그러나 이 영향력이 너무 작아 탐지할 수 없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경우라면 그 누적적 형태적 영향력을 실험적으로 탐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전에는 없었던 새로이 합성된 유기화합물을 생각해 보자. 형태형성론에 따르면 이것의 결정 형태는 미리 예측할 수 없고, 이 형태에 대한 어떠한 형태형성장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결정이 형성되면 이 형태는 형태 공명을 통해서 이후의 결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정화가 빈번히 일어나면 그만큼 이 영향력은 커진다. 그래서 물질은 처음에는 쉽게 결정을 이루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결정화의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형태공명을 통한 형태형성장에 대한 기여의 증대로 결정화는 점점 더 용이하게 일어나게 된다.
사실 아주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하는 화학자는 물질을 결정화하는데 처음에는 아주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물질의 결정은 점점 더 용이하게 일어난다.
물질의 결정화는 일단 결정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은 더 쉽게 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과 결정화의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일반적으로 결정화의 용이성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종래의 이론은 과거의 결정의 파편이 용액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 종자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킬만한 뚜렷한 수단이 없는 경우에는 이것은 현미경적인 먼지 입자로서 대기를 통해서 퍼진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종자에 의한 과포화 용액의 "감염"은 결정화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형태형성적 인과작용론에 따르면 물질의 결정화는 전에 결정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촉진된다. 결정화가 더 자주 일어날수록 결정화는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대기 속에 보이지 않은 종자들의 수의 증대로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이것은 공기를 필터링해서 먼지 입자를 제거하고 모든 가능한 오염원들을 제거함으로써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새로이 합성된 물질에서 그 과포화 용액이 결정이 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이 물질이 결정화되기 전과 후로 나누어서 종자를 배제한 엄격한 표준적 조건 하에서 측정해볼 수 있다. 시간의 단축은 형성적 인과작용론을 지지하는 증거가 된다.
좀 더 복잡한 실험을 통해 특정한 결정의 형태형성장은 과거의 결정의 누적적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이 장의 구조도 최초의 결정이 만들어지기 전 까지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생각해 보자.
새로 합성된 화학물질의 용액을 몇 부분 예컨대 P, Q, R로 나누고 종자들의 상호감염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각각 수백 마일 떨어진 실험실들에 분산시킨다. 그리고 상이한, 새로운 화학물질의 결정 패턴들-가설상 그 결정의 형태는 미정이다- 을 육성하기 위해 각 부분들에 다양한 종류의 결정의 종자들을 의도적으로 뿌린다. 이 결정화는 가능한한 동시에 일어나도록 한다. P, Q, R이 각각 상이한 유형의 결정들을 만들었다고 하자. 이 결정들의 샘플이 분석되고 X선 결정법에 의해 그 구조가 해명된다. 이제 무작위적으로 그 부분들 가운데 하나 예컨대 R을 선택해서 R유형의 결정의 종자들을 이용해서 이 화학물질의 결정들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자.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에 의하면 많은 복사샘플들을 가진 R유형의 결정이 P나 Q와 같은 작은 수의 초기 샘플 보다 후속하는 결정화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P나 Q 유형의 결정 보다 R유형의 결정이 생성될 확률이 더 높다.
처음에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종류의 종자를 사용해서 P나 Q의 결정화의 실험을 시도해 본다. 그리고 종자를 사용하지 않은 결정화도 시도해 본다. 만일 이 모든 경우에 R유형의 결정이 얻어진다면 이 실험결과는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이다. 똑같은 실험을 새로이 합성된 많은 상이한 물질들에 반복해 본다면 이 가설에 대한 보다 확실한 지지증거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P, Q, R에서 단일한 유형의 결정들이 얻어진다면 결정적 답을 얻을 수 없다. 예컨대 어떤 용액에서 결정이 약간 빨리 시작된다면 형태공명에 의해 이 결정의 영향은 같은 유형의 결정을 다른 용액에도 발생시킬 만큼 강력해질지 모른다. 이것은 형성적 인과작용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종류의 결정 밖에 얻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결정이란 고유한 최소-에너지 구조라는 종래의 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 종류의 결정만이 얻어졌다 하더라도 표준 조건하에서 물질이 결정화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두 가설 중 어느 하나의 타당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즉 형성적 인과작용에 의하면 결정의 반복적 생성은 형태공명에 의해 형태형성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정화에 소요되는 시간이 점차 짧아져야 한다. 짧아진다면 형태형성적 인과작용론에, 그대로라면 종래의 이론의 지지증거가 된다.
