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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철학

소아 알러지와 문명의 질병(2005.2)

 

 

소아알러지와 문명의 질병

 

 

1. 면역 시스템

 

2003년 6월 10일자 KBS에서 방영한 "아토피와의 전쟁"은 과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소아 알러지 질환이 지난 10년 사이 10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2001년 국민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4세미만 유아들의 만성질환 1위가 아토피 피부염이며 최근엔 신생아의 60-70%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라면서 천식과 비염으로 진행되어 간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원인으로 독성물질의 증가라든지 밀폐된 구조의 아파트 생활로 인한 집먼지 진드기의 증식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지적되었다. 알러지라는 것이 항원에 대한 일종의 과민반응이라는 점에서 볼 때 알러지 질환의 폭증에 대한 주요한 원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결핵균이 있다고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이 아니듯이 이런 물질들이 곧 알러지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말하자면 필요조건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필요조건은 외부에서 오지만 충분조건은 우리 몸에서 온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면역시스템에 대한 간략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림 1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방식의 차이

 그림1을 보자. 우리의 면역은 Th1면역과 Th2면역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기원론적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다른 습성에 대한 다른 대응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테리아의 활동무대는 주로 세포 바깥인데 대해 바이러스의 활동무대는 세포내부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감염된 세포 자체를 파괴할 수 밖에 없는데 세포 파괴에 관여하는 것이  Th1면역이고 이 면역의 담당자가 세포(T-세포 등)라는 점에서 세포성 면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박테리아는 세포 바깥에 있으므로 박테리아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이것이 Th2면역인데 이것은 주로 항체(면역 글로블린)에 의해서 행해지며 항체는 단백질이지 세포가 아니므로 체액성 면역이라고 불린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것은 이 Th2면역이다.

 

그림 2 Th1과 Th2 (http://antibody.co.kr)

그림2를 보면 "신생아 Th2면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임신하게 되면 모체는 Th1면역을 억제하고 Th2면역 위주로 신체방어 시스템을 재조정한다. 면역이란 비자기를 인지하고 공격하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Th1이든 Th2이든 차이점이 없지만 Th1의 경우 그 공격대상이 세포라는 점 문제이다. 산모의 몸속에 들어온 태아도 어떤 면에서 비자기이고 타자이다. 모체의 면역계는 그것을 인지하고 공격을 개시할 것인데 Th2의 경우 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므로 태아에게 무해하지만 Th1의 경우 태아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태아를 살리기위해서는 Th1의 억제가 불가피하게 된다. 만일 임신 후 Th2로 전환에 실패하면 태아가 거부되거나 산모가 자간전증(preeclampsia)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이식과 다름없는 태아는 Th1면역반응에 의해 거부된다. 그러므로 체내임신(태생)을 성공하려면 거부반응에 관여하지 않는 Th2면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 Th2는 알러지를 야기하는 면역반응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포유동물의 경우 소아 알러지의 위험은 숙명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가? 태아를 균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이중 노출이 필요한데 하나는 우리 몸에 익숙한 균 -상주균-에 노출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균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육아습성은 이것을 차단시킴으로써 알러지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전자에 해당되는 것이 지나치게 위생적인 육아 방식이고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 지나친 예방접종의 문화이다.

 

2. 위생과 알러지

 

소아 알러지와 생활 환경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에서,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서의 발병 빈도가 높다. 말하자면 잘살면 걸리는 병이다. 앞서 프로그램에서 후지타 고이치로 교수는 위생적인 청결문화가 알러지를 만들어낸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한다. 청결이 병을 일으킨다?

 위생이란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볼 때 그것은 타자의 차단(위생)이고 그것을 통한 자기 순수성(청결)의 보존이다. 결국 질병이란 것이 "타자에 의한 자기의 부정"이라고 볼 때 타자의 침입을 막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근절시키는 것이 건강의 요체라고 하겠다. 이것이 파스퇴르-코흐의 패러다임이며 현대의학의 근본 교조(dogma)이다.

타자를 차단하고 자기순수성을 유지하면 자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자기"라고 하는 불변의 실체가 있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사실 불변적인 실체로서의 자기는 없다. 자기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규정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구인가는 당신 속에 알갱이처럼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당신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자기는 실체가 아닌(자성이 없는) 연기(緣起)됨이라고 한다.

