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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철학

세포자동자를 이용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공간의 탐색(2002.8)

 세포자동자 보충자료

 

세포자동자를 이용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공간의 탐색

 

 

 

1. 논리공간의 모형

 

좋은 모델은 난해한 사태를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다. 모델은 사태 자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사태의 모두를 낱낱이 반영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유용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사태의 중요한 측면들은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 좋은 모델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복잡한 사태들에서 항상 나타나는 "탐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고 있어야 하고 알기 위해서는 탐색해 봐야 하는" 해석학적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직관성으로 해서 선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모델은 사태의 더 깊은 이해에 들어갈 때 반드시 버려야할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것은 사다리다. "사다리를 끝까지 올라간 후에는 그 사다리를 버려야 한다."(6.54)

필자는 이 글에서 비트겐슈타인(L.Wittgenstein)이 『논리철학 논고』1)(Tractatus Logico-Philosophicus,1922; 이하 『논고』로 약칭)에서 개진하고 있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모델로서 "세포자동자"(cellular automata)를 소개하고자 한다. 『논고』의 세계는 대상, 사태, 사실, 상태, 논리공간, 세계 가 정교하게 짜여져 직조된 우주이다. 그 우주의 정신은 "논리주의"이다. 이런 면에서 세포자동자의 우주도 『논고』의 우주와 유사하다. 여기서 셀(cell)의 수는 사태에, 배열의 수는 상태에, 규칙공간은 논리공간에 대응한다. 셀의 on, off의 결정은 사실에 초기배열과 규칙에 의해서 생성된 세계는 규칙공간의 일부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논고』에서 논리공간의 현실화로서 세계에 대응한다.

대상, 사태, 사실,.. 등 『논고』에 등장하는 여러 개념들은 난해하기 짝이 없고 따라서 학자들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들이 있어 왔다. 『논고』의 우주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개념들에 대한 일차적 정리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음절에서 예비단계로서 이 개념적 정리 작업을 행한 다음 본격적인 모델 구성에 들어가기로 한다.

 

2. 『논고』의 기본개념들

 

2.1 사태와 사실(Sachverhalt, Tatsache)

"사태事態"와 "사실事實"의 구분은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럿셀은 『논고』의 서문에서 "세계에서의 복합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실"과 합성되지 않은 "사실"을 비트겐슈타인은 Sachverhalt 라고 부르고, 둘 이상의 "사실들"로 구성된 것을 Tatsache라고 부른다. 예컨대 "소크라테스는 현명하다."는 것은 Tatsache인 동시에 Sachverhalt이지만 "소크라테스는 현명하며, 플라톤은 그의 제자다."는 것은 Tatsache이지만 Sachverhalt는 아니다."고 하여 양자를 구분하고 있다.2) 예컨대 그의 견해를 따르자면 모든 "사실"중에서 복합적이 아닌 단순한 것을 "사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취지에 따라 오그덴(C.K.Ogden)은 사태를 의미하는 독일어 Sachverhalt를 원자사실 즉 atomic fact로 번역하고 있다.3)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논고』의 주장과 모순되는 것으로 비트겐슈타인에 의해서 거부되었다. 사태는 존립存立(existence)하는 것이든지, 비존립非存立(non-existence)하는 것이다. 정正의 사실(a positive fact)은 사태의 존립이고 부負의 사실(a negative fact)은  사태의 비존립이다. 그러나 럿셀의 견해를 따르면 사태의 비존립은 사태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태와 사실은 어떻게 다른가? "사태의 존립=정의 사실", "사태의 비존립=부의 사실"을 의미한다고 한다면 사태와 사실이 사실상 동의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대상이 주어지면 그것에 의해서 모든 가능적인 사태도 또한 주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가능적"(possible)이라는 것을 이텔릭체로서 강조하고 있다. 사태란 하나의 가능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존립, 비존립 어느 것으로 될 것이지만 그러나 현실적으로 결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것에 대해서 사실은 현실적으로 정이든, 부이든 어느 것이다. 따라서 정의 사실이란 어떤 가능적 사태의 현실적 존립이고, 부의 사실이란 어떤 가능적 사태의 현실적 비존립이다.