결정을 사용한 실험은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생물 시스템을 사용한 가능한 실험방법의 사례는 7.4, 7.6, 11.2, 11.4 절들에서 논의될 것이다
6. 형성적 인과작용과 형태형성
6.1 연속적 형태형성
아원자 입자가 뭉쳐서 원자가 된 후 원자는 뭉쳐 분자가 되고 분자는 다시 결정이 되었다. 결정은 온도가 융점 이하에 있는 한 그 형태를 언제까지나 유지한다. 반면 살아있는 유기체의 경우 형태형성적 과정은 성장과 발생의 무한한 반복주기를 통해서 그 형태를 언제까지나 유지한다.
가장 단순한 유기체는 한 개의 세포에서 생긴다. 세포는 분열을 통해서 성장하고 또 성장은 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분열의 크레오드를 위한 형태형성적 배아는 최종적으로 성장한 세포안에 들어있어야 한다. 새로 분열된 세포는 세포의 성장과 발생의 크레오드에서 출발점의 역할을 한다.
다세포 유기체에서 이 주기는 특정한 세포 예컨대 생식세포의 계열에 있는 간세포나 분열조직내의 세포에서만 발생한다. 기타의 세포 사실상 전 조직과 기관들은 다양한 특수한 구조들로 발달하고 형태형성적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세포들은 손상을 입었을 경우 재생할 능력이 있지만, 그럼에도 성장하기를 멈추고 조만간 죽는다. 사실 이 세포들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성장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다세포 유기체의 발생은 일련의 형태형성장의 제어하에서 일련의 단계를 따라 일어난다. 첫 단계에서 배아의 조직은 시원적인 배아의 형태형성장의 제어하에서 발생한다. 그 다음 빠른 것(모자이크식 발생의 경우) 또는 느린 것(조절에 의한 발생의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부위가 2차적 형태형성장의 제어에 의해서 발생한다. 동물에서는 다리, 눈, 귀 등이 그렇고 식물에서는 잎, 꽃잎, 줄기 등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1차 형태형성장에 의해 만들어지는 형태형성은 눈에 뛸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 중요성을 갖는데 여러 다른 위치에 있는 세포들간의 특징적 차이들을 만들어내어 각 기관의 형태형성장의 배아로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 장의 영향을 받아서 발생한 조직에 2차적 장의 배아가 나타난다. 이 장은 전체로서의 기관을 구성하는 구조 -잎속의 엽신(葉身), 탁엽(托葉), 엽병(葉柄) 그리고 눈속의 각막, 수정체, 홍채 등- 의 형태형성을 제어한다. 그리고 그 다음 더 낮은 레벨의 형태형성장이 작동한다. 예컨대 엽신내의 도관(導管)의 분화, 표면의 기공(氣孔)이나 유모세포의 분화에 관여하는 장이다.
이러한 장의 작용은 배아 조직의 여러 부분들에 손상을 입히거나, 어떤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조직을 이식시켰을 때 발생중의 유기체의 조절하는 능력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실험적으로 탐구가 가능하다. 동물의 배아나 식물의 분열조직에서 조직의 발생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 부위들의 작동의 자율성은 증가한다. 즉 원시적인 배아의 발생장이 더 많은 파생적 장으로 대체됨에 따라 전체로서의 시스템은 조절 능력을 상실하지만 그것을 대신해서 국지적 조절 능력이 출현한다.