몸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몸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이 광대한 우주를 압축(또는 전개)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 -내가 좋아하는 용어로 "작은 가이아"-이다. 이곳은 60조개의 세포와 그것의 10배에 해당하는 세균들이 모여서 일구어내고 있는 관계망이다. 내 몸은 이 억조창생들이 모여사는 多者들의 삶터이다. 여기에는 불변적인 "나"도 없고 "나 아닌 것"도 없다. 나와 나아닌 것 즉 자기와 비자기가 만나서 싸우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몸의 건강은 이 끊임없는 소통 속에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육아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무균적 시설이 갖추어진 병원에서 아기는 태어나고, 아기와 가족 간의 첫 대면은 12mm 겹유리로 차단된 벽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멸균 장갑과 마스크를 쓴 엄마가 멸균 소독된 우유병을 빨린다." 아기에게는 타자를 만나 자신의 몸을 성숙시킬 기회를 위생의 이름하에 차단시켜 버린다. 여기서 관계장으로서의 나의 몸이 만들어질 수 없다.

가끔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의 똥을 먹는다. 특히 새끼 코끼리의 경우 똥의 섭취는 필수적이다. 그것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코끼리의 똥 속에 들어있는 세균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다. 똥 속에는 코끼리의 장 속에 사는 상주균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새끼 코끼리의 장 속에 들어가야만 정상적인 장이 형성된다. 사실 마우스를 통한 실험 결과 무균상태의 마우스에게서는 정상적인 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서 자기가 규정된다는 것의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 아기들에게도 똥을 먹여야 할까? 다행히도 인간의 경우 그 상주균이 산모의 초유 속에 들어 있다니 아기들은 안심해도 좋다.

이것을 통해 맺어지는 것은 단절이 아니고 소통이고 순수함이 아니고 잡(雜)함이다. 알러지가 단절에서 온다는 점에서 알러지의 증대와 산모의 모유기피 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Gronlund 등(1999)은 출산방법에 따른 신생아 장내상주균의 분포를 조사했다. 제왕절개군은 자연분만군에 비해 Bifidobacterium의 형성이 1개월이나 늦었다. 제왕절개술 전에 산모에게 항생제를 다량 투여하기 때문인 것이다. Biorksten 등(1999)은 에스토니아팀과 공동조사를 한다. 그들은 소아 알러지의 빈도가 높은 스웨덴과 빈도가 낮은 에스토니아의 2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알러지군과 정상군의 장내상주균의 분포를 비교한다. 에스토니아 알러지군은 Lactobacilli와 Bifidobacterium의 분포가 정상군에 비하여 극히 낮은데 스웨덴의 알러지군은 Lactobacilli가 낮고 Bifidobacterium은 차이가 없다. 또한 Sudo의 실험결과는 Arita 등(1997)의 보고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2714명의 영아와 1896명의 1-2세 소아를 대상으로 생후 첫 3개월간의 수유방법(모유, 우유, 혼합)에 따른 소아천식의 빈도를 조사하였다. 모유군은 4.4%, 우유군은 8.5% 그리고 혼합군은 5.2%였다. 엄마는 아기에게 젓을 빨리면서 젓뿐 아니라 엄마의 사랑과 상주균도 물려주어 천식을 예방한 것이다.(http://antibody.co.kr)

 

3. 예방접종과 알러지

 

외래 병원균에 대해서 취약한 것이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다. 신생아의 면역계는 그 균들에 대한 대응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해서 전통적으로 신생아 사망률은 아주 높았다. 미리 병독을 약화시키거나 변형시킨 균들을 미리 주입해서 앞으로 부닥칠 진짜 균들에 대항해서 연습시키는 것 이것이 말하자면 예방접종이다. 이것은 유아사망률을 급속하게 떨어뜨리는 성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주로 항체 형성을 통한 방어 방식이기 때문에 Th1 방식보다는 Th2 방식에 가깝다. Th2 방식은 말하자면 문제에 대한 답이다. 항체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 원인균에 대한 답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가 결정되어 있다는 전제하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문제를 푸는 능력이지 문제를 문제로서 정식화하는 능력이 아니다.