 

2.2 상태와 사태(Sachlage, Sachverhalt)

상태常態도 여러 가지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어떤 경우는 "사태"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2.012, 2.0121,...) 어떤 경우는 "사실"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2.11, 2) 이처럼 다양한 의미로 쓰임으로 혼란을 더해주고 있지만 "상태"가 명제와 관련해서 "진리가능성"(truth-possibilities)에 대응한다는 의미를 검토해 보면 좀 더 명백해진다. "요소명제들의 진리가능성은 사태들의 존립, 비존립의 가능성을 의미한다."(3.5) 이 가능성들 하나하나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사태  S1, S2가 있다면 그것의 존립, 비존립에 의해서 +S1, -S1, +S2, -S2의 사실들이 성립하고 이 사실들의 가능한 조합으로서 (+S1,+S2), (+S1,-S2), (-S1,+S2), (-S1,-S2) 의 넷 경우가 성립한다. 이 각각이 상태에 해당하며 그렇다면 상태는 진리표에서 진리가능성에 정확히 대응한다.

 

2.3 세계와 논리공간(Welt, der logische Raum)

『논고』에서 세계란 개념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 두가지로 쓰이고 있다. 즉 존립하는 사태의 총체를 의미하는 경우와 존립, 비존립의 총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있다. 논리공간은 명제 2.19(논리적 그림은 세계를 그릴 수 있다), 2.201(그림은 사태의 존립, 비존립의 가능성을 서술함에 의해서 세계를 그린다)을 비교해 볼 때 넓은 의미의 세계개념과 일치한다.

논리공간은 가능적 세계이다. 그 가운데 일부의 가능적 상태가 현실화되어 경험적 세계(존립하는 사태의  총체)가 된다.

 

2.4. 모델구성

세 개의 사태로 된 모델을 구성해 보자.4)

 

(1) 사태 S1, S2, S3

이것은 존립이든지 비존립이며 이것이 결정되어 나타날 때 정, 부의 사실이 된다.

 

(2) 사실 (+S1, -S1), (+S2, -S2), (+S3, -S3)

사실을 조합해서 만든 것이 상태이다.

 

(3) 상태

M1=(+S1, +S2, +S3), M2=(+S1, +S2, -S3), M3=(+S1, -S2, +S3), M4=(+S1, -S2, -S3)

M5=(-S1, +S2, +S3), M6=(-S1, +S2, -S3), M7=(-S1, -S2, +S3), M8=(-S1, -S2, -S3)  

8개의 상태가 가능하며  이 상태들의 총체를 논리공간이라 한다.

 

(4) 논리공간 {M1, M2, M3 ………M8}

가능적 세계로서의 논리공간은 순수히 구문론적으로 결정적인 것이며 그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논리 가운데 우연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이 사태 가운데 나타난다고 한다면, 그 사태의 가능성은 물속에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2.012)

야구의 룰은 야구의 논리공간이다. 야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들은 적어도 "원론적으로는" 이 룰 속에 선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룰을 이해한다고 해서 야구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이 논고의 우주는 말하자면 야구의 규정집과 같다. 야구라는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야구를 실제 해 보아야 하듯이 논고의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우주를 실제 작동시켜 보아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철학의 그 우주를 " 단어의 의미는 그 언어에 있어서 용법"이라는 후기 철학의 방법론을 통해서 이해해 보려는 시도라고도 하겠다.

 

이제 소개할 세포자동자는 이 논고의 우주에 대한 장난감 모형이기는 하지만 실제 작동시켜 볼 수 있다. 물론 작동은 구체적 장 속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논고』와는 달리 몇가지 우유적 요소들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이 우주에는 행위자(셀)가 있고 그 행위자의 삶과 죽음(on셀과 off셀)을 결정하는 규정들(규칙공간)이 있다. 셀의 수(n), 삶과 죽음의 조건들을 여러 가지로 바꿔봄으로써 이 우주가 갖는 보편적 특징들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세포자동자 속의 셀들은 이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던져진 탐색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우주는 거대한 세포자동자이고  우리는 신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던진 탐색기와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실존의 문제이지만 신에게는 인식의 문제인가?