6.2 형태형성장의 극성(極性)
생물들의 형태소의 대부분은 적어도 한 방향 이상의 극성(polarity)을 갖고 있다. 형태형성장은 극성을 가진 가능적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형태형성적 배아가 그 자체안에 극성을 갖고 있다면 자동적으로 적절한 방향을 잡는다. 그러나 극성이 없다면 먼저 그 배아에 극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조류(藻類) Fucus의 구형의 난세포는 그 안에 극성을 갖고 있지 않다. 이것의 발생은 빛, 화학적 구배, 전류 등을 통해서 주어진 (방향성) 자극에 의해 극성이 생겨난 후에 일어난다. 아무런 자극이 없으면 극성은 우연적 요동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
다세포 유기체의 1차적 극성은 대부분 "봉오리-뿌리", 또는 "머리-꼬리"이고, 그 가운데 많은 것이 "배-등"의 2차 극성을 갖고 있다. 또 그 가운데 어떤 것은 3차 극성으로서 "왼쪽-오른쪽"을 갖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비대칭성을 낳는데 가능적으로는 나선형의 달팽이의 패각처럼 서로에 대한 거울상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좌우 대칭인 유기체에서 왼손과 오른손처럼 양측에 위치한 비대칭 구조는 필연적으로 우선성(右旋性), 좌선성(左旋性)이라는 두 방향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거울상의 형태는 동일한 형태형성장의 작용의 결과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태형성장은 그것과 연관된 형태발생적 배아의 극성을 받아들여 좌선성 또는 우선성으로 결정된다. 이 극성은 형태공명에 의해서 후속하는 시스템에 전달된다.
이러한 해석을 지지하는 잘 알려져 있는 생화학적 사실이 있다. 아미노산과 당 분자는 비대칭적이고 그래서 좌선성, 우선성 2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유기체내의 모든 아미노산은 좌선성이고 , 반면 당 분자의 대부분은 우선성이다. 이 화학적 비대칭성은 단백질의 합성을 촉매하는 효소의 비대칭적 구조로 인한 것이다. 자연계에서아미노산과 당은 대부분 유기체 내부에 존재하며 그 바깥에 있는 것은 있다하더라도 아주 드물다. 그러므로 이 특징적 비대칭적 형태는 형태공명에 의해 분자의 형태형성장에 압도적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것들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경우 좌선성과 우선성의 형태가 반반씩 출현하는데 이것은 형태형성장 자체가 고유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6.3 형태형성장의 크기
특정 원자와 분자의 형태소의 크기는 대략 일정하다. 결정 격자의 형태소도 -이것들이 무한히 반복하면서 여러 크기의 결정체들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렇다. 생물의 형태소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다. 세포, 기관, 특정 유형의 유기체 사이에도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개개의 형태소도 성장과 더불어 자신의 크기를 변화시킨다. 형태공명이 형태는 유사하지만 다른 크기를 가진 과거의 시스템으로부터 발생하거나 특정 형태형성장이 성장 시스템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 형태의 크기는 형태형성장 내에서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형태의 본질적 특성은 구성요소들의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위치와 상대적인 진동율에 의존해야 한다. 간단한 예가 축음기의 디스크의 회전속도를 여러 가지로 다르게 해서 재생할 때의 소리이다. 음의 (절대적인) 높이나 리듬이 변해도 음과 리듬의 상대적 관계는 변하지 않은 채로 있기 때문에 그 연주를 알아 들을 수 있다.
형태형성장의 절대적 크기는 조정될 수 있지만 조정가능한 크기의 범위는 몇가지 물리적 제약을 받는다. 3차원 시스템에서 표면과 체적에서의 변화는 길이의 2제곱, 3제곱으로 각기 달라진다. 이 간단한 사실은, 생물 시스템은 불안정성을 야기하지 않고는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6.4 형태형성기 동안 형태공명에 의한 특이성의 증가
형태공명은 "전부"아니면 "무"의 과정은 아니다. 최대의 공명은 어떤 것이 시스템의 진동수와 일치할 때 일어나지만 이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진동수가 일정 범위안에 일치하면 공명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형태공명도 일정한 범위의 진동수 안에서 조율되며 과거와 현재의 시스템이 가장 유사할 때 특이성이 가장 높은 공명이 일어난다.
