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내가 죽을 때에는 가진 것이 없을 것이므로 무엇을 누구에게 전한다는 번거로운 일도 없을 것 이다. 본래무일물은 우리들 사문의 소유관념이니까. 그래도 혹시 평생에 즐겨 읽던 동화책이 내 머리맡에 몇 권 남는다면, 아침 저녁으로 "신문이오"하고 나를 찾아주는 그 꼬마에게 주고 싶다. 장례식이나 제사 같은 것은 아예 소용없는 일. 요즘은 중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한술 더 떠 거 창한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그토록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이 만약 내 이름으로 행해진다 면 나를 위로하기는커녕 몹시 화나게 할 것이다. 평소의 식탁처럼 간단명료한 것을 즐기는 성미 니까. 내게 무덤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 차가운 빗돌 대신 어느 여름날 아침부터 좋아하게 된 양 귀비꽃이나 모란을 심어 달라 하겠지만, 무덤도 없을 테니 .. 더보기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1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