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유토피아,디스토피아

루카 시뇨렐라(Luca Signorelli)의 『적 그리스도의 설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마에서 150km 쯤 떨어진 곳에 오르비에트라는 중세도시가 있다. 그곳에는 보르세나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신앙상의 사건을 토대로 하여 13세기에 교황 우르반 4세가 지은 대성당이 있다.

그 성당의 오른쪽 끝에 있는 것이 산브리치오 예배당이다. 예배당의 삼면벽에는 코르토나 출신의 화가 루카 시뇨렐라(Luca Signorelli)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계의 종말을 그린 장대한 프레스코화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반그리스도 벽화이다. 그림을 보면 중앙 제단에 예수 그리스도가 서서 군중에게 설교하고 있는데, 그 그리스도를 오른쪽에서 껴안고 있는 것은 반나의 악마, 즉 반그리스도다. 그리스도의 두팔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그리스도를 안은 반그리스도의 팔로, 그리스도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그리스도는 분명히 거부하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이미 체념한 듯한 분위기다.

뒤쪽의 군중은 폭도로 변하여 살육을 시작하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불신하여 치고받고 있는 중이다. 왼쪽에서는 이유없는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또 훨씬 뒤쪽의 신전에는 검은 병사들이 나타나 반란이 시작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저기서 거짓 예언자와 독재자가 나타나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달은 두쪽으로 갈라지고 별이 떨어지고 있다. 천사들은 거칠것이 없는 공간을 곤두박질치듯 떨어져 내린다. 악마들은 벌거벗은 사람들을 몰아붙여 온갖 모습으로 살해하고 있다. (타다 토미오, 『면역의 의미론』)