형태형성적 배아가 과거에 있었던 수많은 더 높은 레벨의 시스템들의 형태와 형태공명을 일으킬 때 이 형태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확률구조를 발생시킨다. 형태형성의 첫 단계에서, 확률구조에 의해서 주어진 영역내의 특정한 장소에서 구조는 현실화된다. 그 시스템의 발생이 진행됨에 따라 더 분명한 형태를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과거의 시스템들 가운데 자신과 유사한 어떤 시스템과 더 닮게 된다. 이러한 형태로 부터의 형태공명이 더 특이적이고 더 효과적이다. 발생이 더 진행됨에 따라 형태공명의 선택성은 더욱더 증가할 것이다.
수정난에서 유기체의 발생은 이 원리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사례이다. 다른 종,과,목에 속하는 배아들이 배발생의 초기단계에서는 서로 닮아 있다. 발생이 진행되면서 목, 과, 속, 마지막으로 종의 특성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 간을 구분하는 상대적으로 미세한 차이들은 발생의 마지막에 나타난다.
서서히 특이성을 증대시켜가는 형태공명의 과정에서 발생은 과거에 존재한 유기체의 최종적 형태인 그 특정 형태의 궤적을 따라가는 소위 "운하화"의 과정을 따른다. 발생의 세세한 경로는 유전과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즉 특정한 유전적 성질을 가진 유기체의 발생은 같은 유전적 성질을 가진 과거의 개체와 특이적 형태공명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발생시 환경도 영향을 미치는데 발생시의 유기체는 유사한 환경에서 발생한 과거의 유기체의 특이적인 형태적 영향을 받는다.
동일한 유기체의 일부인, 과거의 유사한 형태소는 더 특이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나뭇잎이 나오는 경우 같은 나무의 과거의 나뭇잎의 형태가 형태형성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결과 이 특정 나무의 이 특징적인 나뭇잎의 형태가 고정된다.
6.5 형태의 유지와 안정
형태형성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오면 어떤 시스템의 현실화된 형태는 형태형성장에 의해서 주어진 가능적 형태와 일치하게 된다. 시스템과 장의 지속적 연결은 재생의 경우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최종 시스템에서 일탈한 후 그 복구는 덜 분명하지만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형태소는 형태형성장에 의해 지속적으로 안정된다. 생물 시스템, 그리고 어느 정도 화학 시스템에서 이러한 형태의 유지로 해서 그 구성요소들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형태소의 존속이 가능하다. 형태형성장 그 자체는 과거의 유사 시스템들의 형태의 영향을 받아 존속한다. 영속적인 형태를 가진 시스템에 작용하는 형태공명의 아주 흥미로운 특징은 시스템 그 자체의 과거의 상태도 이 형태공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시스템이 어떤 다른 과거 시스템 보다 자신의 과거의 형태와 닮은 경우 자기-공명은 고도로 특이적이 된다. 사실 이것이 시스템의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일지 모른다.
이제 물질을 더 이상 시간을 통해 지속되는 당구공과 같은 고체 입자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질 시스템은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재창조하는 동력학적 구조이다. 본서의 가설에 의하면 물질 형태의 지속은 형태형성장의 영향하에서 시스템의 현실화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서 온다. 그와 함께 형태형성장은 과거의 유사한 형태로부터 형태공명에 의해 끊임없이 재창조 된다. 가장 유사하고 결과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형태는 바로 직전의 과거에 있는 시스템 자신이다. 이 결론은 아주 심오한 물리적 의의를 갖고 있다. 시스템과 바로 그 직전의 시스템 자신의 공명에 대한 선호는 시스템의 시간적 존속 뿐만 아니라 특정 장소에 있어서의 존속도 설명한다.