 

3. 세포자동자

 

세포자동자는 격자상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격자구조는 1차원, 2차원 또는 3차원 구조도 가능하지만 모델을 단순화하기 위해서 1차원 구조를 생각해 보자. 이 세계는 셀이 가로로 길게 이어져 있는 테이프처럼 보일 것이다. 이 셀은 on, off의 두가지 내부 상태를 갖는다고 하자(s=2). 다음 시간에 따른 이행규칙을 지정해주자. 각 셀의 다음 시간에서의 상태는 자신과 이웃셀들의 상태에 의해서 결정된다. 간단한 경우는 자신과 좌,우의 인근 셀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다(n=3). 시간에 따른 이행은 평면상의 세로축에 표시된다. 다음은 s=2, n=3로 조정된 1차원 세포자동자이다.

 

다음을 클릭하면 아래의 세포자동자 애플릿  CAOS가 구동된다.

 

 

 

그림 1  s=2, n=3

 

CAOS 의 원본이 있는곳.

http://tilde-schaller.home.cern.ch/~schaller/complex/CA1d/CA1d.html

 

상단에 site에 3이 적혀 있다. 이것은 자신을 포함한 인근 두 셀에 의해서 다음 세대의 자신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측에 규칙표가 나와 있다. 001, 010, 011, 100 등 4곳이 체크되어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 001은 자신(중앙셀)이 off셀이고 이웃의 좌측 셀이 off, 우측셀이 on 이면 다음 세대에 on셀로 된다는 규칙이다. 다음 010은 자신이 on셀이고 좌우셀이 off셀이면 다음 세대에 on셀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음 011은 ……"

이 소프트웨어는 특이하게 아래에서 위로 진행한다. 제일 하단의 첫줄이 초기배열이다. 초기배열에 줄수 있는 옵션은 두가지가 있는데 상단 우측에 Init가 그것을 지정하는 박스이다. 이것은 seed, random의 두 옵션이 있다. random을 선택하면 하단 첫줄에 on 셀(격자로 된 셀 가운데 밝은 셀이 on셀이다.)이 몇 개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seed가 선택되었다. 그러면 하단 첫줄의 중앙에 on셀이 하나 생성된다. start를 클릭하면 이 규칙들을 받아들인 초기배열의 시간적 이행과정이 밑에서 위로 쭉 전개된다. 세대1에서 하나의 on셀이 세대2에서 3개의 on셀로 바뀌었다.

 

 

우선 규칙표에서 000은 다음 세대에서 0이다. 이 배열은 다음세대에 그대로 0일 것이다. 하단에 음영이 들어간 셀들부터 세대2에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음영이 들어간 셀 가운데 좌측 첫 셀은 자신이 0이고 좌우가 0,1 이어서 001이다, 규칙표에 보면 이 경우 다음 세대에 1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에 1로 바뀌었다. 다음 셀은 010이고 다음 세대는 1이다. 그래서 1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다음 셀은 100이고 규칙표에 따라 다음 세대는 1이다. 다음은 000이고 규칙표에 따라 0이다.... 결과적으로 세대2에서 on 셀이 3개 생성되었다. 이 세대2의 배열에 다시 규칙을 적용하면 세대3의 배열이 나온다. 이 그림은 이 규칙하에서 23세대 까지의 이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단의 Size에서 그것을 1로 하면 셀의 사이즈가 줄어들어 최대 382세대 까지의 이행을 한 화면에 볼 수 있다. 이행의 과정을 연속적으로 추적하고 싶으면 상단의 Flow 박스에서 scroll을 선택하면 된다.