우선 문제가 주어지면 그것을 문제로서 정식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know-what이다. 그러나 know-what이 미리 주어져 있을 경우 know-how만으로 족하다. 예방접종은 know-what을 미리 주는 방식이다.

이 Th1 방식은 미리 결정되어 있는 통상 상황 하에서는 효율적이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상황이 제기되면 그 무력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알러지는 제시된 문제만을 잘 풀어왔지만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지 못한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문제로서 정식화해야할 필요성이 있을 때 겪게 되는 그 당혹감과 다를 바가 없다. 예방접종은 내 몸이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능력을 빼앗아 버렸다.

그렇다면 문제제기 능력을 어떻게 배양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그림2에서의 자연감염이다.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는 예방접종의 가짜의 적말고 실제 내 목숨을 빼앗아갈지 모르는 진짜의 적과 정면으로 맞닥뜨려 보아야 한다. 내 몸은 이 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제기하고 문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Th1 방식의 면역이다. 이것이 강화되면 자신의 그림자에 스스로 놀라는 알러지 성 질병들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이 진정한 문제이고 무엇이 가짜 문제인지는 비자기와의 생사를 건 경험을 통해서 확립된다. 지레 겁먹고 진짜의 적과의 대면을 회피하는 것 그것을 통해 진정한 사귐의 기회도 잃게 된다.

 또 다시 밝혀지는 것, 소독의 문화가 단절의 전략이었듯이 예방접종의 문화도 단절의 전략이다. 이것은 기계의 전략이다. 생명체에 이 기계의 전략을 강요함으로서 알러지와 아토피를 가져왔다. 반면 생명의 전략은 스스로 노출됨으로써 관계맺고 그럼으로 서로 싸우고 그것을 통해서 서로 사귀는 것이다. 유아를 어디에 노출시킴(관계맺음)으로서 알러지와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을까?

 신생아 소아의 면역시스템을 Th2형에서 Th1형으로 전환해주는 세균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결핵균이다. 결핵균은 알러지와 천식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 일본과 한국은 신생아 결핵을 예방할 목적으로 BCG 접종을 한다. BCG접종 후 튜버클린검사를 하면 결핵균에 대한 면역(Th1형)의 형성 여부를 판 가름 할 수 있다. 튜버클린반응(Th1면역반응) 양성은 결핵에 면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Shirakawa 등(1997)은 일본의 한 현의 867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입학시와 졸업시에 튜버클린반응을 검사하고 양성군과 음성군의 알러지와 천식의 빈도를 조사하는 한편 혈중 IL-4(Th2형 사이토카인)와 IFNg(Th1형 사이토카인)치를 검사하였다. 튜버클린 양성군의 알러지(atopy)와 천식의 빈도는 각각 10%미만, 5%미만임에 비하여 음성군은 각각 30%이상, 10%이상이었다. 또한 양성군은 IFNg치가 높음에 비하여 음성군은 IL-4치가 높았다.

결핵균이 소아의 면역계를 Th1으로 전환시키고 알러지와 천식으로부터 보호함이 입증된 것이다. 비병원성결핵균은 토양에 풍부하다. 이제 알 듯하다. 아이들을 일직암치 흙과 놀게 하자. 흙에 손을 넣어 두꺼비 집을 짓고 모래성도 세우고 땅 따먹기도 하게 하자. 아이들을 맨발과 맨손으로 흙과 놀게 하자. 신토불이는 농축산물뿐 아니라 우리의 2세에게도 적용된다.(http://antibody.co.kr)

 

그래, 그것이 바로 "흙"이다. 흙은 모든 균들이 뒤엉켜 있는 우주이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거부해 왔다. 그것이 아이들을 시멘트와 플라스틱 속에 가두고 그것을 통해 감염성 질환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우리의 몸이 자연과 사귀는 통로를 잃어 버렸다. 자연과의 소통의 단절 그것이 알러지라는 문명의 질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50대에 들어가 버린 내가 어린 시절에 달고 다니던 그 누런 콧물, 콧물로 번들거리던 소매끝.. 그것이 바로 자연과의 소통의 증거였고 알러지를 막는 비결이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