6.6 물리적 이원론에 관한 주석
모든 현실적 형태소는 에너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반면 그 구조와 활동의 패턴은 그것에 결부되어 있는 형태형성장에 의존한다. 반면 다른 물질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그 존재와 능력은 그들 내부에 널리 퍼져있는 에너지에 의존한다. 형태와 에너지는 개념적으로는 분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항상 서로 연결되어 있다. 형태없이 에너지만을 가진 어떠한 형태소도 있을 수 없고, 어떠한 물질 형태도 에너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에 의해서 명백해진 형태와 에너지의 물리학적 "이원성"은 양자 역학의 파동-입자의 이원론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에 따르면 원자의 형태형성과 분자, 결정, 세포, 조직, 기관, 유기체 등의 형태형성 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원자내의 전자의 궤도가 입자와 파동, 또는 형태와 에너지의 이중성과 연관된 방식으로 "이원론"을 정의한다면 더 높은 레벨의 형태소의 더 복잡한 형태도 그러할 것이다. 원자를 이원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형태소도 마찬가지다.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과 종래의 이론 간에는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차이가 있다. 형태를 기술하고 있는 방정식 또는 "수학적 구조"가 인과적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지 않는한 종래의 이론은 형태의 생성원인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만일 그렇다면 수학과 현실 세계의 극히 신비적인 이원론이 함축되어 있다.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과거의 시스템의 형태를 그에 후속하는 유사한 형태의 원인으로 봄으로써 이 난점을 해소할 수 있다. 종래의 관점에 따르면 이런 식의 "치료"는 "질병" 자체 보다 더 나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는 물리적 작용의 유형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원격작용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형이상학적 이론이 아니고 물리적으로 테스트될 수 있는 물리적 이론이다.
만일 이 이론이 실험적 증거에 의해 지지된다면 양자장론에 등장하는 여러 물질장들을 형태형성장을 이용해서 해석할 수 있을 뿐 아니고 다른 물리적 장에도 새로운 이해를 가져올 수 있다.
원자의 형태형성장에서 가능적 궤도에 의해 둘러쌓인 "벗은" 원자핵이 전자에 대한 형태형성적 끌개로서 역할을 한다. 핵과 전자 간의 소위 전기적 인력도 원자의 형태형성장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전자의 포획에 의해 원자의 최종적 형태가 현실화되면 원자는 더 이상 형태형성적 끌개가 아니다. 전기적으로 중성이 된다. 따라서 전자장을 원자의 형태형성장에서 도출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강력과 약력을 원자핵과 그것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형태형성장에 의해서 해석하는 것도 결국에는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6.7 형성적 인과작용론의 요약
(1) 물리학에 알려져 있는 에너지적 인과작용의 유형에 부가하여, 그리고 기왕의 물리적 장 이론에 기초한 인과작용에 부가하여 모든 물질적 형태소들(아원자 입자, 원자, 분자, 결정, 의사 결정적 집적체, 세포소기관, 세포, 조직, 기관, 유기체)의 원인으로서 또 다른 유형의 인과작용이 필요하다. 여기서 사용된 의미의 형태는 형태소의 외부 표면의 형태 뿐만 아니라 그것의 내부 구조의 형태도 포함한다. 형성적 인과작용이라고 불리는 이 인과작용은 에너지적 인과작용이 일으킨 변화에 공간적 질서를 부과한다. 이 자체는 에너지적인 것이 아니며 기존의 물리적 장이 일으키는 인과작용으로 환원시킬 수도 없다.(3.3, 3.4절)
(2) 형성적 인과작용은 형태형성장에 의존한다. 모든 형태소는 각자 고유한 형태형성장을 갖는다. 특정 형태소의 형태생성에서 그 특징적 부분 -형태형성 배아라 불리는 것- 의 하나 또는 몇 개가 전체 형태소의 형태형성장에 둘러쌓이게 된다. 이 장은 형태소의 가능적 형태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적절한 구성요소가 영향권 내로 들어와서 적절한 자기 위치를 잡게되면 현실화된다. 형태소의 구성요소들이 적절한 위치에 들어가면 통상 열의 형태로 에너지의 방출이 일어난다. 이것은 열역학적으로 자발적인 과정이다. 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형태소의 구조는 포텐샬 에너지의 최소값 -또는 에너지 우물- 이다. (3.4, 4.1, 5.4, 6.1)