이 세포자동자와 앞서 2.4에서 구성한 『논고』의 모델과의 유사성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논고』의 "사태"는 여기서 Site에 해당한다. 둘다 지금 3에 고정되어 있다. 사태의 수가 셋일 때 상태의 수는 8이었다.(2^3 ; ^을 거듭제곱의 기호로 사용했다. 2^3은 23을 의미한다) 이것은 세포자동자의 상태공간 즉 000, 001 … 111 에 대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각 상태공간의 좌측에 체크할 수 있는 박스가 있다.(체크되어 있으면 그 배열은 다음 세대에서 on, 그렇지 않으면 off이다.) 8개의 각 칸을 체크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상태공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규칙의 수는 2^8 즉 256개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웃의 수가 n개이면 가능한 규칙들의 수는 2^(2^n)이다. 마찬가지로 『논고』에서 진리함수의 수는 "2^(2^(요소명제의 수))"이다.(4.27, 4.42) 논리공간 속에는 이 256개가 들어 있으며 이 가운데 어떤 것이 현실화 되었을 때 그것을 세계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256개의 세계를 모두 탐색한다면 우리는 전 논리공간을 탐색하는 것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세포자동자 소프트웨어는 비트겐슈타인의 세계를 컴퓨터 속에 옮겨 놓은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이 추상적으로 규정했던 그 세계를 이제 우리는 그 곳으로 들어가 그 구체적 지형을 탐색할 수 있게 되었다.

비트겐슈타인도 이 지형을 탐색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논고』에서 "사태"의 수 2인 최소 크기의 지형의 전 논리공간을 탐색하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세계의 수는 2^(2^2) 즉 16개이다. 명제측에서 여기에 대응하는 것이 진리함수인데 『논고』에서 이 16개의 진리함수를 보이고 있다(5.101) 이것을 세포자동자로 시연해 보려면 Sites를 2로 놓으면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사태의 수 3(n=3)은 지나치게 작은 논리공간이다. 이 n의 수를 늘림으로써 좀 더 실재에 근사한 모형을 만들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이 매거규칙general rules5)을 사용할 경우 사태의 수 7(n=7)까지를 허용한다.(총괄규칙totalistic rules을 사용하면 n=16 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이것의 크기는 얼마일까? n=3의 논리공간이 256개의 세계로 되어 있는데 대해 이것은 2^(2^7)으로 2^128=3.4028×1038개의 세계로 되어 있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를 보기위해서 Site에서 7을 선택한 다음 start를 클릭해보자.  

 

그림 2 s=2, n=7

 

우측에 규칙표가 나와있다. 규칙은 첫줄 좌측에서 시작해서 읽어가면 0000000, 0000001, … 0000111에서 다시 둘째줄로 가서 0001000, 0001001 … 이런 방식으로 마지막 규칙이 1111111로 모두 8×16=128개의 규칙들로 되어 있고 이 각각이 on 또는 off의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세계의 수는 2^128=3.4028×1038이 된다. 지금 우리는 3.4028×1038의 광대한 논리공간 가운데 한자락을 모니터상에서 보고 있다. 좌측 상단의 Flow에서 scroll을 선택하면 이 세계의 역사가 아래에서 위로 진행된다. 우측 상단의 iteration은 경과한 세대의 수를 나타낸다. 또 다른 세계를 보고 싶을 때는 규칙표의 선택박스에 체크된 것을 마우스를 사용해서 바꿔보면 된다.

 

4. 논리공간의 탐색

 

세포자동자의 논리공간을 탐색해 보면 어떤 경우에는 아주 규칙적인 패턴이 또 어떤 경우는 아주 혼돈적인 패턴이 나타나고 가끔은 마치 옷감에 무늬를 직조하듯이 정교하게 짜여진 패턴들이 나타나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논리공간도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라 곳에 따라 지형이 다를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찾아 분류해서 지형도를 그려 볼 수는 없을까?

본격적으로 이 논리공간을 탐색하고 그 지형도를 그려본 사람은 울프람(S.Wolfram)이다. 그는 셀의 수 3(사태의 수3)인 1차원 세포자동자를 탐사했다. 그는 이 256개의 세계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유형Ⅰ  모든 것은 죽는다.(또는 산다)

유형Ⅱ  on 셀의 패턴이 몇세대 후에 똑같이 반복된다.

유형Ⅲ  on 셀의 패턴이 혼돈적 양상으로 성장한다.

유형Ⅳ  on 셀의 패턴은 성장하다가 복잡한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일정한 형태의 "움직이는" 패턴을 만들어 낸다. 유형Ⅳ가 가장 흥미로운 것인데 이것은 아주 드물다.