(3) 무기적 형태형성은 대부분 급속히 일어나지만. 생물의 형태형성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일련의 중간 단계를 통과해 간다. 형태형성은 특정한 발생경로를 따라 일어난다. 이러한 운하화된 변화의 경로를 크레오드라고 부른다. 그러나 형태형성이 각기 다른 형태형성의 배아들에서부터 여러 가지 상이한 경로들을 따라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조절과 재생의 경우에 그렇다. 다세포 유기체의 세포의 성장과 분할의 사이클에서, 분화된 구조의 발생에서 일련의 형태형성적 과정이 일련의 형태형성장의 영향하에서 진행된다. (2.4, 4.1, 5.4, 6.1)
(4) 어떤 형태소의 특징적 형태는 과거에 있었던 유사한 시스템의 형태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것이 "형태 공명"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작용한다. 이것은 형태형성장을 넘어서 영향을 미치고 시스템의 3차원 구조와 진동 패턴에 의존한다. 형태공명은 특이성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공명과 비슷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공명이론에 의해서 설명할 수 없고 에너지의 전달도 수반하지 않는다. (5.1, 5.3)
(5) 과거의 모든 시스템은 후속하는 그와 유사한 모든 시스템과 형태공명을 일으킨다. 이 작용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서 감쇠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상대적 영향은 형태공명에 관여하는 유사한 시스템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한다.(5.4, 5.5)
(6)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형태가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어떤 형태가 어떻게 최초로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유니크한 사건은 우연에 의한 것이거나, 물질에 내재한 창조성에 의한 것이거나, 아니면 초월적인 창조자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것이 맞는지는 형이상학적 근거에서만 논의될 수 있을 뿐이며 우리의 가설의 한계 밖에 있다.(5.1)
(7) 형태형성의 과거의 유사한 과정의 중간단계인 형태공명은 후속하는 유사한 형태형성 과정을 동일한 크레오드로 운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5.4)
(8) 특징적인 극성을 가진 과거 시스템에서 온 형태공명은 후속 시스템의 형태형성 배아가 적절한 극성을 가진 후에야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셋 방향 모두에서 비대칭적이고, 우선성 또는 나선성인 시스템이 그에 후속하는 유사한 시스템에 형태공명을 통해 주는 영향은 좌, 우의 구분이 없다.
(9) 형태형성장의 절대적 크기는 조정가능하고, 일정한 범위내에서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그들의 절대적 크기가 다르다 하더라도 과거의 시스템은 형태공명에 의해서 유사한 형태의 후속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10) 크기는 조정된다 하더라도, 형태공명에 의해 후속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많은 과거 시스템의 형태는 유사할 뿐 똑같지는 않다. 그러므로 이 형태들이 형태형성장 내에 완전히 중첩되는 것은 아니다. 형태형성에 보다 자주 나타나는 형태가 큰 역할을 하고 드물게 나타나는 형태는 작은 역할을 한다. 형태형성장은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과거의 유사한 형태들의 통계적 분포에 의존하는 확률구조로 표시된다. 이러한 확률구조의 한 사례가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에 의해서 기술되는 전자궤도의 확률분포이다. 형태소의 형태형성장이 가진 확률구조도 레벨이 보다 높은 것일 뿐 전자궤도의 확률분포와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4.3, 5.4)
(11) 형태소의 형태형성장은 그 구성요소인 형태형성장에 작용함으로써 형태형성에 영향을 행사한다. 그래서 조직의 장은 세포의 장에 영향을 주고, 세포의 장은 세포소기관에, 세포소기관은 결정에, 결정은 분자에, 분자는 원자에, 원자는...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높은 레벨의 확률구조가 낮은 레벨의 확률구조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며 본질적으로 확률적인 것이다.(4.3, 4.4)
(12) 일단 형태소의 최종 형태가 현실화되면 과거의 유사한 형태로 부터의 형태공명의 지속적 작용이 이 최종 형태를 안정화시키고 존속시킨다. 만일 이 형태가 존속하면 그 자신의 과거의 형태로 부터의 기여가 이 형태공명에 부가되어진다. 어떤 시스템이 다른 어떤 시스템 보다 자신의 과거의 시스템과 세밀하게 닮는 한 이 형태공명은 고도로 특이적이 되고 이것은 시스템의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6.4, 6.5)
(13) 형성적 인과작용의 가설은 실험적으로 테스트될 수 있다.(5.6)
7. 형태의 유전
8. 생물의 형태의 진화
9. 운동과 운동장
10. 본능과 학습
11. 유전과 행동의 진화
12. 4개의 가능한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