 

이것을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직접 조사해 볼 수도 있다. 체계적 조사를 위해서 256개의 규칙공간(논리공간)을 체계적으로 배열해야 한다. 그 배열은 아래와 같다.

 

0)   0 0 0 0 0 0 0 0

1)   0 0 0 0 0 0 0 1

2)   0 0 0 0 0 0 1 0

3)       .

.        .

.        .

253) 1 1 1 1 1 1 0 1

254) 1 1 1 1 1 1 1 0

255) 1 1 1 1 1 1 1 1     

 

그림1의 우측의 규칙표를 밑에서 위로 읽되 빈칸은 0, ν로 체크되어 있는 곳은 1로 읽으면 된다. 그림1은 00011110으로 규칙 30번에 해당한다.(우측의 dec를 클릭하면 30이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규칙0은 00000000으로 우측 규칙표의 빈칸이 하나도 체크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제일 윗 줄을 체크하면 00000001 이 되어 규칙1이된다. 전부 다 체크하면 11111111으로 규칙 255이다.

이 울프람의 작업은 시사적이기는 하나 이런 방법은 n이 극히 작은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다. 이 형편없이 작은 논리공간에서 얻어진 울프람의 지형도를 믿을 수 있겠는가? 좀더 신뢰성 있는 지형도를 얻기 위해서는 더 넓은 논리공간을 가진 세포자동자의 탐색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논리공간을 조금만 확장시켜도 이 울프람의 방법은 금방 써먹을 수 없게 된다. 앞서  n=7의 경우를 보자. 초당 100개의 규칙을 검토할 능력이 있는 컴퓨터가 있다고 하고 이것이 우주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의 기간 동안(150억년) 이 공간을 탐색하고 있다고 하자. 그래봤자 탐색된 세계는 전 논리공간의 1/3.8×1020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광대한 논리공간의 경우 수맥을 찾아 아무 곳이나 찔러보는 한심한 방법 밖에 없단 말인가? 1980년대 중엽에 랭턴(C.Langton)은 이 터무니없이 거대한 규칙공간을 여행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이 변수는 랭턴의 λ(람다)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λ  = 생세포를 산출하는 배열의 수/배열의 총수

 

랭턴은 이 λ값을 매개변수로 해서 n=5의 세포자동자를 연구했다. 다음 규칙의  λ값을 계산해 보자.

 

       

그림 3  유형2의 얼어붙은 1차원 세포자동자

 

s=2(셀의 내부상태, 여기서는 on, off의 두 상태만을 허용함으로 s=2 이다), n=5인 경우 배열의 총수는 25=32이다. 이 중 위의 10개의 배열만이 중앙세포를 다음 세대에 on이 되게 하므로 λ=10/32 인데 이것을 실행시켜 보면 울프람의 유형2의 패턴을 보여준다.(그림3) 여기에다 01000, 00010의 배열을 추가하면 λ=12/32로 유형 4가 된다.(그림4) 또 이것에 10010, 01001의 배열을 더 추가하면 λ=14/32로 유형3이 된다.(그림5)

 

그림 4 구조를 내포한 유형4의 1차원 세포자동자.

 

 그림5 혼돈적인 유형3의 1차원 세포자동자.

 

 랭턴은 λ값을 변화시켜 가면서 규칙의 변화에 따르는 세포자동자의 거동을 검토했다. 규칙공간을 관통하면서 세포자동자는 다음 단계를 통과해 간다.

 

 고정점 → 주기 → "복잡성" → 혼돈

 

이것은 울프람의 분류법과 대응한다.

 

Ⅰ → Ⅱ → Ⅳ →  Ⅲ

 

규칙공간의 λ값에 따라 그것이 어떤 유형인지를 결정된다. 그러나 논리공간이 달라지면 그와 함께 각 유형을 결정하는 λ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인 값이 없다. 이 값은 각 논리공간에 따라 실험적으로 결정해야한다.

그러나 λ의 최저값(고정점)과 최고값(혼돈)은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이 값사이에 주기와 복잡성이 있다) 이것은 최저값  λ=0에서 최고값 1-(1/s) 사이에 있다.6) 여기서 s는 상태의 수이다. 상태란 셀의 내부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지금껏 다루어온 것은 on, off  두 상태만을 갖기 때문에 s=2 이다. 이 경우 세포자동자의  λ값은 0과 0.5사이에 있어 0일 경우는 얼어붙은 질서를 보여주고 0.5일 경우는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지 않는 극단적 혼돈상태를 보여줄 것이다. s=3인 경우는  λ는 0과 0.666사이에 있다.

사실 우리가 앞서 다룬 n=5는 랭턴의 세포자동자는 아니다. 이것은 s=2인 경우이고 랭턴은 훨씬 더 복잡한 s=4 의 경우를 다루었다.(s=2의 경우 논리공간의 크기는  2^(2^5) =2^32이지만 s=4의 경우 4^(4^5)으로 무려 2^2048이다.) n의 수는 같지만 우리의 세포자동자의  λ값은 0과 0.5 사이에 있고 랭턴의 세포자동자는 0과 0.75사이에 있다. 이 후자가 복잡한 만큼 훨씬 더 다양한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랭턴은  λ값을 0에서 0.75까지 변화시켜 가면서 규칙의 변화에 따르는 세포자동자의 거동을 검토했다.  λ=0은 물론 그대로 소멸해 버린다.  λ=0.05에서 고정점(fixed Point)이 나타나는데  λ값이 올라감에 따라 고정점에 도달하는 시간-표류기(transient)-이 점점 길어진다.  λ=0.25에서 "주기구조"(peroodic structure)가 나타난다. 계속  λ값을 올리면 표류기와 주기가 눈에 띄게 길어지면서  λ=0.4에 이르면 60세대의 표류기에 40세대의 장주기 구조가 나타난다.

의미심장한 변화는  λ=0.45에서 0.5사이에서 일어난다. 표류기가 점점 증대되면서 어떤 형태가 주기적 거동에 정착할지 아니면 계속 표류할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주기거동으로 확인된 것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올지도 확실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3회 순환 후에 되돌아오는 것도 있고, 아예 되돌아오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그렇다고 출발점으로 결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완전한 혼돈상태는 아니다. 그것은 주기적 질서와 혼돈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상에 있다. 이 단계를 넘어  λ=0.55에 이르면 주기적 거동은 붕괴된다.  λ값과 함께 길어지던 표류기도 이 단계에 오면 역전되어 다시 짧아지기 시작한다.  λ값의 증대에 따라 혼돈적 거동은 더욱더 커지고 표류기는 계속 줄어든다.  λ=0.75에 이르면 표류기 없이 바로 혼돈상태로 돌입한다.7)  

그러나 이 변화는 유감스럽게도 이 소프트웨어에서 실행해 볼 수 없는데 s값이 2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mcell을 사용해서 시도해 보기 바란다.8)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여 세포자동자의 규칙공간(비트겐슈타인의 논리공간)의 지형도를 대략 그려볼 수 있다.(그림6)

 

 그림6 (a)전형적인 세포자동자의 규칙공간의 도식적 그림. 랭턴의 매개변수 λ가 각 규칙들과 연관되어 있다. λ가 증가함에 따라 세포자동자의 긴 주기의 행태는 '고정점'에서 '혼돈'으로 바뀐다. '복잡성'의 행태는 주기영역과 혼돈영역 사이의 경계에 자리잡은 섬 처럼 보인다. 이것을 (b)태극도(太極圖)와 비교해 보라.

 

5. 논리공간의 지형도

 

랭턴은 세포자동자의 규칙공간(논리공간)에 대한 광범한 탐색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만들었다.(그림7)

 

 

그림7 세포자동자의 규칙공간에서의 복잡성과  λ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도식적 그림.이것은 또한  울프람의 분류와 위상전이 구조간의 관게도 보여주고 있다.

 

x축에서 우측으로 이행해갈수록 즉  λ값이 커질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진다. 그와 함께 복잡성이 증가해간다. 그런데  λ값이 어떤 임계값에 이르면 그 이후로는  λ값이 커짐에 따라 오히려 복잡성이 감소한다. 이것은 임계값을 넘어서면 변화의 속도가 오히려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우측의 경사면을 내려옴에 따라 국지적인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전체 시스템이 요동치고 변화한다. 그러면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데 왜 복잡성이 오히려 감소한다고 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척도다. 그렇다면 엔트로피 0의 상태는 완전한 질서의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엔트로피 최대상태와 엔트로피 최저 상태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전자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고 후자에서는 모든 것이 같다. 모든 것이 다르다면 그것이 어떤 차이를 갖는 것일까? 엔트로피 최대의 상태의 계는 어디를 잘라 보아도 다른 부분과 다르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동질성의 기반 위에서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영역Ⅲ)은 역설적이지만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영역Ⅰ)는 것이다. 반면 엔트로피 최저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 똑같은 형태로 무한히 반복되고 있는 격자구조(고정점, 주기)를 상상해 보자. 그것은 높은 질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때문에 어디를 보더라도 동일하다.

절대적 무질서는 절대적 질서와 동일한 것이며 이 둘의 차이는 외양상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둘은 반대양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둘과 반대개념은 "복잡성"(complexity)이다(영역Ⅳ). 이것은 동일성 속의 이질성이고 이질성 속의 동일성이다. 무질서는 통계적 법칙으로 질서는 인과적 법칙으로 요약할 수 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단순"하다. 그러나  복잡성은 법칙으로 압축시킬 수 없는 차별성과 다양성을 갖고 있다. 생명이 기초하고 있는 것은 무질서의 영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질서의 영역도 아니다. 그것은 복잡성의 영역 속에 있다.

세포자동자는 논리공간에 대한 장난감 모형이다. 이것은 무늬의 끊임없는 생성속에 자신을 표현한다. 지나치게 규칙적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일정한 형태가 없는 혼돈적인 것도 아닌 그러면서도 잘 짜여진 패턴의 무늬를 모니터 속에서 보았다면 여러분은 이 장난감 우주 속에서 복잡성의 질서를 흘낏 본 것이다.

 

 

 

1) L.Wittgenstein,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trans.C.K.Ogden(Humanities Press,1951) 본문의 괄호안의 숫자는 『논고』의 명제번호.

2) 같은 책, 9면

3) 반면 McGuinnes은 이것을 그후의 여러 논의들을 반영하여 이것을 "state of affairs"로 번역하고 여기에 괄호를 치고 a state of things를 넣어 부연 설명하고 있다.

 L.Wittgenstein,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trans., McGuinnes(RKP,1971)

4) 모델구성에 대해서는 未木剛博,『論理哲學論考 硏究』(公論社,1976)을 참조했다. 91-93면.

5) 매거규칙(general rule)모든 가능한 배열의 수를 나열하고 그 각 배열에 대한 on, off의 여부를 일일이 지정해준다.  예컨대 "001과 100의 배열의 경우 중앙셀은 다음 세대에서 1(on)이다." 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 두 이웃 셀 중 하나가 1(on)이라면 중앙셀은 다음 세대에서 1(on)이다."고 말해도 상관없다. 이것이 총괄규칙( totalistic rule)이다. 매거규칙은 좌우의 차이까지도 고려하는데 대해 총괄규칙은 그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가 더 섬세한 규칙이다. 그러나 또 그만큼 총괄규칙은 그 규정이 간단하다. CAOS에서 매거규칙은 n=7 까지만 허용되지만 총괄규칙의 경우는 무려 n=16 까지를 허용한다. CAOS에서 규칙의 선택은 프로그램 상단의 Rule 박스에서 할 수 있다. 규칙들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세포자동자 mcell의 사용법 참조

6) C.G.Langton, "Life at the edge of chaos"; Langton(ed), Artificial Life Ⅱ(Addison-Wesley,1991), p.43

7) 같은 글, 55-56면

8) mcell은 다음 주소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http://www.mirwoj.opus.chelm.pl/ca/index.html

mcell의 사용법은 잡기장 "세포자동자 mcell의 사용법" 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